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정보
폐고혈압을 아시나요?…평균 생존기간 2~4년 ‘췌장암 수준’
라이프| 2018-05-04 10:32
- 5월 5일, 어린이날이면서 ‘세계 폐고혈압의 날’
- 국내 환자 5000여명…‘자각증상 無’ 발병 몰라
- “잠재 환자 70%…이유 없이 숨 차면 의심해야”

[헤럴드경제=신상윤 기자]5일은 어린이날이다. 같은 날이 ‘세계 폐고혈압의 날’이라는 것은 일반인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다. 고혈압은 생활 습관을 관리하고 약물을 먹으면 합병증 없이 일반인과 다름없이 지낼 수 있다. 그러나 폐에 생긴 폐고혈압은 다르다. 폐고혈압 중 폐동맥 고혈압은 국내 환자가 약 5000명으로 적지만, 진단 후 평균 생존 기간이 2~4년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치명적이다. 예후가 안 좋다는 췌장암의 5년 생존율(2~3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하면 생존율이 크게 높아지지만, 낮은 인지도 때문에 진단까지 걸리는 시간이 매우 길다. 질병관리본부 조사에 따르면 폐고혈압 환자 중 절반가량이 처음 증상이 나타나고 병을 진단받기까지 2년 넘게 걸리는 것으로 확인됐다. 유럽을 중심으로 관련 학회ㆍ단체가 매년 5월 5일을 ‘세계 폐고혈압의 날’로 지정해 알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폐고혈압은 폐에 발생하는 고혈압이다. 적절히 조치하지 않으면 일반 고혈압보다 훨씬 치명적이다. 생존율이 췌장암의 5년 생존율(2~3년)과 비슷할 정도로 낮다. 5일인 ‘세계 폐고혈압의 날’을 알리기 위해 사단법인 폐고혈압을 이기는 사람들이 제작한 티셔츠. [제공=폐고혈압을 이기는 사람들]

폐고혈압은 대표적 희귀 난치성 질환 중 하나로, 폐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에 이상이 생겨 폐동맥압이 상승하는 질환이다. 일반적으로 20대에서 40대 사이의 환자가 많다. 남성보다는 여성에게 훨씬 많은 발생 빈도가 나타난다.

폐고혈압 중 대표적 질환인 폐동맥 고혈압은 국내에만 5000여 명 이상의 환자가 있을 것으로 추산되는 희귀 난치성 질환이지만 특별한 자각 증상이 없어 실제 치료받는 경우는 30%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심각한 상태에 이르러서야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폐동맥 고혈압 환자의 사망원인은 대부분이 돌연사일 정도로 치명적 질병이라 조기 진단과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박재형 충남대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이유 없이 숨이 찬 증상이 계속되거나 실신, 흉통이 느껴지면 반드시 심장 초음파로 폐동맥 고혈압을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정현 부산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도 “가족의 도움이 필요한 병임에도 가족이 병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례를 많이 봐 왔다”고 안타까워했다.

‘세계 폐고혈압의 날’은 약 30년 전 5월 5일, 스페인에서 독성 유채유를 먹은 아이가 폐동맥 고혈압으로 발전해 사망한 일이 발생한 것을 계기로 폐동맥 고혈압을 널리 알리기 위해서 매년 행사를 했던 것을 기념해 제정됐다. 현재 약 80여개의 국제 단체가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환자 중심의 참여가 부족한 실정이다.

장혁재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원칙적으로는 환자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필요하지만 우리나라 환자의 질환에 대한 인지도 등이 충분하지 못하다”며 “때문에 폐고혈압을 이기는 사람들이라는 국내 단체를 통해 ‘세계 폐고혈압의 날’ 홍보 행사를 갖게 됐다”고 했다.

사단법인 폐고혈압을 이기는 사람들은 올해부터폐동맥 고혈압을 진료하고 있는 의료진과 함께 매년 5월 5일 전후로 ‘세계 폐고혈압의 날’ 행사와 폐고혈압을 알리는 활동을 매진행할 계획이다. 이 단체 관계자는 “국내 5000여 명으로 추정되는 환자 중 질환을 모르거나 인지하지 못해 치료받지 못하는 잠재 환자 70%를 위해 관련 행사를 준비하게 됐다”고 말했다.

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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