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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를 내려오는 전통한복점 ‘신라한복’ 박영애 대표, 전통과 현대의 미학 담아내
헤럴드경제| 2018-06-21 16:57

[헤럴드 경제]‘한복 시장’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수원 영동시장은 해방 이후부터 상설시장으로 전환되어 혼수품을 비롯한 포목을 주로 판매했던 곳이다. 그러나 브랜드 의류 산업체가 패션을 주도하게 되고 백화점이 들어서면서 시장표 의류들은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지 못하게 되었는데, 이러한 상황 속에서 영동시장은 한복 특화 시장을 표방하며 전문화를 꾀했고 경기 남부 최고의 포목 시장으로 탄탄한 입지를 굳혔다. 전체 점포 중 절반 가까운 매장이 한복집일 정도로 다양한 매력을 갖춘 점포들이 손님들을 끌어 모으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항상 문전성시를 이루며 웃음이 가득한 ‘신라한복’의 분위기는 매우 특별하다.


박영애 대표는 증조할머니 때부터 할머니, 어머니, 박 대표에게로 4대째 이어져 내려오는 손바느질로 직접 한복을 짓고 있다. 그녀는 충북 증평에서 6남매 중 넷째로 태어났는데, 집안 형편이 어려워져 어쩔 수 없이 학업을 포기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녀는 “한복으로 먹고 살지는 않겠다는 생각으로 서울로 올라가 직장생활을 했다. 그런데 결혼을 해서 살다 보니 남편의 수입에만 의존해서 생활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고 저 역시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집에서 일감을 받아서 10년 정도 바느질을 해오다가 가게를 내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가업을 물려받기로 결심했다”라고 이야기했다.

박 대표는 가업으로 내려온 한복 바느질에 직접 배웠던 양제를 접목해 젊은이들도 편하게 입을 수 있는 한복, 현대적인 맵시가 있는 한복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개량한복이 나오기 전부터 한복 바지에는 주머니가 없다는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직접 선이 들어가도록 옆선에 입술주머니를 만들기도 했고, 세련된 색감을 추구하여 평상복으로 입고 다니더라도 튀지 않으면서 화사한 멋을 자랑하는 한복이 그녀가 자랑하는 ‘신라한복’이다.
박 대표는 “한복을 20년 넘게 만들어 오면서 우리 선조들이 옷의 맵시를 주먹구구식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모두 명확하고 과학적인 근거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품이 조금 더 들더라도 편안한 옷을 만드는 것이 선조들의 마음가짐을 받드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그녀의 딸 역시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대학에서 패션디자인을 전공하고 올해부터 단국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전통복식을 다시 배우고 있다고 한다. 지금까지 4대에 걸쳐 한복의 전통미를 추구해온 것에 이어 탄탄한 학문적인 배경을 바탕으로 ‘신라한복’의 이름을 다시 한 번 널리 알리고자 하는 것이다. 박 대표는 향후 시의 지원에 따라 수원 행궁동에 한옥마을이 형성되면 딸과 함께 한복 제작과 관련된 재능기부를 하며 살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정명우 기자/ andyjung79@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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