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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PAS] 수입초콜릿은 왜 그렇게 비쌀까? (feat. 당신이 몰랐던 초콜릿 이야기)
뉴스종합| 2018-05-14 09:01

[헤럴드경제 TAPAS=나은정 기자]초콜릿은 기호품일까 사치품일까. 세계적으로 수요는 증가하는데 공급량이 줄면서 올해 초콜릿의 원료가 되는 카카오 가격이 50%나 뛰었다. 작년 말엔 미국 언론을 통해 지구 온난화로 2050년경엔 초콜릿을 아예 먹지 못할 것이라는 ‘멸종설’이 제기돼기도 했다. 지금도 편의점에선 1000원짜리 초콜릿을 쉽게 살 수 있지만, 고급 레스토랑 식사비용 뺨치는 몸값의 초콜릿이 늘어나면서 만만한 간식쯤으로 대하기 민망한 요즘이다.

쏟아져 들어온 수입초콜릿

2015년 기준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연간 초콜릿 소비량은 607g. 1초에 4개씩 팔렸다는 ‘가나’ 초콜릿(34g)을 1년에 약 18개 섭취한 정도다. 세계에서 국민 1인당 초콜릿 소비량이 가장 많은 국가는 스위스(9㎏)인데, 이는 우리나라의 15배 정도 많은 수준이다. 이렇게 보면 사실 한국인은 그렇게 초콜릿을 즐기는 민족이 아니구나 싶다.

하지만 연간 초콜릿 수입량을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관세청 통계에 따르면 2017년 초콜릿과 초콜릿과자의 수입량은 총 3만2649톤, 한-EU FTA 발효로 수입량이 폭증했던 2011년 2만6564톤에 비해 23%나 증가했다. 수입액으로 따져봐도 2011년 1억6602만달러에서 2017년 2억1840만달러로 32%나 늘었다.


2017년 초콜릿류 소매 시장 규모는 8116억원으로 커졌지만 국내 생산량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는데, 이는 수입 초콜릿에 대한 인기를 반증한다. 이탈리아ㆍ벨기에 등 유럽산 수입 초콜릿의 공세와 국내 식품업체의 해외 초콜릿 기업 인수, 해외 브랜드와의 협업, 수입 초콜릿 전문 판매점의 등장 덕분에 소비자는 수입 프리미엄 초콜릿도 쉽게 접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최근 몇 년간 심리적 만족감을 추구하는 ‘스몰 럭셔리’와 ‘가심비’,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찾는 ‘소확행’ 바람이 초콜릿 시장에도 불면서 프리미엄 초콜릿의 인기는 치솟았다.

비싸도 괜찮아요 ‘진짜’니까

벨기에 프리미엄 초콜릿 브랜드 고디바(Godiva)’의 시그니처 트뤼프 컬렉션
일본 프리미엄 초콜릿 브랜드 ‘로이즈(Royce)’의 생(生)초콜릿
스위스 프리미엄 초콜릿 브랜드 ‘레더라(Laderach)’ 컬렉션
프랑스 프리미엄 초콜릿 브랜드 ‘미셸클뤼젤(Michel Cluizel)’ 누아르 망디앙

수입 초콜릿의 국내 판매가격은 공급가격에 운송비, 관세, 유통마진 등이 붙어서 결정되는데, 이름 좀 들어본 프리미엄 브랜드 제품은 한 끼 식사비를 거뜬히 넘긴다. 미국ㆍEUㆍ아세안 국가에서 수입되는 초콜릿은 한국과의 FTA(자유무역협정) 덕분에 관세가 붙지 않는데(0%), 부가세 10%와 운송비ㆍ통관수수료 등의 부대비용을 제외하더라도 유통사들이 얼마나 많은 이윤을 남기는지 추측해 볼 수 있다. 

일본의 유명 초콜릿 브랜드 ‘로이즈(Royce)’의 생(生)초콜릿(20구)은 일본에서 777엔(7576원)에 팔리고 있지만 국내에선 1만 8000원을 줘야한다. 벨기에 프리미엄 초콜릿 브랜드 ‘고디바(Godiva)’의 대표 상품인 시그니처 트뤼프 컬렉션(12구)은 현지 가격이 32불(3만4320원) 수준인데 국내에선 5만원에 팔린다. 스위스의 고급 수제 초콜릿 브랜드인 ‘레더라(Laderach)’의 컬렉션(24구)의 경우 현지 공식 홈페이지 가격은 33.5스위스프랑(3만5755원)에 불과하지만 국내 가격은 6만9000원이다.


사악한 가격에도 불구하고 2030 소비자들은 기꺼이 지갑을 연다. 확실히 수입 프리미엄 초콜릿은 퀄리티가, 만족감이 다르다는게 이유다. 그 만족감은 초콜릿의 원료와 함량에서 기인한다. 초콜릿은 카카오 열매의 씨앗(카카오콩)을 볶아 분쇄한 카카오닙스를 압착해 반죽 형태로 만든 카카오 매스와 카카오 매스를 압착해 얻은 카카오 버터에 설탕을 첨가해 만든다. 유럽의 경우 카카오 매스 함량이 35% 이상, 카카오 버터 18% 이상이 들어가야 하고 미국의 경우는 카카오 매스 함량이 15% 이상 돼야 초콜릿으로 표기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 초콜릿 사정은 다르다. 국내 제품의 경우 카카오 매스에 대한 함량 기준이 없어 카카오 매스에서 지방을 제거한 ‘카카오 고형분’이 35% 이상(코코아버터 18% 이상, 무지방 코코아고형분 14% 이상)든 것을 초콜릿으로 분류하고 있다. 하지만 카카오의 유효성분들은 카카오 매스에 함유돼 있어, 카카오 고형분 함량이 높아도 좋은 초콜릿일 수 없다. 뿐만 아니라 국내 제품들은 카카오 매스 대신 저렴한 코코아 프리퍼레이션(카카오 매스와 전지분유 등을 섞은 것)을, 카카오 버터 대신 식물성유지(팜유)를 섞어 제조한 ‘준초콜릿’이나 ‘초콜릿가공품’이 대부분이라 소비자들의 만족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맛보다 취향을 삽니다

수입 초콜릿 시장에도 물론 ‘보급형’이 있다. 금박 포장으로 유명한 페레로 로쉐나 삼각뿔 모양의 토블론, 기라델리, 길리안, 캐드베리, 마스, 킷캣 등은 올 초 해외 매체로부터 세계에서 가장 인기있는 초콜릿, 먹어봐야할 초콜릿으로 꼽히기도 했다. 

2014년 서울 롯데월드몰에 문을 열 럭셔리 초콜릿 카페 ‘길리안’

페레로 로쉐는 여전히 수입 초콜릿 시장 1위 자리를 지키고 있고 킷캣이 주는 오후의 기쁨은 크지만, 국내 수입 프리미엄 초콜릿에 대한 수요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롯데그룹이 지난 2014년 롯데월드몰에 문을 연 럭셔리 초콜릿 카페 ‘길리안’이나, 레더라, 레오니다스, 토이셔 등 명동·강남 등지의 프리미엄 초콜릿 매장들은 단순히 기호식품이 아닌 취향을 사는 공간이 됐다. 초콜릿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역시 배고플 때 먹는 간식이 아니라, 스페셜티 커피나 위스키에 곁들여 먹는 최고급 안주, 우울할 때마다 하나씩 꺼내먹는 소장템으로 점차 변화하고 있다. 


/better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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