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미스 함무라비’, 장르물에서 멜로가 튀지 않는 이유
엔터테인먼트| 2018-06-06 15:42
-멜로도 법정드라마 답게~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JTBC 월화드라마 ‘미스 함무라비’는 멜로도 생활밀착 법정드라마 답게 풀어낸다. 김명수가 바로 옆에서 근무하는 고아라에게 “좋아하니까 알고 싶습니다”라고 돌직구 고백을 날렸고, 고아라는 “저는 이 조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여유가 없다”라고 거절했다. 이것이 6회까지 진행된 멜로다.

그런데 장르드라마에서 그 멜로가 튀지 않았다. 법원에서 연애하는 드라마와는 한참 다르다. 멜로에 관한 대사도 사건과 인간에 관한 생각을 하게 한다. 국회의원(강요한)이 과거 운동권 시절 시위현장에서 찍힌 사진 한장을 지워달라고 소송을 제기한 것과도 연관된 스토리였다.


기억하고 싶은 과거와 잊고싶은 과거. 고아라는 고교시절 김명수의 첫 사랑이었다. 독서교실 친목의 밥에서 피아노치는 고아라를 보고 반했지만 고백하지는 못했다.

“인간의 기억이란 참 묘해서 완결된 것은 망각하고 미완의 것은 오래오래 기억한다... 해피엔딩을 이루고는 익숙해져가는 사랑과 안타깝게 못 이뤄 평생 그리워하는 사랑중에 어느 게 더 달콤한 것일까? 아니, 어느 게 더 슬픈 것일까?”

김명수는 이렇게 생각하며 고아라와의 과거를 연결시키며, 자신이 고아라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떠올린다. 물론 여기에는 고아라가 과거 남편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병들어있는 어머니의 기억에서 잊힐까 하는 두려움과, 이뤄지지 않아 오래 간직해왔던 김명수의 첫사랑이 국회의원 강요한의 사건과도 잘 맞물렸다.

또한 국회의원 소송사건도 간단하지 않아 좋았다. 잊혀질 ‘권리’ 소송은 잊을 ‘의무’에 관한 소송이었음이 스토리에서 드러났다. ‘잊혀질 권리’와 ‘국민들의 알 권리’ 사이의 팽팽한 논쟁 속에 국회의원 강요한의 씁쓸한 선택은 여운을 남겼다.

5일 방송된 ‘미스 함무라비’ 6회에서는 박차오름(고아라 분)과 임바른(김명수 분)의 관계가 전환점을 맞았다. 박차오름, 임바른은 임바른의 동아리 선배인 민용준(이태성 분)과 저녁 식사를 하게 됐다. 박차오름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둘 만 남게 됐고 민용준은 “오름이가 달라진 생활 때문에 힘들어하지 않냐”고 물었다. 하지만 임바른은 박차오름의 가족사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었다. 강요한 의원의 ‘잊혀질 권리’에 대한 소송을 이야기 하던 중 “누구나 나름의 속사정은 있다. 남들은 굳이 알 필요 없는”이라고 말하는 박차오름에게 임바른은 “전 알고 싶은데요. 박판사님 속사정”이라고 돌직구로 다가갔다.

개인주의자인 임바른에게서 볼 수 없었던 타인에 대한 관심이었다. 박차오름은 “그게 왜 알고 싶으시죠?”라고 반문했다. 이에 임바른은 “좋아하니까 알고 싶다. 처음 봤을 때도 좋아했고, 시간이 흘러 다시 만난 지금도 좋아한다”고 진심을 말했다. 이어 “그땐 아무것도 몰랐고, 지금도 잘 몰라요. 한 사람을 잘 알지 못하면서 좋아할 수 있는 건지 생각해 봤는데, 그 사람에 대해 알고 싶은 마음도 좋아하는 마음”이라고 진솔하게 털어놓았다.

임바른이 진솔하게 고백했다면 박차오름의 답은 진중했다. 박차오름은 “자상하게 잘 해줄 때 설레기도 하지만 좋은 선배가 곁에 있어 고마운 마음이었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아버지는 안 계시고, 남기고 가신 빚은 있고, 어머니는 많이 아프시다. 외할머니는 하루가 다르게 약해지고 계시고, 이 조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솔직히 살아남지 못할까봐 무섭다”며 “지금 같이 일하는 사람에게 개인적 감정을 느낄 여유가 없다”고 덤덤하게 정리했다.

이날 방송에서 공개된 두 사람의 과거는 설렘을 선사했다. 정보왕(류덕환 분)은 술자리에서 박차오름의 피아노 연주를 듣고 독서교실의 기억을 떠올렸다. 임바른의 첫 사랑이 박차오름이었던 것. 박차오름은 임바른을 그저 편안한 오빠로 기억하고 있었고, 임바른에게 박차오름은 “아주 괜찮은 사람”이자 사춘기를 가득 채웠던 첫 사랑이었다. 비록 기억은 엇갈렸지만 이들의 로맨스는 풋풋했다. 임바른의 첫사랑은 이제 짝사랑으로 바뀌었다. 임바른의 직진 고백을 단칼에 잘라낸 박차오름이지만, 두 사람의 모습은 설레는 ‘청춘’ 그 자체였다. 전환점을 맞은 두 사람의 관계 변화가 어떻게 진행될지 궁금증을 높인다.

이날 시청률은 전국기준 5.1%, 수도권 기준 5.6%(닐슨코리아 수도권 유료가구 기준)를 기록, 뜨거운 인기를 과시하며 자체 최고 시청률을 다시 갈아 치웠다. 이는 지난 최고 시청률 보다 각각 0.1%P, 0.1%P 높은 수치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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