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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무 회장 별세]통신사업 진출 구본무, “판을 흔드는 승부수ㆍ과감한 투자로 위기 돌파”
뉴스종합| 2018-05-20 11:30
- 취임 후 신규사업, 통신 진출
- PCS 사업권 따던 날, 트윈타워에서 전체 임직원과 ‘맥주파티’
- 고비때마다 야전사령관 자처…승부수 던져 결단
- 판 흔드는 과감한 투자와 합병 



[헤럴드경제=최상현 기자]‘통신사업에서 네트워크센터는 심장과도 같다. 빈틈없는 관리가 필요하다’.

지난 2008년 10월 LG텔레콤 상암DMC신사옥 준공식을 찾은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1995년 2월 LG그룹 총수 자리에 오른 그는 통신에 대한 애착이 강했다. 고비도 많았다. 그 때마다 그는 시장의 판을 흔드는 승부수로 위기를 돌파했다.
구본무(왼쪽에서 네번째) 회장이 2008년 10월 LG텔레콤 상암DMC신사옥 준공식에서 테이프커팅을 하고 있다.

최전선 야전사령관을 자처했다. 특히 네트워크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를 강조했다.

구 회장은 취임 이듬해인 1996년 6월 LG가 개인휴대통신(PCS)사업자로 선정돼 통신사업에 진출한다. 

취임하자마자 추진한 첫 번째 신규사업이었다. 그는 창업주가 구축해 놓은 전자, 화학 이외 자신만의 새로운 사업 영역이 필요했다.

그의 꿈은 종합유무선통신사업자였다. 통신을 ‘미래 먹거리’로 본 것이다. 

국내에서 가장 먼저 통신장비 사업을 시작한 LG는 통신에 대한 경험과 노하우가 풍부했다.

1996년 국내에서는 세계 최초로 2세대(2G)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통신 환경이 구축됐다.

‘벽돌폰’ 대신 ‘폴더폰’이 등장하고 음성 이외에 문자, 이메일, 데이터 서비스가 첫 선을 보인 때였다.

당시 정부가 추진하던 PCS 사업자 선정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됐다.

구 회장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혈투 끝에 ‘삼성과 현대 컨소시엄’을 제치고 사업권 획득에 성공했다..

구 회장과 구자경 명예회장은 당시 트윈타워 빌딩 지하에 2000여명 임직원들을 불러 맥주 파티를 열고 기뻐했다.

(사진)1996년 6월 10일 LG가 PCS사업권을 확보한 날, 여의도 LG트윈타워 지하에서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등이 맥주로 축배를 들고 있다. 오른쪽부터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 정장호 LG정보통신 사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 맞은편이 구자홍 LG전자 대표이사 사장

하지만 시련도 있었다.

황금알을 낳을 것으로 알았던 사업은 순탄치 않았다. 그는 1997년 창립 50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황금알은 커녕 메추리알도 낳기 힘들 것 같다”도 털어놓기도 했다.

하지만 트레이드 마크인 ‘끈기와 결단’으로 어려움을 이겨냈다.

1999년 4월 청와대에서 열린 정ㆍ재계 간담회에서 구 회장은 “향후 정보통신산업을 주력사업으로 키울 것이며, 데이콤 인수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LG는 2000년 데이콤을 품에 안는다. 이후 LG그룹은 3세대 이동통신(3G) 사업권 획득 실패 등 또 다시 부침을 겪었다.

구본무(가운데) 회장이 2015년 4월 LG유플러스 용산사옥 준공식에서 테이프커팅을 하고 있다.[제공=LG유플러스]


구 회장은 새로운 카드를 꺼냈다.

장관과 경쟁사 최고경영자(CEO)들을 직접 만나며 어려운 상황을 정면돌파했다.

그의 선택은 2010년 LG텔레콤, LG데이콤, LG파워콤 등 LG 통신계열 3사의 합병이었다.

이는 LG그룹이 통신사업에서 반전을 맞는 계기가 된다.

LG유플러스는 2011년과 2012년에 걸쳐 4세대 이동통신(LTE)에만 1조3000억원이라는 과감한 투자를 단행했다.

당시 비용 절감 등을 이유로 투자에 소극적이던 임원들에게 구 회장은 선제적인 네트워크 투자를 지시했다.

LG 관계자는 “임원들의 생각과 달리 구 회장은 경영실적에 연연하지 말고 과감히 투자할 것을 독려했다”고 말했다.

한때 14%대까지 떨어졌던 시장점유율은 LTE 서비스 개시 후 꾸준히 올라 현재 21%대 진입을 바라보고 있다.

구 회장은 지난 2015년 LG유플러스 용산사옥 준공식에도 직접 참석할 만큼 통신사업에 대한 변함 없는 애정을 드러냈다.

bons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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