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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00만원 대출하려다 4억 빚더미…보이스피싱에 당했다
뉴스종합| 2018-05-31 10:33
-1인 피해액 역대 4위…저축은행 직원 사칭 54일간 집요한 사기행각 수법

[헤럴드경제=이슈섹션] 저축은행 직원을 사칭한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에 속아 4천500만원을 대출받으려던 50대가 약 4억원의 빚더미에 앉은 사기피해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은 보이스피싱 1인 피해액 역대 4위에 기록됐으며,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집요한 사기행각 수법에 경찰관들조차 혀를 내둘렀다.

31일 경기북부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따르면 지난 3월 20일 토건사업가 A(53)씨는 저금리 정부지원 햇살론을 받게 해주겠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 한 통을 받았다.

저축은행 직원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조직원은 A씨의 문의전화에 “연 6.9%의 금리로 최대 3천만원까지 햇살론 대출을 해주겠다”고 속였다.

[사진=연합뉴스]

당시 급전이 필요하고 신용등급이 낮았던 A씨는 수화기 너머의 말을 믿고 사기행각에 말려들었다.

대출을 받기 위해서는 일단 수수료 20만원과 인지대, 보증료 등이 필요하다는 말에 돈을 입금한 것을 시작으로, 총 41차례에 걸쳐 2억9천400만원을 입금했다.

거짓말처럼 믿기 어려운 피해 사실이지만, A씨는 감쪽같이 속아 넘어갔다.

“거래 실적을 올리려면 신용등급을 높여야 한다”, “신용등급이 높아지면 연 6%의 금리로 4천50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신용등급을 높이려면 은행 거래 실적이 많아야 한다”는 등 계속해서 돈을 요구하며 달라지는 말에도 A씨는 마치 다단계조직에 돈을 물리듯이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당시 A씨가 수중에 쥐고 있던 돈은 약 1천만원밖에 안 돼 A씨는 돈을 빌리기 위해 주변에서 돈을 빌리는 아이러니한 상황에까지 놓였다.

그러나 A씨는 대출금이 입금되는 순간 수수료를 뺀 나머지 돈은 모두 돌려받을 수 있다는 그 말만을 철석같이 믿었다.

게다가 이들 조직은 A씨를 안심시키기 위해 A씨의 계좌에 수백만원의 돈이 계속해서 입금됐다가 출금되는 것을 보여주면서 신용등급이 향상되고 있다고 속였다.

특히 A씨의 입장에서는 돈이 묶여 있다 보니 중간에 이들과의 ‘거래’를 그만둔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었다.

심지어 A씨의 은행계좌가 보이스피싱조직의 대포통장으로 이용되기까지 해 이를 알아챈 은행에서 A씨의 계좌에 대해 지급정지를 해 A씨가 잠시 범죄 피해를 의심했는데도 이들은 A씨를 또 다른 거짓말로 속였다.

보이스피싱조직은 “신용등급 상향 ‘작업’을 하는 것이 금융감독원에 적발돼 계좌정지가 된 것”이라며 “현금을 상자에 포장해 놓으면 직원을 보내 가져가겠다”고 오히려 말했다.

이에 A씨는 지난달 30일부터는 아예 현금다발로 돈을 보내주게 됐다.

A씨는 11차례에 걸쳐 1억1천만원을 이들에게 더 넘긴 뒤에야 경찰관에게 자신이 처한 곤경을 상담했다.

그러나 때는 이미 늦은 뒤였다.

그때 A씨는 54일간 52차례에 걸쳐 총 4억400만원을 이들에게 보낸 상태였고, 보이스피싱 조직에서는 그 돈을 이미 다 가로챘기 때문이다.

A씨가 경찰에 출석해 피해 사실을 진술하는 와중에도 보이스피싱조직은 A씨에게 500만원만 더 보내면 곧 돈을 받을 수 있다고 하는 등 끝까지 A씨를 속였다.

A씨는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 “내가 정말 사기를 당한 것이 맞느냐”고 되물었고,자신이 고스란히 4억원의 빚을 떠안게 됐다는 사실에 망연자실한 모습을 보였다고 경찰 관계자는 전했다.

경찰은 사기 등의 혐의로 보이스피싱조직의 수거책 B(28)씨, 현금 인출책 C(22)씨, 송금·환전책 D(25)씨와 E(39)씨를 구속했다.

또 가로챈 돈을 중국으로 송금할 수 있도록 도와준 환전상 F(35)씨를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에 검거한 보이스피싱조직은 금융기관을 사칭해 신용등급 상향, 보증료 등 갖은 명목으로 선입금을 요구하는 수법을 썼다”면서 “대출을 빌미로 돈을 요구하는 전화나 문자를 받으면 즉시 112나 금융감독원(1332)으로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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