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이 한국에 패해 80년 만에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탈락하자 독일 최대 스포츠 기업 아디다스는 이렇게 밝혔다. 아디다스는 독일팀이 16강 진출에 실패했어도 여전히 올해 축구 셔츠 800만장을 팔 수 있다고 기대했지만, ‘F조 꼴찌’를 향한 축구팬들의 관심은 급속도로 식고 있다. 위기를 감지한 듯 아디다스는 벌써 독일 유니폼 가격을 인하했다.
<사진>독일 국가대표 왼쪽부터 토니 크로스, 메수트 외질, 마츠 훔멜스 [출처=아디다스] |
■불길에 물부은 꼴
전대회 우승팀, FIFA랭킹 1위, 디펜딩챔피언. 독일은 이번 월드컵에서도 자타가 공인하는 최대 우승후보였다. 독일 축구팬들은 승리를 향한 의지와 함께 지갑을 열 의지 또한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개막 전 독일 슈트트가르트에 있는 호헨하임대학이 1000명 대상 설문조사한 결과 독일 소비자들은 아디다스 레플리카 셔츠 등 월드컵 기념품을 평균 22.75유로어치 구매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이는 지난 브라질월드컵 때 소비한 평균 구매액 11.26유로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사진>아디다스 AG 최근 1주일 주가 흐름 [출처=프랑크푸르트거래소] |
하지만 독일은 예상보다 훨씬 빨리 짐을 쌌다. 그리고 시장에선 곧바로 반응이 왔다. 독일이 한국에 패한 직후 아디다스 AG 독일 주가는 전날보다 2.7% 떨어졌다. 아디다스 유니폼을 입는 스페인,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등이 생존했지만 아디다스의 ‘노른자 국가’ 독일이 무너지며 주가도 영향을 받았다.
나아가 독일 유니폼 시장가치도 떨어졌다. 아디다스는 조별리그 직후 독일 홈ㆍ어웨이 져지 등의 가격을 30% 내렸다. 사실상 재고처분에 들어간 것이다.
■BEST JUST REST
메르세데스-벤츠는 독일 대표팀을 후원하며 ‘BEST NEVER REST’(최고는 절대 멈추지 않는다)라는 캠페인을 진행했다. 감독 요하임 뢰브에는 신형 C-클래스가 제공됐다. 뢰브 감독은 개막 전 “스페인이나 브라질처럼 강하고 배고픈 적수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캠페인 모토와 같은 정신이 우리한테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요하임 뢰브 감독과 C-클래스 [출처=벤츠] |
벤츠는 이 캠페인을 5월부터 시작해 결승 경기까지 진행할 예정이었다. 독일의 결승행을 내다본 계획이었다. TV광고, 옥외광고, 각종 길거리 세일즈 활동 등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짰지만 모두 수포로 돌아갔다.
벤츠의 그룹사인 다임러 주가 또한 독일이 한국에 패한 직후 0.72% 하락했다. 호기 좋게 시작된 캠페인의 종말이다. 최고라 자부했던 그들은 이제 쉬러 갔다. 말그대로 ‘BEST JUST REST’가 됐다.
<사진>다임러 AG의 최근 1주일 주가 흐름 [출처=프랑크푸르트거래소] |
■투혼이 기술을 이겼다
독일 소프트웨어 개발 기업 SAP는 2013년부터 독일축구협회와 협력해 빅데이터 분석으로 경기력을 높이는 기술을 개발해왔다. 이번 월드컵에서 SAP가 공개한 솔루션은 ‘SAP 스포츠원’이다. 평가전 및 훈련을 통해 수집된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경기 패턴과 선수들 성향 등을 분석할 수 있다. 선수들은 개인별 분석 영상과 정보를 각자의 모바일 기기로 실시간 확인할 수 있다.
<사진>독일 대표팀 훈련 장면과 SAP 광고판 [출처=SAP] |
이번 대회에서 독일이 좋은 성적을 거뒀다면 SAP 솔루션이 빛을 볼 수 있는 기회였다. 독일의 성적이 곧 SAP 기술 홍보 효과로 이어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강한 기술력까지 더한 독일은 한국에 완패하고 말았다. 기술력보다 투혼이 우위에 있었다. 한국(118㎞)이 독일(115㎞)보다 더 뛰었다는 사실이 이를 말해준다. 그리고 한국전 패배 직후 SAP 주가도 전날보다 2.67% 떨어졌다. 이 역시 기술이 투혼에 완패했다는 점을 보여준다.
<사진>SAP 최근 1주일 주가 흐름 [출처=프랑크푸르트거래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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