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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 위축’ 나비효과, ETF가 비싸진다?
뉴스종합| 2018-03-19 09:21
-대차수수료 증가→호가 스프레드 확대→ETF 거래비용 증가
-“장기보유 적은 중소형주, 대차 품귀현상 우려”

[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국내 최대 기관투자자인 국민연금공단이 공매도 과열종목에 대한 주식 대여를 중지하겠다고 최근 밝힌 가운데, 이에 따른 부작용으로 상장지수펀드(ETF)의 거래비용이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어쩔 수 없이 다양한 종목을 공매도해야 하는 유동성공급자(LP)의 입장에서는 주식을 빌려오기가 지금보다 힘들어질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높아진 대차수수료에 대한 부담이 ETF 투자자들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19일 금융당국 및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민연금은 ‘2017 국정감사 시정 및 처리 요구사항 결과보고서’를 통해 “금융당국에서 공매도 과열 종목으로 지정하면 해당 종목에 대한 신규 대여를 중지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국회가 “2016년 한미약품의 ‘불성실 공시 사태’ 당시 국민연금이 증권사에 빌려준 주식이 내부자 정보를 활용한 공매도에 쓰였다”고 지적하자, 국민연금이 대책을 마련해 발표한 것이다. 공매도는 주가가 비쌀 때 주식을 빌려 판 뒤, 주가가 떨어지면 싼값에 주식을 사서 되갚는 투자 기법이다. 주식을 빌려주는 주요 주체는 자산운용사와 증권사, 은행, 연기금 및 공제회 등이다.


문제는 이같은 국민연금의 조치가 공매도의 긍정적 기능까지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업계는 ETF 투자자들의 거래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을 부작용 중 하나로 꼽았다. ETF는 KRX300ㆍ코스피200 지수 등 특정 자산의 수익률을 추종하도록 설계된 펀드로, 거래소에 상장돼 일반 주식처럼 실시간 매매가 가능하다. 매매시간 중 최우선매도호가와 최우선매수호가의 간극(스프레드)이 지나치게 벌어지지 않도록 ETF 상장 당시 지정된 증권사가 LP로서 유동성공급호가를 제출하는데, 이때 LP는 손실을 일방적으로 떠앉지 않기 위해 매수량에 상응하는 만큼 공매도 포지션을 취함으로써 위험을 회피(헤지)한다.

이같은 공매도 과정에서 발생하는 거래세와 대차수수료 등 ‘추가비용’은 호가 스프레드를 벌어지게 하는 요인이다. 결국 증권사가 의무적인 공매도 과정에서 부담해야 할 비용이 늘어날수록 ETF 투자자의 거래비용이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상장지수상품(ETP) 개발을 담당하는 한 증권사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대차를 중단한 공매도 과열 종목의 경우 품귀현상에 따라 대차수수료가 높아질 것이고, 늘어난 비용은 스프레드 확대를 통해 고스란히 투자자들에게 이전될 것”이라며 “특히 소형주의 경우 단기 투자자들이 많아 대차가 잘 이뤄지지 않는데, 대표적인 장기보유 투자자인 국민연금마저도 손을 뗀다면 여파가 상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최근 1년 내 한국거래소가 공매도 과열종목으로 지정한 220개 종목 중 증시 통합지수인 ‘KRX300’에 포함된 종목은 69개에 달한다. 특히 코스닥의 경우 지수 편입 67개 종목 중 절반 수준인 33곳이 공매도 과열 명단에 이름을 올렸고, 이 중 18곳은 시가총액이 1조원에 못 미치는 중소형주(株)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호가 스프레드의 확대가 우려할만큼 크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국내 최대 증권대차기관인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대차잔고에서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 빌려준 주식의 비중은 약 5% 수준에 그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연기금의 대차 중단이 일부 소형주의 대차수수료 인상으로 이어질 수는 있다”면서도 “해당 종목에 대한 대차가 완전히 봉쇄된 것이 아닌 이상, 그로 인한 대차수수료 증가분이 펀드 거래비용을 우려할 만한 수준으로 높아지게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hum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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