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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아 사망’ 이대목동병원, 뒤늦게 개선책 마련…환자안전부 신설
라이프| 2018-04-09 18:16
-신생아중환자실은 폐쇄 유지…시설 개선에 50억원 투자

-이화스크랜튼 감염교육ㆍ연구센터 신설 등 개선책 시행

-문병인 의료원장 “진심으로 유족에 죄송…환골탈태할것”



[헤럴드경제=신상윤 기자]지난해 12월 신생아 4명이 잇따라 숨진 이화여대 목동병원이 뒤늦게 개선책을 마련했다. 우선 환자 안전사고 예방, 감염 관리 등을 전담하는 환자안전부를 신설해 운영하기로 했다. 이번에 문제가 된 신생아중환자실은 정상화될 때까지 계속 전면 폐쇄하기로 했다.

이대목동병원<사진>은 경찰의 최종 수사 결과 발표에 따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환자안전을 위한 종합개선대책’을 9일 발표했다.

대책에는 ▷환자 안전을 위한 조직 개편 ▷환자 안전을 위한 시설 강화ㆍ시스템 혁신 ▷환자 안전 진료가 정상화될 때까지 신생아중환자실 전면 폐쇄 ▷감염 관리 교육ㆍ연구 강화 ▷환자 안전 문화 정착을 위한 사회공헌 활동 강화 등이 포함됐다.

우선 조직 개편을 통해 신설되는 환자안전부는 안전사고 예방, 감염 관리 등을 원활히 수행할 수 있도록 돕고, 전반적인 시스템 점검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 국내외 사례를 참고해 선진화된 환자 안전ㆍ감염관리 체계도 구축하기로 했다. 정순섭 외과 교수가 환자안전부장을 맡아 이끌 예정이다. 산하 조직에는 감염관리실, QPS(질 향상ㆍ환자 안전)센터, 고객지원센터를 두기로 했다.



병원 전반에 환자 안전을 위한 시설도 보강된다. 신생아중환자실, 항암조제실, TPN(총 정맥 영양)무균조제실 등의 시설을 개선한다. 특히 신생아중환자실은 전면 리뉴얼을 거쳐 모든 병실을 1인실로 설계하고, 음압·양압 격리실을 설치해 감염을 철저히 차단하기로 했다. 신생아 전담 의료진과 간호사도 확충하기로 했다.

이대목동병원은 전체 병원의 환자 안전과 감염 관리 기능을 재정비하는 것아 우선이라고 판단, 관련 작업이 마무리될 때까지 신생아중환자실의 폐쇄를 유지하기로 했다, 감염 관리 개선 결과는 국민에 공개적으로 발표하기로 했다.

감염 관리 교육ㆍ연구를 위한 별도의 기금을 조성하는 방안도 마련됐다. ‘감염 없는 병원’을 만들기 위해 10년 동안 연간 10억원을 투입하는 이화스크랜튼 감염교육ㆍ연구센터(이하 센터)를 올해 5월 중에 개소할 예정이다. 센터장에는 서주영 미생물학과 교수를 내정했다. 센터에서는 신생아중환자실 근무자는 물론 전 직원을 대상으로 체계적이고 반복적인 감염 예방 교육을 할 예정이다.

환자안전 문화정착을 위해선 사회공헌 활동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번 사고 후 이화의료원 발전후원회와 의대 동문이 환자 안전 강화를 위해 3억원 이상을 모금했,다. 이를 10억원 이상으로 확충, 저소득 신생아 치료 지원 등에 쓰기로 했다.

병원 관계자는 “올해 시설 강화를 위해 우선 50억원을 투자하고 이와 별도로 10년간 센터에 10억원을 투입하는 등 여러 방면에서 예산을 집행할 계획”이라며 “대책에 드는 예산에 대해서는 재단에서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유족에 대한 보상안은 현재 협의 중인 사항이어서 대책에 포함되지 않았다.

문병인 이화여대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은 “유족과 국민 여러분에게 너무 큰 상처와 심려를 끼친 데 대해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이번 사고를 환자 안전을 위한 대대적 혁신의 계기로 삼아 시설 개선은 물론 진료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개편해 환자가 가장 안전하게 진료받을 수 있는 병원으로 환골탈태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화의료원 교직원 일동이 유족과 국민 여러분에게 보내는 사과문 전문.



최근 저희 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발생한 사망 사고로 너무나 큰 상처와 심려를 끼쳐 드린 데 대해 유족과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관련된 의사와 간호사가 구속되었고, 원가를 절감하려고 한 병의 영양제를 나누어서 투여하는 잘못된 관행이 이번 사고의 원인이라는 최종 수사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저희 교직원은 참으로 비통하고 죄송한 심정입니다. 병원에서는 작은 부주의도 생명과 직결된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이를 지키지 못한 것입니다. 이번 일을 겪으며 환자 안전과 감염 관리에 대해 부족한 점이 많았음을 절실히 깨닫게 되었고, 교직원 모두는 통렬한 반성과 함께 막중한 책임을 통감하고 있습니다.

유족의 슬픔을 가늠조차하기 어렵겠지만 그 아픔에 최대한 공감하며 사고 수습과 재발 방지에 필요한 모든 조치에 만전을 기하겠습니다. 그리고 이번의 아픔을 일회성 사고로 흘려보내지 않고, 환자안전을 가장 우선하는 병원으로 만들어 의료계에 확산시키는 계기로 삼고자 합니다. 또한 유사한 사고가 그 어느 곳에서도 재발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민관합동 대책 등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습니다. 이것이 하늘나라로 간 생명에 대한 최소한의 사죄라고 생각합니다.

먼저 신생아중환자실을 전면 폐쇄하고, 신생아중환자실은 물론 병원의 전반적인 환자 안전 체계를 재점검하고 원점에서 출발해 가장 안전한 병원으로 거듭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 시행하겠습니다. 그 성과를 국민께 확인시켜드린 후 신생아와 관련된 진료를 재개할 것입니다. 내ㆍ외부를 망라하는 전문가들과 지혜를 모으고, 선진 병원들의 사례를 참고해 시설, 진료 절차, 교육 등을 포함한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하겠습니다. 이를 실행하기 위해 별도의 기금을 투입하고, 이화스크랜튼 감염교육ㆍ연구센터를 만들겠습니다.

존스홉킨스병원을 비롯한 세계적 병원들도 치명적인 사고를 계기로 삼아 근본 대책을 마련해 국민들의 신뢰를 받았듯이, 저희도 안이했던 과거를 냉철하게 돌아보고 뼈를 깎는 노력을 통해 가장 안전하고 최상의 진료를 제공하는 병원으로 환골탈태하겠습니다.

사고 발생 후 저희 의료원은 적절한 대처를 하지 못해 유족과 국민 여러분께 더욱 큰 고통을 안겨드렸습니다. 이번 사태가 종결되어 관심이 멀어진다 해도 저희는 항상 마음의 빚으로 생각하며 결코 잊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강구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유족과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올립니다.



2018. 4. 9.

이화의료원 교직원 일동



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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