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고혈압약 발암물질 혼란 ①] 먹던 약 그대로 갖고 가서 바꾸세요…본인부담금도 무료
뉴스종합| 2018-07-10 10:36
문제가 된 고혈압약을 조제받으려면 남은 약을 그대로 의료기관이나 약국에 가져가야 한다. 문제가 된 약의 원활한 회수ㆍ재포장을 위한 조치다. 하지만 이 같은 대책이 마련되기까지 의료기관, 약국은 혼란을 겪었다. 지난 9일 오후 서울 지역의 한 약국에서 시민들이 약을 처방받고 있다. [연합뉴스]

-복지부, 발암물질 고혈압약 재처방 대책 마련
-문제된 약 회수 위해 포장된 그대로 갖고 가야
-월요일 약 교환받은 환자 보상책은 아직 없어


[헤럴드경제=신상윤 기자]암을 일으킬 수 있는 물질인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이 함유된 성분 의약품 발사르탄으로 제조된 고혈압 치료제 115개 품목을 처방받은 환자는 의약품을 교환해야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115개 제품을 잠정 판매ㆍ제조 중지시킨 것과 관련, 보건복지부는 문제가 된 의약품에 대해 국민 불편 감소를 위한 조치 방안을 마련했다.

우선 발암물질이 포함돼 문제가 된 약은 1회에 한해 교환할 수 있다. 환불은 불가하다. 반드시 남아 있는 약을 처방받은 의료기관이나 약국에 가져가야 한다. 교환받은 약을 넣어 다시 포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본인부담금은 무료다. 다만, 식약처 조치가 발표되고 첫 평일인 지난 9일 본인부담금을 부담하며 약을 교환한 환자가 문제가 된다. 이들에 대한 보상책은 아직 마련 중인 상황이다.

“포장된 약 그대로 갖고 가서 교환해야”=10일 복지부에 따르면 문제가 된 115개 제품을 처방받은 환자는 종전에 처방받은 병원에 방문해 다른 의약품으로 재처방ㆍ재조제를 받을 수 있다. 처방은 기존 처방 중 남아있는 잔여 기간(의약품)에 대해서만 가능하다. 당뇨약 등 다른 의약품과 함께 처방ㆍ조제된 경우 문제가 된 고혈압 치료제에 한해서만 재처방ㆍ재조제를 할 수 있다. 의료기관을 방문할 수 없어 약국을 방문하더라도 의약품 교환이 가능하다.

이미 복용한 의약품은 환불 조치는 불가하다. 지속해서 먹어야 하는 고혈압 치료제의 특성을 고려한 조치라고 복지부는 설명했다. 반드시 남아 있는 약을 약국, 의원, 병원에 가져가야 한다. 과거에 약을 직접 조제받은 곳에 포장된 그대로 갖고 가야 교환이 가능하다.

이에 대해 곽명섭 복지부 보험약제과장은 “문제가 된 약을 회수하고, 다른 약이 섞여 조제됐을 경우 다시 다른 약과 함께 재포장해 환자에게 제공하기 위한 조치”라며 “이를 위해 대한약사회 등과 협의, 협조를 받기로 했다”고 말했다.

재처방ㆍ재조제에 따른 교환 시 1회에 한해 환자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 부담금은 없다. ‘특단의 사태’가 발생한 상황이므로 의약단체들과 협의를 통해 이 같이 합의했다는 것이 복지부의 설명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당초 처방받은 약과 같은 가격의 대체 의약품으로 조제하는 게 원칙이어서 환자가 지불해야 할 금액은 없다”며 “부득이하게 처방받은 약보다 비싼 가격의 의약품으로 조제해 교환할 경우에도 추가적인 환자 부담금은 발생하지 않는다”고 했다. 복지부는 차액을 요양기관과 건강보험공단 간 정산을 통해 조정할 방침이다.

또 병ㆍ의원에서 의료기관이 문제가 된 의약품을 복용 중인 환자에 이러한 조치 방안을 안내할 수 있도록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복용 환자의 명단을 파악해 의료기관에 제공하도록 했다.

미리 약 교환받은 환자 위한 보상책 아직 마련 안돼=하지만 문제가 되는 것은 지난 9일 이미 문제가 된 약을 재처방ㆍ재조제받은 환자도 이들은 개인 상태에 따라 8500~2만6000원의 본인 부담금을 이미 냈다. 질병은 개인정보인 데다, 누가 약을 새로 교환받아 갔는지 일일이 알기가 어려운 것도 문제다. 이에 대해 곽 과장은 “재처방ㆍ재조제하는 과정에서 본인 부담금을 지불했다면 추후 환불받을 수 있도록 복지부가 조치할 예정”이라며 “관련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했다.

‘발암물질 고혈압약’을 알리는 과정에서 사후 매뉴얼도 없이 보건당국이 발표부터 해 문제가 됐다는 지적도 발생했다. 지난 9일 전국 병ㆍ의원, 약국에는 고혈압약에 대한 문의가 빗발쳤다.

서울 지역 한 대학병원의 순환기내과 교수는 “오전 중에 관련 상담을 하느라 원무과는 물론 해당 진료과에서도 업무를 보는데 지장이 있었다”며 “미리 사후 대처 방안을 세워 놓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털어놨다.

선제적으로 대응에 나섰던 병원도 있다. 서울 지역 또 다른 대학병원의 보직 교수는 “발표 후 첫 평일인 9일 오전 문제가 된 약과 같은 약을 쓴 환자에게 ‘우리 병원은 문제가 된 약을 처방하지 않았으니 안심해도 된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며 “다행히 문의가 크게 줄어 업무를 보는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현재 식약처는 ‘의약품 안전사용서비스(DUR) 시스템을 활용해 해당 원료가 사용됐을 가능성이 있는 의약품에 ’처방금지‘ 경고 문구를 등록한 상태다. 조사가 완료될 때까지는 의사가 처방할 수 없어 환자들이 사용하거나 유통되는 게 원천 차단된다.

그러나 환자단체는 아쉬움을 내비쳤다. 환자단체는 식약처의 발표 시기에 아쉬움을 내비쳤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고혈압 환자 대부분은 자신이 복용하는 약물의 성분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의료기관과의 협의가 필수적인데, 식약처가 병원이나 약국이 모두 문을 닫는 주말에 관련 조치를 발표하면서 환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며 “서둘러 안전 조치를 해야겠다는 의도는 이해하지만 아쉬운 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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