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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피해 유발”지적에, 경찰 ‘성폭력 수사’ 태도ㆍ화법 바꾼다
뉴스종합| 2018-05-11 09:12
-‘성폭력 피해자 표준조사모델 개발’ TF 구성
-조사 과정서 발생하는 2차 피해 방지 목적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 경찰이 성폭력 수사과정에서 피해자를 대하는 태도와 화법 등을 전면적으로 개선한다.

11일 경찰청에 따르면 성폭력 수사과정에서 피해자를 대하는 가이드라인을 만들고자 지난달 ‘성폭력 피해자 표준조사모델 개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이번 TF는 성폭력 수사과정에서 수사관의 이해 부족으로 피해자가 비난을 받거나 조사 공간의 문제 등으로 피해자에게 예기치 못한 2차 피해를 유발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만들어졌다. TF에는 경찰청 직원 4명, 수사관 5명, 해바라기센터 수사관 2명, 외부 전문가 5명 등 총 16명이 투입됐다. 


경찰은 우선 조사관들의 인식과 태도를 살펴보기 위해 과거 조사받은 경험이 있는 피해자 40여 명을 상대로 의견을 수렴한다. 이는 해바라기센터와 피해자케어요원을 통해 직ㆍ간접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또한 피해 조사를 담당했던 조사관 면담과 영상녹화물 분석을 통해 조사과정에서 조사관이 불편함을 야기한 경우나 2차 피해를 유발한 요인 등을 확인할 방침이다. 진술조서를 분석해 조사관이 범죄 입증과 무관한 질문을 한 부분은 없는지 등을 살펴보고 죄명별로 범죄입증에 필요한 질문도 유형화할 방침이다.

조사방식과 함께 조사 공간의 환경도 개선한다. 경찰은 우선 일선 경찰서 여성청소년수사팀 내에 있는 조사 공간을 분리하는 사업을 확대한다. 현재 분리된 조사 공간이 있는 경찰서를 74개소에서 89개소로 늘리고, 진술녹화실이 있는 경찰서도 올해 안으로 257개소에서 265개소로 확대할 방침이다.

경찰의 성폭력 조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피해자의 2차 피해에 대한 지적은 끊임없이 제기됐다.

한국여성의전화의 지난해 상담 분석 결과에 따르면 성폭력 피해 상담 869건 가운데 2차 피해를 경험했다는 응답률이 19.3%를 차지했는데 이 가운데 경찰, 검찰, 법원 등 수사ㆍ재판과정에서의 2차 가해가 17.5%로 세 번째로 높았다. 신고 접수단계에서 경찰이 “모텔 가는 것 자체가 동의 아니냐? 왜 처음부터 신고하지 않았느냐”, “신고한다고 다 되는 게 아니고 무고죄가 될 수도 있다”는 등의 발언을 하며 피해자를 위축시키거나 피해자에게 책임을 돌리는 사례들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미투 운동으로 재조명을 받은 ‘단역배우 자매 사망 사건’의 경우에도 성폭력 피해자가 경찰 조사 과정에서 2차 피해를 입은 사실이 전해지면서 공분을 사기도 했다.

경찰은 성폭력 피해자 표준조사모델안을 오는 7월까지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평소 피해자의 2차 피해를 예방하는 매뉴얼이 있었지만 구체적인 내용이 없어 한계가 있었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피해자 조사시 유의해야 할 용어, 억양, 화법부터 피해자를 대하는 태도까지 매우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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