범죄
[‘#미투’ 전방위 확산] 국민정서법으로 ‘낙인’ 찍혔는데… ‘#미투’ 무고땐 어떻게 해야 하나요?
뉴스종합| 2018-03-07 11:34
가해자로 지목된 유명인
진실확인前 인격살인 폭주…
허위폭로 판결땐 이미 늦어
무죄추정의 원칙 생각해봐야


성폭력 피해 사실을 폭로하는 ‘미투’(Me tooㆍ나도 당했다)가 사회 전방위에 걸쳐 확산되는 가운데, 가해자로 지목된 유명인을 향한 즉각적인 분노를 보는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수사기관에서 조사가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국민정서법’에 근거해 섣불리 범죄자로 낙인 찍을 경우, 무고로 인한 피해자의 상처가 더욱 깊어질 수 있다는 목소리다.

미투 폭로로 한국사회의 처참한 민낯이 드러난 상황에서 대다수 여론은 가해자로 지목된 유명인을 즉시 비판하고 사회 활동을 일체 중단하고 자숙 기간을 가질 것을 요구하는 쪽으로 쏠린다. 권력의 상하 관계에서 절대적 약자의 위치에 놓인 피해자들이 여론만을 믿고 피해 경험을 고백하는만큼 즉각적인 보도와 뒤따르는 비판을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그러나 미투 폭로가 양적으로 팽창하는 과정에서 무고 사례가 나오자 수사기관의 조사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벌어지는 인격살인은 경계해야한다는 자중의 목소리도 나온다. 정확한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과도한 비난을 삼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때문에 일각에선 무고죄 형량을 높여 무고한 피해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움직임도 보인다.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 게재된 ‘무고죄의 형량을 늘려주세요’ 청원글은 7일까지 2만9000명 가까이 서명했다. 한국 사회 전분야에서 일상화 된 성폭력 사건과 비교하면 양적으로 사례가 많지는 않지만 무고로 인한 피해자들의 고통 역시 엄연히 존재하는 현실이라는 주장이다.

해당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는 무분별한 폭로로 인격살인을 당한 유명인들의 실제 사례다. 배우 곽도원 씨는 지난달 24일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 게시된 글을 통해 과거 극단 시절 성희롱을 했던 가해자로 지목돼 수일간 홍역을 치렀다. 곽 씨는 작성자가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7~8년 전 이미 극단을 나와 영화 ‘황해’를 촬영 중이었음이 증명돼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수년간 고통에 시달리다 자살까지 기도하는 피해자도 있다. 최근 고은 시인의 성폭력 목격자로 나선 시인 박진성 씨는 지난 2016년 트위터 글을 통해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후 무혐의가 나오면서 1년간 법정 싸움을 벌였다. 해당 기간 동안 박 씨는 출판사로부터 출판을 거부 당하며 시인으로서도 사형선고를 받았다.

시인 박진성과 성폭력 피해자라고 주장한 여성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 [제공=박진성 시인 트위터]

한편 SNS에 올라온 폭로글이 피해자의 신원이나 사실관계를 파악하지 않고 즉시 기사화 되는 보도양상 역시 무고를 양산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조계에 따르면 적극적인 확인절차 없이 기사화된 폭로글은 향후 무고로 밝혀질 경우 문제의 소지가 될 가능성도 있다.

미투 운동의 진행 양상이 성폭력 피해 폭로가 나오면 언론이 우선적으로 보도하고 비판 여론에 발맞춰 공권력이 개입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는만큼 보도에도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유진 기자/kace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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