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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시간 단축] ‘주 52시간’ 무풍지대 병원, ‘9월 시행’ 11시간 연속 휴식이 큰일
라이프| 2018-07-03 11:06
병원 등 보건업은 근로기준법에 따라 ’근로시간 특례업종‘에 해당된다. 그러나 ’주 52시간 예외’를 적용받으려면 노사 합의가 있어야 한다는 단서 조항이 있어 노사 간 갈등 소지가 있다. 수도권 한 대형 병원의 모습(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헤럴드경제DB]

-‘주 52시간 특례’ 대신 11시간 연속 휴식 보장해야
- 응급수술 하고 정해진 환자 일정 못 지킬 가능성
-’노사합의‘ 단서조항도 문제…勞 “주 52시간 관철”


[헤럴드경제=신상윤 기자]지난 1일부터 상시 노동자 300인 이상 사업장, 국가, 공공기관, 지방자치단체 등은 주당 최장 근무시간이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됐다. 그러나 근로기준법상 병원을 비롯한 보건업은 ‘근로시간 특례업종’에 해당한다. 노사 합의에 따라 연장근로시간을 넘겨서도 근무할 수 있도록 예외를 둠에 따라 당장 의료기관에게는 여지가 생긴 셈이다.

그러나 오는 9월부터 11시간 연속 휴식시간을 보장해야 하는 것이 문제다. 응급 수술이 수시로 있는 외과 등 진료과는 의료진 외에 의료 기술직까지 비상 대기해야 하는 것이 숙제로 보인다. ‘노사 합의가 있을 경우 가능하다’는 단서 조항도 문제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는 처벌 유예 기간인 향후 6개월 동안 단체협상 등을 통해 내년 1월부터 ’주 52시간 근무‘를 관철하겠다는 태세다.

3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의사, 간호사, 의료기사 등 다양한 보건의료 직종이 근무하는 병원 등 의료기관은 보건업이 주 52시간 근무제를 적용받지 않는 ‘근로기간 특례업종’으로 구분되면서 한시름 놓은 표정이다. 하지만 ‘노사 합의가 있을 경우 가능하다’는 단서 조항 때문에 대부분 의료기관에서 단체협상 등 속속 시작되는 노사 교섭이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는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해 ‘공중의 편의 및 안전도모와 직접적으로 관련’, ‘응급환자·응급수술 등 연장근로 한도 내에서 대처가 곤란한 가능성 상존’, ‘업무특성상 규칙적 휴게시간 부여 곤란’ 등의 사유에 속하는 ‘근로기간 특례업종’을 26개에서 보건업을 포함, 5개로 축소했다.

그러나 이들 5개 업종은 주 52시간 노동 대신 11시간 연속 휴식시간 보장이 의무화됐다. 이러한 제도는 오는 9월부터 적용돼야 한다. 때문에 병원에서는 고민이 깊다. 응급 수술 이후 다음날 다른 환자와 예약된 일정을 지킬 수 없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난해 12월 23일부터 전공의 수련시간이 주당 80시간으로 제한된 것도 이 같은 문제를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서울 지역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응급 환자가 실려와 수술을 하다가도 11시간 연속 휴식시간을 보장해 주려면 도중에 의료진을 교체해야 하는데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 것”이라며 “때문에 몇몇 병원에서는 차라리 주 52시간 근무를 노사 합의로 채택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들었다”고 했다.

보건의료노조는 ‘노사 합의가 있을 경우 가능하다’는 단서 조항을 근거로 사측과 협상을 통해 ‘주 52시간 근무’를 시행하겠다는 태세다. 보건의료노조는 대책 없이 ’주 52시간 근무 예외’가 적용되면 장시간 노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반면 대부분 병원은 ‘특례업종’을 근거로 인력 충원 등 대책보다 노사 합의에 방점을 두고 있다. 때문에 향후 의료계에서는 노사 간 갈등을 넘어 추투(秋鬪)의 가능성까지 점치고 있다.

보건의료노조 관계자는 ”주 52시간 근무 예외를 적용하려면 인력 충원, 교대 근무 체제 뱐경 등 장시간 근로를 막는 보완책이 있어야 하는데, 대부분 병원에서는 합의부터 하자는 모양새”라며 “6개월 동안 병원 측과 협의를 이끌어내고, 보건산업 인력을 확충해 내년부터 주 52시간 근무를 실현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서울 지역 대학병원 관계자는 “노사 협의를 통해 초과 근무시간에 대한 문제를 해결할 예정”이라며 “인력 충원 등의 계획은 현재 없다”고 했다.

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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