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고래? 고래! ①] 흑동고래 아니고요, 흑등고래 아니고요, ‘혹등고래’입니다
뉴스종합| 2018-05-08 09:01




[헤럴드경제 TAPAS=구민정 기자] “헤이~ 모두들 안녕. 내가 누군지 아니?”



고래는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동물이다. 행여 잘게 부서질까 조심스럽게 손에 담아 먹던 오리온 고래밥부터 아쿠아리움의 하이라이트 돌고래쇼까지. 바다로부터 멀리 떨어진 도시에 사는 우리에게 고래는 신기하고도 가까운 친구였다.

하지만 고래는 우리에게 가장 낯선 동물이기도 하다. 달나라까지 간 인간이 지금까지도 지구상에서 쉽게 들어가지 못하는 곳이 깊은 바닷속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직 우리가 모르는 해양생물은 많고 2006년엔 2000종이 넘는 새로운 해양생물들이 발견돼 신규 등록되기도 했다. 바다에 사는 고래도 마찬가지다. 고래들이 워낙 넓은 지역을 오다니기 때문에 인간의 눈에 띄지 않는다.



    대양의 오지랖퍼, ‘혹등고래’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발견된 고래의 모습들은 경이롭다. 그중 혹등고래는 최고다. 혹등고래는 내 ‘최애고래’다. 혹등고래는 오지랖이 넓다. 자기 종족도 아니면서 ‘어디선가 누구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멀리서 나타나 위험에 처한 다른 동물들을 구해준다.

“처음엔 혹등고래가 가슴지느러미로 수면을 계속 내려치길래 그가 범고래들한테 공격을 받고 있는 줄 알았어요. 얼마 지나지 않아 범고래 무리가 자리를 떴는데 놀랍게도 혹등고래 지느러미 아래 바다표범 한 마리가 숨어있었죠. 범고래한테 먹힐 뻔한 바다표범을 혹등고래가 구한 거에요.” 해양생물학자인 로버트 피트만(Robert Pitman)이 2009년 남극 반도 부근에서 발견한 혹등고래의 미담사례다.



[출처_Kathryn Jeffs / NaturePL]




혹등고래는 왜 바다표범, 물개, 다른 고래의 새끼들을 도와주는 걸까? ‘자기종족 번식’이라는 동물들의 본능을 생각하면 대단히 넓은 오지랖이다. 이성에게 잘 보이기 위한 행동이란 가설도 있지만 명확한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일부에선 어떤 목적이 있어 하는 행동이라기 보단 불의를 보고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혹등고래 특유의 본성 때문이라는 설명도 있다. 우물에 빠진 아이를 보면 반사적으로 뛰어드는 우리들처럼 말이다.



    음악의 신

또 혹등고래는 나의 최애 고래답게 노래를 잘 부른다. 고래 중에서도 혹등고래와 흰긴수염고래가 노래를 부르는 것으로 알려져있는데, 특히 혹등고래는 몇날며칠동안 노래를 부른다. 혹등고래의 노래는 단순히 동물들이 내는 소리 수준이 아니다. 날카롭고 높은 음과 웅장한 낮은 음 모두를 섞고 비트를 만들어내 노래를 풍부하게 만든다.

혹등고래 수컷들은 짝짓기 철이 되면 자신들이 만든 자작곡으로 암컷을 유혹하는 데 쓴다.





어려운 이웃을 돕고 기쁠 때 노래를 부르는 혹등고래의 모습은 인간의 그것과도 꽤 많이 닮았다. 우리와 비슷한 혹등고래의 행동들을 두고 ‘그들은 정이 많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인간중심적인 이기적인 생각일 지도 모르겠다. 인간 중에 그 누구도 혹등고래와 직접적인 의사소통을 한 자는 없으니깐 말이다. 하지만 여전히 신비롭기만 해양생태계에서 여러 방법으로 다른 동물들에 대해 존중심을 표하는 혹등고래는 분명 인류와 함께 살아가야 하는 존재임엔 분명해 보인다.



/korean.gu@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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