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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 모르는 재벌 구본무…5대그룹 총수 중 유일한 무전과자
뉴스종합| 2018-05-21 09:41
[헤럴드경제=이슈섹션] 구본무 회장이 20일 별세하면서 1995년부터 23년간 이어진 LG의 3세 경영이 공식적으로 막을 내린 가운데, 생전에 과한 의전과 복잡한 격식을 마다하고 소탈하고 겸손하게 살아온 고인의 성품이 새삼 화제가 되고 있다.

구 회장은 평소 꾸밈없이 소탈한 CEO로 유명하다. 격식에 신경 쓰지 않으며 예절과 자기절제가 철저한 인물로도 이름이 나 있다.

고인은 경영진에게 자녀 등의 결혼식을 검소하게 치르도록 조언하는가 하면, 지난해 창립 70주년 때도 성대한 행사 없이 시무식을 겸해 간소하게 치르면서 의미를 되새겼다. 

사진은 1998년 임원 초청 간담회에서 구 회장이 발표하는 모습. [사진제공=연합뉴스]

구 회장을 가까이서 접한 재계와 엘지 인사들은 “구 회장은 재벌의 ‘황제경영’이라는 말을 제일 질색한다. 재벌들이 잘난 척하는 것도 싫어한다. 최근 사회적으로 지탄받는 ‘재벌 갑질’과는 거리가 먼 분이다”라고 기억했다.

구 회장은 1995년 취임 뒤 ‘정도경영’을 선언했다. 윤리경영을 기반으로 정정당당하게 승부하는 기업이 되자는 취지였다.

물론 구 회장도 대한민국에서 기업을 운영하는 재벌 총수였기에 정경유착 사건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했다.

2016~2017년 국정농단과 정경유착 특검 때는 미르·케이스포츠재단에 거액을 출연한 것에 대해 조사를 받았다. 2002년 대선에서는 한나라당 요청으로 다른 재벌과 함께 불법 정치자금을 건넨 이른바 ‘차떼기 사건’으로 곤욕을 치렀다.

하지만 구 회장은 보복이 우려돼 권력의 요구에 따르기는 했지만 그 대가로 반대급부를 요구하는 일은 결코 없었다.

그 결과 상당수 재벌 총수가 사회적 비난을 사고 심지어 사법처벌까지 받았지만, 엘지는 큰 탈 없이 넘겼다. 5대그룹의 현직 총수 중에서 사법처벌을 받지 않은 사람은 구 회장이 유일하다.

이런 그의 성품은 비공개 가족장으로 치러진 그의 장례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구 회장의 장례는 재계 인사의 장례로는 이례적으로 비공개 가족장이자 3일장으로 치러진다.

LG그룹 측은 자신으로 인해 번거로움을 끼치고 싶지 않아했던 고인의 뜻을 따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인은 지난해부터 건강이 악화되면서 가족과 회사 임원들에게 “폐 끼치고 싶지 않다”며 조용한 장례식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생전에 과한 의전과 복잡한 격식을 마다하고 소탈하고 겸손하게 살아온 고인의 성품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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