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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드루킹 후폭풍…포털 근본 책임론
뉴스종합| 2018-04-23 11:37
아침에 눈을 떠 스마트폰을 켠다. 포털사이트에 접속해 날씨를 확인하고, 출근길에는 정치사회 뉴스를 읽는다. 북한의 핵 시험장 폐기 선언, 드루킹 여론조작 사건 등 다양한 뉴스를 읽으며 내 생각과 같은 댓글에 ‘공감’을 누른다.

포털사이트는 이미 우리사회 여론을 주도하는 공간이 된지 오래다.

한국언론진흥재단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77%는 포털을 통해 뉴스를 접하고 56%가 포털을 언론이라고 인식한다.

“네이버, 다음은 권력이다”(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는 말이 틀린게 아닌 셈이다.

이는 “베스트댓글이 곧 여론”이라는 드루킹의 발언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난다. 정치권에서 여야를 가리지 않고 포털사이트를, 즉 여론을 장악하려는 시도가 은밀하게, 때론 공공연하게 이어져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자연히 포털 여론에 대한 신뢰도 땅에 떨어졌다. ‘좌표를 찍었다(특정 기사의 링크를 공유해 댓글을 달도록 하는 행위)’, ‘댓글부대’, ‘댓글알바’라는 말은 이제 신조어 축에도 끼지 못한다.

정점은 이번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이 찍었다. 과거 ‘십자군알바단(십알단)’, ‘국정원 댓글 사건’ 등에서 끓어오르던 여론조작에 대한 포털 책임론은 분출하는 용암이 돼 흘러내리고 있다.

다양한 방안이 쏟아진다.

댓글을 최신순으로 배열하거나 소셜댓글을 폐지하는 방안, 포털이 제공하는 기사를 현재의 인링크(포털사이트 화면에서 직접 기사를 읽는 방식)에서 아웃링크(언론사 홈페이지로 연결되는 방식)로 바꾸는 방안, 아예 댓글 자체를 없애버리자는 주장도 상당한 호응을 얻는다.

세부적인 방식은 다소 온건한 것에서부터 극단적인 것까지 여러가지지만 목적은 하나다. 현재보다 포털사업자의 책임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네이버, 다음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 있다.

사실상 하루 이틀 일이 아닌 여론조작, 상업적 바이럴마케팅, 각종 티켓 예매 등에 꾸준히 활용됐던 매크로가 하필이면(?) 정치이슈와 결합하는 바람에 이 사단이 났다고 생각할 수 있다. 뉴스를 제공하고, 댓글로 증가한 트래픽을 활용해 ‘돈만 벌길’ 원했을 뿐, 여론 주도의 장이 되는 것은 원치 않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근본적인 것은 ‘책임’의 문제다.

원했든 원치 않았든 포털 역시 하나의 권력이 된 상황에서, 포털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단순히 ‘포털 죽이기’, ‘포털 길들이기’로 규정할 때가 아니다. 모든 권력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점은 굳이 다시 언급할 필요가 없다.

과거 수년 전부터 포털사이트의 기사배열, 댓글시스템, 검색어 순위 등 여론주도와 관련된 지적은 계속돼왔다. ‘드루킹’ 사건 이후로도 날이 갈수록 ‘뉴스를 포털과 분리해야 한다’거나 ‘댓글 시스템을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아쉽게도 네이버와 다음은 속 시원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자체 프로그램 등을 통해 조작을 막고 있으나 100% 막을 순 없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되풀이한다. 막으면 뚫고, 뚫리면 막는 지루한 창과 방패의 싸움만 하고 있을 뿐이다.

오히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전문가는 “사실상 포털이 자극적인 댓글전쟁을 조장하는 방식으로 시스템을 개편해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수익 때문에 댓글을 포기하지 못하는 것이 포털사이트의 민낯이라는 비판이다.

우리 사회는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지 ‘방종’을 허용하진 않는다. 특히, 여론조작은 민주주의사회에서 묵과할 수 없는 행위다. 네이버와 다음은 ‘여론을 주도하는 포털’로서 사회적책임에 진지하게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yun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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