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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돌출발언 왜 나왔나?…‘대북 유화책 안된다’ 文정부에 ‘견제구’
뉴스종합| 2018-03-30 12:10
남북 정상회담 속도전 돌입에
美 입지다지기 본격 행보 추측
北, 中과 관계개선 협상력 강화
美, 한미FTA 지렛대 사용 의도


남북이 내달 27일 남북 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공식합의하자 미국 정부가 본격적인 협상력 다지기에 들어갔다. 문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협상력을 다지는 데에 ‘한미 통상관계’를 카드로 들었다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가 북한의 ‘단계적 비핵화 협상’에 발을 맞추려 하자 미국이 견제구를 날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의 북핵 로드맵인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가 불발될 경우, 모든 책임은 문재인 정부에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한미 통상관계를 북미대화와 엮은 트럼프 대통령의 29일(현지시간) ‘돌발발언’은 한국에 대한 압박성 메시지일 가능성이 크다.

미국 소식통은 “현재 트럼프 행정부뿐만 아니라 미 의회에서도 남북 비핵화 담론의 전개방향에 대한 불만이 많은 상황”이라며 “청와대의 비핵화 구상을 보면 핵동결을 시작으로 한 3단계의 단계적 동결에서 미국의 입장을 반영한 ‘일괄타결’, 그리고 북한과 중국을 의식한 ‘순차적 조치’로 점점 바뀌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회담에서 즉각적인 CVID 조치를 관철하겠다는 입장”이라며 “북한이 CVID조치가 불가피하다고 느끼게 하기 위한 지렛대로 한미 동맹관계를 수단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로이터통신은 미국 고위급 관계자들이 대북 압박을 위한 “한미일 공조체계에서 가장 약한고리가 바로 한국”이라며 “북한과 합의를 타결하기엔 너무 이르다”고 지적했다고 보도했다.

한미 FTA를 북미대화와 연계시킨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는 북핵협상의 책임을 문재인 정부에 돌리려는 의도도 담겨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이달 초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방북결과를 설명받으면서 북미 정상회담 타진 결과를 정 실장에게 맡겼다. 트럼프 대통령의 ‘입’이 아닌 정 실장의 ‘입’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 의지와 북미 정상회담 타진 결과를 알림으로써 북미협상이 실패할 시 책임을 한국의 ‘정보실패’로 돌릴 수 있는 판을 만든 것이다. 미국 소식통은 “트럼프의 돌발발언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며 “한미FTA는 동맹문제이기 때문에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이용할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만으로도 북한과의 핵협상이 실패한다면 그 책임은 한국정부에 있다는 이미지가 더 강해졌다”고 꼬집었다.

김 위원장이 북중 정상회담에서 ‘단계적 조치’를 언급한 이후 청와대에서는 미묘한 기류가 형성됐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30일 기자들과 만나 사견임을 전제로 ‘선(先)핵폐기 후(後)보상’을 핵심으로 하는 ‘리비아식 해법’을 “북한에 적용하기가 불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고르디우스의 매듭이든, 일괄타결이든, 리비아식 해법이든 현실에 존재하기 어려운 방식을 상정하고 있는 것 같다”며 “북한의 핵 문제가 25년째인데 TV 코드를 뽑으면 TV가 꺼지듯이 일괄타결 선언을 하면 비핵화가 끝나는 것이 아니다”라며 “검증과 핵 폐기는 순차적으로 밟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밝혔다. 또 “미세하게 잘라서 조금씩 나갔던 것이 지난 방식이었다면 지금은 두 정상 간 선언을 함으로써 큰 뚜껑을 씌우고 그다음부터 실무적으로 해 나가는 것이 가능하지 않겠냐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비핵화 구상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테이블에 들어오는 당사자들의 생각이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우리의 생각이 있다기보다는 중재자로서 서로 다른 생각을 조정하고 타협지을 것”이라고 답했다. 비핵화 방법론을 둘러싼 논란으로 북미간 불신이 깊어지는 것을 경계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문재연 기자/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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