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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 흡연족의 습격①] “길거리서 숨도 못 쉬겠다“ 비흡연자의 고통
뉴스종합| 2018-07-13 10:01
서울 강남구의 한 건물 앞에 마련된 흡연구역에서 담배 피는 사람들의 모습. 이현정 기자/rene@heraldcorp.com

-금연구역 늘어도 간접흡연 여전…개방된 흡연구역 탓
-“담배 필 곳 없어” 흡연자 불만…폭행 사건 발생하기도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 #1. 주부 서모(36) 씨는 네 살배기 딸을 데리고 집을 나설 때마다 골목길을 한 바퀴 돌아서 지하철역으로 향한다. 지하철역으로 가는 지름길이 있지만 흡연자들이 늘 모여 있는 공간을 피하기 위해서다.

서 씨는 “나는 그렇다 쳐도 아이가 간접흡연 피해를 보는 것은 참을 수 없다”며 “직장인들이 회사 앞에서 담배를 피는 것이라 차마 뭐라고 할 수도 없어 지하철 타러 갈 때마다 돌아서 간다”며 한숨을 쉬었다.

#2. 직장인 김모(33ㆍ여) 씨는 출퇴근길이 늘 고역이다. 많은 회사가 입주해 있는 대형 오피스 건물을 지나쳐야 하는데 그 앞에 조성된 야외 흡연 공간을 지나칠 때마다 강제로 담배 연기를 흡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내에서 흡연하는 것도 아닌데다, 재떨이가 놓여져 있는 공식적인 흡연 공간이어서 김 씨가 민원을 제기할 수 조차 없다.

김 씨는 “흡연자들도 담배 필 공간이 필요하겠지만 비흡연자로서 그 곳을 지나갈 때마다 화가 치민다”며 “가끔씩은 담배 냄새를 너무 맡기 싫어서 뛰거나 숨을 참고 가는 경우도 있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서울 강남구의 한 건물 앞에 마련된 흡연구역에서 담배 피는 사람들의 모습. 이현정 기자/rene@heraldcorp.com

정부와 지자체가 전방위적으로 금연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비흡연자들의 간접흡연 피해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13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에서 지정된 실내외 금연구역은 지난해 말 기준 26만5100여 곳으로 5년 새 3배 이상 급증했다. 지난해 12월부턴 당구장, 스크린골프장 등 실내체육시설이 금연구역으로 지정됐고, 이달부턴 실내 휴게공간 면적이 75㎡ 이상의 식품자동판매기영업소로 등록된 흡연카페에서도 흡연이 금지됐다.

금연구역이 늘면서 흡연자들은 길거리나 공식 흡연구역으로 내몰리고 있지만 흡연구역이 대부분 개방되어 있어 인근을 지나치는 보행자들이 여전히 간접흡연에 시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흡연자들도 할 말은 있다.

갈수록 금연구역이 느는 탓에 담배 필 공간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 기준 서울의 실내 흡연시설은 6293곳, 실외 흡연시설은 59곳으로 집계됐다.

흡연자 한모(34) 씨는 “흡연구역이 점정 줄어들어 담배 피기가 쉽지 않다”며 “실외에서 흡연하는 것까지 뭐라고 하면 대체 흡연자들은 어디서 담배를 피라는 것이냐”며 불만을 토해냈다. 이때문에 흡연자와 비흡연자의 갈등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인천에선 20대 흡연자가 거리 흡연을 나무라는 50대 남성을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실외 흡연까진 금지할 수 없기 때문에 금연문화를 최대한 확대하는 것만이 간접흡연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서홍관 한국금연운동협의회 회장은 “금연 공간이 많아지고 있지만 대부분의 실외 공간에선 여전히 흡연이 허용되고 있어 간접흡연을 막을 방법이 없다”며 “금연문화를 최대한 정착시키는 것만이 간접 흡연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일 것”이라고 말했다.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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