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 응급실 폭행범 [제공=연합뉴스] |
-익산 병원 응급실서 주취자에 의료진 폭행 파문 일파만파
-의협 “벌금형ㆍ반의사불벌죄 삭제 등 처벌 강화” 목소리
-의료기관 폭행 엄중하게 바라보는 국민의 공감대 형성 필요
[헤럴드경제=정세희 기자ㆍ이민경 수습기자]전북 익산의 한 병원 응급실에서 술 취한 환자가 의료진을 폭행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전문가들은 의료진 폭행사건에 대한 처벌 규정을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지난 2016년 의료진 폭행방지법이 통과됐지만 현장에서 제대로 처벌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 보다 실효성 있는 방법이 강구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9일 전주지법 군산지원에 따르면 전북 익산의 한 응급실에서 응급실 의사를 무차별 폭행한 A(46) 씨에 대해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A 씨는 지난 1일 오후 9시 30분께 익산시 한 병원 응급실에서 의사 B(37) 씨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리고 발로 걷어차는 등 폭행을 가했다. 그는 피를 흘리고 있는 B씨에게 ‘죽이겠다. 교도소 다녀와서 보자’는 등 협박하기도 했다. 현재 B 씨는 코뼈 골절, 뇌진탕 증세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상태다.
지난해 12월에는 과호흡 증세로 동생과 함께 응급실을 찾은 음주상태의 30대 여성이 의료진이 불친절하다는 이유로 말싸움을 벌이던 도중 “진정하라”고 말리는 간호사씨에게 발길질해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이날 30대 여성은 술에 취한 상태로 병원에서 간호사 복부를 발로 걷어찬 기물을 파손하는 등 난동을 피워 병원관계자가 경찰에 신고했다.
8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열린 의료기관내 폭력 근절 규탄대회에서 최대집 의협회장(앞줄 가운데)을 비롯한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제공=연합뉴스] |
의료관계자들은 응급실 의료진을 향한 폭행이 잇따르자 “이미 의료기관 폭행 사건을 강력하게 처벌하는 의료인 폭행방지법이 현장에선 유명무실하다”고 쓴 목소리를 냈다.
2016년 국회를 통과한 ‘의료인 폭행방지법’은 의료진 폭행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인 대표적인 법이다. 법에 따르면 의료행위를 행하고 있는 의료인과 의료기관 종사자, 진료를 받고 있는 환자를 폭행하거나 협박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그러나 실제로 이러한 법이 적용돼 처벌까지 이러한 법이 적용돼 처벌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의료 관계자들은 지적했다. 이수섭 전국의사총연합회 상임대표는 “2016년 어렵게 개정된 법이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 의료진 폭행사건이 발생했을 때 경찰이 적극적으로 적용해 수사하지 않고 사법부 역시 솜방망이 처벌을 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임주연 대한의사협회 정책국 법제팀 주임 역시 “폭행은 반의사불벌죄다보니 경찰이 피해자와 가해자에게 합의를 종요하는 경우가 많고, 검찰에 송치되더라도 일반 폭행과 똑같이 벌금형으로 나오는 사례가 많다”며 “법이 있어도 처벌은 미미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료법 개정을 통해 벌금형을 삭제해 실형이 선고되도록 하고 반의사불법죄를 삭제해 엄중 처벌을 하게 하려고 시도 중”이라고 말했다.
의료진 폭행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법 집행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임 주임은 “버스 운전기사를 폭행하는 것은 버스에 탄 다른 승객은 물론 다른 운전자, 보행자에게도 피해를 주는 위협행위라는 게 공론화가 많이 됐다. 의료진 폭행 역시 다른 환자들의 안전과 건강을 위협하는 위험한 행위라는 인식이 퍼져 나가야 이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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