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기초생활수급비·장애수당까지…지체장애 17년 착취한 건 친형
뉴스종합| 2018-07-11 11:41
잠실야구장 ‘현대판 노예’ 충격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 내 쓰레기장에서 발견된 ‘현대판 노예’는 지난 17년간 70대 친형에게 장애 수당까지 빼앗기는 등의 착취를 당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장애인 상대 학대 사건 셋 중 하나는 가족에 의해 저질러지고 있다는 심각성때문에 정부도 실태 조사에 나섰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지난 2006년부터 최근까지 지체장애 3급 동생 A(60) 씨에게 강제노동을 시키고 기초생활 수급비와 장애인 수당을 가로챈 혐의(장애인복지법 위반ㆍ횡령)로 A 씨의 친형을 입건해 최근 사건을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고물상 업자인 B(53) 씨의 강요로 잠실야구장 옆 적환장에서 5년 넘게 생활했다. A 씨는 억지로 재활용품을 분류하고 판매하며 일해 왔지만, 제대로 임금은 받지 못했다. 경찰은 B 씨가 그간 1억4000여만원이 넘는 이득을 취해오면서도 A 씨에게는 임금을 제대로 주지 않은 정황을 확인했다.

도심 한복판에서 장기간 장애인 학대가 이뤄질 수 있었던 것은 가족의 방치와 학대때문이었다. 70대인 A 씨의 친형은 학대당하는 동생을 돕기는커녕 오히려 17여 년 동안 학대해왔다. 친형은 A 씨가 받아야 할 장애인 수당과 기초생활 수급비 6900여만원과 A 씨가 일하며 모은 1400만원까지 모두 빼앗아 자신의 전세보증금으로 썼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친형이 오히려 A 씨가 받은 얼마 안 되는 임금까지 모두 가져간 것으로 파악됐다”며 “피해자에게 지급된 기초생활 수급비와 예금 등에 대해서는 반환될 수 있도록 관계기관과 협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가족에 의한 장애인 학대는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지난달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가 수도권 거주 만 18세 이상 재가장애인 569명을 대상 진행한 ‘재가장애인 인권실태조사’에 따르면 재가장애인 4명 중 1명(25.8%)은 최근 1년 사이 학대를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가해자별로 살펴보면 가족은 높은 비율을 기록했다. 신체적 학대를 당했다고 응답했던 피해자 3명 중 1명 이상은 ‘가족이 학대를 저질렀다(37,1%)’고 답했다.

올해만 12건 이상 보고될 정도로 장애인 학대 사건이 끊이지 않자 정부는 지난 5월부터 장애인 학대 피해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복지당국 관계자는 “최근까지도 경북에서 30년간 가족에게 노동력 착취를 당해온 60대 장애인이 발견돼 조치된 사례가 있다”며 “가장 흔한 경제적 학대 행위인 임금체불의 경우에는 지방노동청에 고발을 통해 피해액 환수가 이뤄지도록 돕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오상 기자/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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