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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기엔 3배 바가지…“휴가, 차라리 해외로 가겠다”
뉴스종합| 2018-07-10 11:34

강원도 펜션 1박에 무려 38만원
일정취소·휴가지 변경 등 줄이어
국내여행 외면 않게 대책마련을


#. 직장인 이현진(30) 씨는 최근 7월 말에 국내로 여름휴가를 떠나려고 숙박을 알아보다가 휴가 일정을 9월로 미뤘다. 이 씨가 가려고 했던 강원도의 스파펜션 대부분은 7월을 ‘비수기’, ‘준성수기’, ‘성수기’, ‘극성수기’로 4개 기간으로 나눠 가격을 달리 받았다. 김 씨는 기간에 따라 가격 차이 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지만 한 달을 인위적으로 쪼개 가격 차이를 두는 것은 지나치다는 느낌이 들었다. 특히 같은 비수기라도 평일과 주말까지 나눠 돈을 더 받는 것은 지나친 상술 같았다.

그는 “그들이 제시한 요금을 주고 휴가를 갔다간 아까워서 휴가를 즐기지 못할 것 같았다” 면서 “심한 곳은 최대 3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해도 너무 한 것 같았다”고 황당해했다. ▶관련기사 9면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숙박비 바가지 요금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업계는 휴가 인원이 가장 많이 몰리는 7월말부터 8월초를 ‘초성수기’로 따로 지정해 많게는 3~4배까지 가격을 올려 받고 있었다. 강원도 지역 한 펜션이 공개한 비수기 평일 1박 기준 요금은 15만원이지만 극성수기는 38만원이다.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다. 제주도의 한 펜션의 초성수기 주말요금은 비수기 평일 요금에 비해 약 3배가량 비쌌다.

업계는 이미 수많은 숙박업체가 관행적으로 시기에 따라 요금을 차등해 받기 때문에 이를 따를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강원도의 펜션을 운영하는 윤모(53) 씨는 “이미 가격대가 형성돼 있어서 이를 따르지 않으면 손해가 크다. 한 철 장사라 이 시즌 경쟁이 치열해 어쩔 수 없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들은 업체의 가격 담합이 괘씸하지만 휴가기간을 마음대로 옮기기 어려워 울상이다. 직장인 이서진(26ㆍ여) 씨는 “아무리 휴가철에는 비용을 많이 쓰게 된다지만 3배에 가까운 돈을 내야한다는 것은 억울하다”면서 “맘 같아선 휴가를 당기거나 미루고 싶지만 부서에서 휴가를 조절하다 보니 성수기에 가게 됐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지난해 실시한 두엣서베이 설문조사에 따르면 ‘가장 바가지가 심한 분야’로 숙박비가 41%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 했다. 음식비(22%), 자릿세(20%)가 뒤를 이었다.

여름 휴가철만 되면 국내 펜션 요금이 웬만한 호텔비를 넘어설만큼 치솟자 차라리 해외여행을 가겠다는 사람들도 많다. 올해 8월초 휴가를 계획 중인 최모(42) 씨는 싱가포르로 가기로 결정했다. 일찌감치 표를 예약한 덕분에 비행기표도 저렴하게 구입한 데다 숙박비도 합리적인 가격이라 만족스러웠다. 그는 “국내에도 좋은 여행지가 많긴 하지만 왠지 모르게 손해 보는 기분이 든다. 여행객들을 상대로 대놓고 마음대로 장사하는 사람들이 여행을 불쾌하게 만든다”고 꼬집었다.

소비자들이 국내 여행에 등을 돌리자 각 지자체는 물가 단속에 나섰지만 체감 효과는 미미하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매년 바가지 요금 논란이 반복되지만 나아지지 않자 여행객들이 결국 해외를 택하고 있다”며 “정부도 관광산업의 질적인 수준을 높이기 위한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월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도 강원도의 경기장 인근 숙소 등이 천정부지로 요금을 올려 바가지 논란이 됐다. 거센 비난에 요금을 내리기는 했으나, 이미 불만이 폭발한 이용객들은 올림픽 관람을 아예 취소하거나 일정을 당일로 변경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특히 서울∼강릉을 연결하는 경강선 KTX가 개통돼 당일치기 관람객이 늘면서 숙박업계는 울상을 짓기도 했다.

정세희 기자/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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