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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향성이 없다” 고액 자산가들도 투자 관망
뉴스종합| 2018-05-18 08:32
美금리인상ㆍ무역갈등ㆍ北리스크 등 변수 걸림돌
경제 성장세 미약한데 규제 강화 기조도 우려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최근 우리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부동산 규제마저 강화되면서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그간 부동산 시장을 주도했던 강남에선 거래 절벽이 현실화되고 있고, 채권ㆍ주식 등 증권투자도 주저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18일 은행권에 따르면 시중은행 PB센터와 거래하는 고액 자산가들 사이에서 최근 투자를 서두르지 않고 시장을 관망하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시장의 흐름을 뒤바꿀 수 있는 초대형 변수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어 투자 결정을 뒤로 미루는 게 낫다고 보기 때문이다.


우선 글로벌 금융시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미국의 정책금리가 다음달 인상될 것이 확실시된 데다,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국이 비핵화 문제를 놓고 신경전을 펼치면서 북한 리스크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미국의 대(對)중국 관세 부과 조정기간(60일)이 조만간 만료되면서 미중 간 무역전쟁에 대한 불확실성도 확대되고 있다.

김현식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PB팀장은 최근 시장 분위기에 대해 “굵직한 이벤트를 앞두고 있어 방향성이 모호한 상황”이라면서 “자산가들의 경계심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관망세가 짙다”고 설명했다. 김 팀장은 “이전부터 채권에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는 데다 국내외 주식시장도 하락 내지 정체 상태여서 증권시장에서 적극적인 투자에 들어가는 움직임은 많지 않다”면서 “기존 투자 고객 중 일부만 자산 배분 차원에서 추가 매수를 하거나 국내 펀드를 저가 매수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 시중은행 PB는 “반기업 성향의 정부 정책이 주식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고 경기 불확실성도 커져 국내 주식을 중심으로 보수적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면서 “정부의 (규제) 스탠스가 강화되면 강화됐지, 돌아서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점도 투자심리를 약화하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부동산 투자에 대한 관심이 시들해지고 있다. 주택시장은 실거주용 외엔 매수 문의가 뚝 끊겼고, 오피스텔이나 상가, 빌딩 등 수익형 부동산 거래는 실종되다시피 했다. 그동안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올라 추가 수익률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운 반면, 양도소득세 중과, 개인사업자대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시행 등 규제는 강화되고 있어서다.

김인응 우리은행 테헤란로 금융센터장은 “강남에 20년 있었지만 올해처럼 부동산 거래가 죽은 때가 없었다”면서 “수익형 부동산의 경우에도 일부 법인들이 특수 목적으로 매입하는 것 외에 투자용으로 구입하는 일이 드물어졌다. 다들 관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요가 꾸준했던 꼬마빌딩도 수익성 저하와 높은 공실률 등으로 지난해만큼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게 김 센터장의 지적이다.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자금을 머니마켓펀드(MMF) 같은 단기성 상품으로 돌리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실제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MMF 설정액은 4월 한 달 간 13조9391억원 증가했다. 2월에 5조2878억원, 3월에 10조2085억원 빠져나갔다가 3개월 만에 유입으로 돌아선 것이다. 이달에도 16일까지 일주일 동안에만 8466억원이 유입됐다.

자산가들이 접근 가능한 사모투자 중심으로 투자대상이 변화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박승주 KEB하나은행 서압구정골드클럽 센터장은 “시장 변동성이 심해 주식형 펀드, 공모펀드 가입을 주저하고 있다”면서 “대신 안정적 수익이 기대되는 사모펀드나 구조화상품에 대한 투자가 늘었다. 전체 펀드 내 지수연계펀드(ELF)의 비중이 과거 30∼40% 정도였다가 요즘엔 50%를 넘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sp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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