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은 한 소도시의 종합병원을 무대로 펼쳐진다. 서울의 한 병원에서 근무하다 불미스런 일에 휘말려 이인시의 선도병원으로 내려온 무구는 이석 덕에 새 환경에 빨리 적응해 나간다. 조선업과 함께 흥했다 몰락한 이 지역 출신인 이석은 병원의 구석구석을 챙기며 병원의 운영에 한 역할을 하는 인물이다.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 병원의 프로젝트팀에 들어간 무구는 이석의 비리를 알게되고 고민한다. 그와의 친분, 이석에게 아픈 아이가 있다는 사실과 임신한 자신의 아내와 아이에게 떳떳한 아빠가 되겠다는 다짐 속에서 갈등하며 이석의 비리를 익명으로 고발하게 된다.
이후 이석은 사직서를 내게 되고 무구는 동료들로 부터 따돌림을 당하고 엉뚱한 보직으로 밀려나지만 진실은 그가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곳에 있었다.
작가는 병원에서 일어나는 온갖 비리를 무구의 시선으로 그려내지만 그 역시 자유롭지 못한 현실을 막막하게 그려낸다.
무구는 정의나 윤리가 무엇인지 끊임없이 저울질하지만 내내 혼란스러워하고, 사무장이 구속된 병원의 남아있는 이들 역시 또 다른 매매자를 기다릴 뿐이다. 작가가 바라보는 우리사회 도덕의 한 지점을 보여준다.
이 소설은 월간 ‘현대문학’의 특집 지면 ‘현대문학 핀 시리즈’의 첫 소설로, 200매를 더해 장편소설로 재탄생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