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정보
[프리즘]의료 사고가 나면 환자가 약자라는데…
라이프| 2018-04-26 11:38
배우 한예슬 씨가 공개한 의료 사고가 환자 불평등을 넘어 의료계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등에 달린 댓글을 보면 ‘사고’의 피해자가 유명 배우가 아닌 일반인이었어도 병원 측이 이처럼 신속히 사과하고 피해 보상을 약속했겠느냐는 것이다. 의료계 일각에서도 이와 관련한 여러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한 씨는 지난 20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수술 부위 사진을 올리고 “지방종 제거 수술을 받다 의료사고를 당했다”고 했다. 한 씨를 수술한 의료진이 소속된 병원은 강남차병원이었다. 차병원은 다음날인 21일 “환자의 상처가 치료된 후 남은 피해 정도에 따라 보상할 것을 제안하고, 원상 회복을 지원 중”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한 씨가 23일 재차 수술 부위 사진을 올리자 차병원은 또 사과한다는 입장문을 냈다. 차병원은 “상처가 조속히 치료되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며 “정교한 성형외과적 봉합 기술을 적용해 흉터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한 씨가 전문적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야말로 신속, 아니 전광석화같은 대응이었다. 그런데 이는 차병원, 아니 그간 우리나라 의료계가 보였던 모습과 너무 달랐다. 실제로 차병원은 지난해 7월 제왕절개 수술 도중 신생아 머리에 2㎝ 상당의 칼자국을 내고도 3개월 뒤인 같은 해 10월에서야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나마도 의료 사고나 과실은 인정하지 않았다.

법정까지 간 사례도 있다. 2015년 4월 40대 A 씨는 추간판 탈출증(허리 디스크) 등의 치료를 위해 분당차병원에서 전신 마취 상태로 3시간에 걸쳐 척추 부위 수술을 받았다. 수술 후 깨어난 A 씨는 갑자기 앞을 볼 수 없게 됐다. 의료진은 망막 중심 동맥 폐쇄증을 의심하고 응급 수술을 했다. 하지만 A 씨는 시력을 영구적으로 잃게 됐고, 병원 측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지난 1월 1심 재판부는 “수술 당시 병원 의료진의 과실이 있다고 판단된다”며 급여, 퇴직금, 향후 치료비, 간병인 비용 등 총 10억8900여만원을 A 씨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과거에는 유명인도 의료 사고에선 약자의 입장이었다. 가수 신해철 씨도 사망 당시 의료 사고 의혹이 일었다. 하지만 담당 의사는 이를 부인했고, 결국 법정 다툼으로 이어졌다. 역시 사망한 배우 박주아 씨도 마찬가지였다. 드라마 ‘여인천하’에서 엄상궁 역을 맡았던 배우 한영숙 씨도 사망 당시 의료 사고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 같은 과거 의료계 행태를 볼때 한예슬 씨에 대한 신속한 병원 측의 대응은 매우 눈길을 끄는 것이다. 담당의사가 과실을 인정했기에 병원 측이 어쩔 수 없이 서둘러 봉합에 나섰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긴 하지만, 여러가지 시사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만큼 의료 사고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은 크다.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2014~2016년 의료소송 2854건 중 피해자 주장을 완전히 인정한 경우는 33건으로 1.2%에 불과했다. 부분적이나마 피해 사실을 인정해 일부 보상을 받은 경우도 29.1%(831건) 뿐이었다.

어찌됐든 ‘의료 사고가 나면 환자가 약자’라는 말은 없어졌으면 한다. 그게 선진의료이자, 국민을 위한 의료다. 

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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