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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아에 안정감 주려 최선…떠나보낼 때마다 마음 아프죠”
뉴스종합| 2018-05-08 11:43
입양아 45명 기른 위탁모 박상매씨
16년간 입양 되기전 아기들 키워
두돌 되기 전에 양부모 손으로…
“거리 청소년·미혼모 보면 안타까워”

“우리 아기들, 길거리 청소년, 미혼모들을 볼 때마다 항상 그들의 부모가 되는 마음이죠.”

어버이날을 앞둔 5일 서울 마포구 홀트아동복지회 사무실에서 만난 위탁모 박상매(59) 씨는 부모의 사랑이 꼭 한 가지 모습을 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위탁모는 입양되기 전의 아기들을 맡아 집에서 키우는 역할을 한다.

박씨는 입양 주선기관인 홀트아동복지회에서 2002년부터 위탁모로 활동하며 현재 생후 19개월, 5개월된 두 아기를 돌보고 있다.

박씨는 “맡아 기르던 아기들을 보낼 때마다 안 보내고 싶지만 될 수 있으면 빨리 보내서 아기들이 양부모에게 적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보내긴 보내야 하는데 보낼 때가 되면 ‘왜 이렇게 빨리 가나’ 싶다”고 미소 지었다.

16년간 입양아 기른 위탁모 박상매씨 [연합뉴스]

위탁 아기들은 보통 두 돌이 되기 전 양부모 가정으로 간다고 한다. 박씨는 “헤어질 때면 막말로 말 못하는 아기들 처지에선 ‘버림받았다’고 생각할 것만 같다”며 “할 짓이 못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다른 아기가 오기를 기다리는, 매우 복합적인 감정”이라고 설명했다.

박씨는 아기들을 맡아 키우면서 부쩍 거리의 청소년이나 미혼모들에 관한 관심이 커졌다고 했다. 입양아들의 생부모가 될 가능성이 큰 이들이기 때문이다.

그는 “그런 청소년들의 부모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며 “부모가 조금만 더 따뜻하게 대해줬더라면 저렇게까지 많은 아이가 밖으로 나돌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또 “위탁모로 활동하기 전 과외를 하면서 많은 아이를 가르쳤는데, 부모가 관심을 가진 아이들은 공부를 잘하고 못 하고 떠나서 안정감이 있다”며 “그런 점을 잘 알기에 제게 오는 아기들에게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사랑을 베풀어 안정감을 주려는 부모의 마음이 된다”고 힘줘 말했다.

육아는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아기들이 보여주는 작은 행동에 감동해 더 많은 것을 주고 싶어지는 마음은 생부모와 다르지 않다고 박씨는 덧붙였다.

박씨는 “항상 아기를 위해 뭘 더 해줘야 하나, 저런 걸 해줘야 하나 고민한다”며 “내가 뭔가 계속 가르쳐서 아기가 익히고 발달하는 것을 보면 그 즐거움이란 이루 말로 다할 수 없다”고 흐뭇해했다.

그러면서 “그렇게 사랑을 줘서 아이가 안정감을 가지고 자랄 수만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며 “몸은 힘이 들어도 마음은 전혀 힘들지 않다”고 강조했다.

박씨는 “같은 동네의 연배 높은 이웃이 어느 날 아기를 키우기에 처음엔 ‘어휴 저게 웬일인가’ 싶었는데 알고 보니 위탁모를 하고 있었다”며 “그 길로 복지회에 연락해 시작한 것이 어느덧 16년이 흘렀고, 지금까지 45명을 키워 45번 작별했다”고 돌아봤다.

홀트아동복지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위탁이 필요한 아동은 271명, 위탁가정은 228곳이다. 위탁가정 중 쉬는 곳이 32곳으로 196곳에만 위탁이 이뤄지고 있다.

복지회 관계자는 “아동이 위탁가정보다 더 많아 위탁모가 더 필요하다”며 “박상매 어머니 같은 분들의 손길이 더 있어야 입양아들이 잘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호진 기자/mh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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