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백화점 팝업스토어, 찬밥 신세에서 귀한 매장 됐다
뉴스종합| 2018-05-08 08:16
-팝업스토어, 최신트렌드 가늠자 역할로
-백화점 3사 팝업스토어로 짭짤한 수익
-고객ㆍ백화점ㆍ중소기업 3박자 만족


[헤럴드경제=박로명 기자] 짧게는 하루, 길게는 한두 달. 인터넷의 팝업창처럼 짧게 등장했다 금세 사라지는 백화점 ‘팝업스토어(임시매장)’ 전성시대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에스컬레이터 옆 구석진 자리로 만족해야 했던 팝업스토어는 이제 백화점 중앙 명당 자리를 차지할 정도로 위상이 높아졌다. 단순 임시 판매처에서, 최신 트렌드를 선도하는 매장으로서 가장 ‘핫한’ 상품을 소개하는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의 팝업매장은 2012년 16개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5년 135개, 2016년 155개, 지난해 180개로 늘었다. 월평균 매출액도 2012년 20억원에서 지난해 180억원으로 800%가량 증가했다. 과거엔 주로 철지난 상품을 싸게 팔거나 인지도가 낮은 신규 브랜드를 잠깐 홍보하는 곳이었지만 이제는 단순 마케팅 수단을 넘어 하나의 수익원으로 각광받고 있다. 

현대백화점 대구점에서 지난 1월부터 2일까지 진행한 ‘시로앤마로’ 팝업스토어. 일평균 2000여명이 방문했다. [사진 제공=현대백화점]

현대백화점 신촌점에서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운영했던 ‘시로앤마로’ 팝업스토어는 2억4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어 대구점에 오픈한 시로앤마로 팝업스토어도 일평균 2000여명이 방문하는 기록을 세웠다. 팝업스토어 구매 고객의 90% 가량은 신규 고객이었으며, 팝업스토어 오픈 이후 일평균 500여명의 고객이 백화점으로 추가 유입됐다.

롯데백화점은 일찍이 팝업스토어의 가능성에 주목했다. 2012년 국내 최초로 상설 팝업스토어 ‘더 웨이브’를 오픈했다. 1~2주마다 새로운 패션 아이템을 선보이는 방식이다. 더 웨이브에 입점한 브랜드 절반 이상이 기존 목표치보다 초과 매출액을 달성했다. 롯데백화점은 더 웨이브의 반응이 좋자 2014년 생활가전 상품군 브랜드만을 다루는 ‘더 웨이브:리빙&라이프’ 팝업스토를 본점에 열었다.

롯데백화점은 관계자는 “국내 도입 초기 옷, 핸드백 등 주로 패션 분야에 한정됐던 팝업스토어는 리빙, 캐릭터, 아이돌 굿즈 등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고 했다. 현재 본점과 잠실점에서 진행하고 있는 ‘미니언즈’ 팝업스토어는 각각 일평균 1500만원의 매출을 올리며 인기를 끌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팝업스토어를 해외에서 잘 나가는 브랜드를 소개하는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편집숍 분더샵은 지난 4월 아시아 최초로 미국 최대 백화점 바니스 뉴욕의 프리미엄 패션 PB 바니스 뉴욕 콜렉션 팝업스토어 행사를 유치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이번 분더샵 팝업스토어를 방문한 외국인 고객들이 ‘어떻게 한국에 바니스 뉴욕 콜렉션을 판매할 생각을 했냐’며 놀라워하는 반응이 많았다”며 “팝업스토어를 통해 해외 최신 트렌드를 국내에 제일 먼저 소개하고 있다”고 했다.

이처럼 팝업스토어가 갈수록 늘어나는 이유는 새로운 트렌드를 원하는 소비자, 고객 유치와 매출 상승을 노리는 백화점, 판매 활로를 찾는 중소기업의 3박자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중소기업의 경우 비싼 수수료를 감수하며 백화점에 섣불리 입점하기보다 팝업스토어에서 성공 여부를 가늠해본 후 진출할 수 있고, 백화점 입장에서도 소비자 입맛에 맞춘 상품을 빠르게 선보여 차별화할 수 있다”며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팝업매장은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dod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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