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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초가’ 한국경제] 고용·무역전쟁·최저임금…‘벼랑끝’ 한국
뉴스종합| 2018-07-17 11:10

실물경제지표 하강세 뚜렷
무역갈등·美금리인상 ‘파장’
올 성장률·일자리 목표 ‘무산’
정책 일관성·신뢰회복 관건


우리 경제가 벼랑 끝의 위기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경기지표가 이미 꺾여 뚜렷한 하향세를 보이는 가운데 고용ㆍ투자ㆍ소비 위축이 심화하고 있고, 외부적으로는 미중 무역전쟁과 미 금리인상에 따른 신흥국 불안 등 파고가 몰아치고 있다. 이러한 내우외환(內憂外患)에다 최저임금 갈등까지 겹치면서 ‘사면초가(四面楚歌)’에 직면한 모습이다.

문제는 이런 불안감을 덜어주고 시장의 신뢰를 회복함으로써 난국을 타개해나갈 경제정책 컨트롤타워와 리더십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이다. 사령탑인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최저임금 두 자릿수 인상으로 하반기 경제정책 운용에 부담이 될 수 있다”며 불안감을 키우는 듯한 발언을 해 경제주체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고, 경제정책의 추진력도 상당히 약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17일 통계청에 따르면 현재의 경기 동향과 가까운 미래의 움직임을 보여주는 경기 동행 및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지난해 상반기에 상승세를 멈추고 이후 1년 전후의 기간동안 하강~정체를 지속하고 있다. 이로 인해 우리경제가 경기순환 사이클상 확장국면의 정점을 지나 이미 수축국면에 접어들었고, 올 하반기 본격적인 불황국면으로 진입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생산ㆍ소매판매 등 실제 경기와 같이 움직이는 7개 지표를 종합해 산출한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2015년=100 기준)는 지난해 3월 100.7을 정점으로 하락세로 전환해 단 한차례의 반등도 없이 15개월 연속 정체와 하락을 반복해 올 5월엔 99.7에 머물렀다.

건설수주액과 소비자기대지수 등 경기순환에 앞서 나타나는 8개 지표로 구성된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지난해 7월 101.2를 정점으로 하락세를 보여 올 5월엔 100.0을 기록했다. 특히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올 2월 이후 4개월 연속 하락세를 지속했다.

최근 발표된 고용과 투자ㆍ소비 등 주요 실물경제 지표들도 뚜렷한 하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하반기에 이를 돌려놓을 만한 호재요인이 보이지 않고 있다. 민간ㆍ국책 연구기관들도 하반기에는 건설투자와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더 위축되면서 전반적인 경제활력이 상반기보다 약화될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특히 상반기 기업투자 증가의 핵심적인 역할을 한 반도체 설비증설이 마무리되면서 하반기엔 투자부진이 심화될 가능성이 있고, 상반기의 일자리 위축으로 하반기엔 소비가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여기에다 미중 무역갈등과 미 금리인상의 파장이 하반기 우리경제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가능성이 있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미중의 무역과 생산이 위축될 경우 한국의 수출이 타격을 받게 되고, 특히 한국의 대(對)중국 중간재 수출이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많다. 연구기관들은 한국의 수출 피해 규모를 단기적으로 수억달러에서 중장기적으로 수백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우리경제가 그동안 수출에 힘입어 힘겨운 회복세를 이어왔지만, 확전 양상을 보이는 글로벌 무역전쟁으로 수출이 타격을 입게 되면 성장세가 급격히 꺾일 가능성이 많다. 무역전쟁의 악영향이 당장 나타나진 않겠지만, 미중 관세전쟁으로 양국의 수출입의 타격이 현실화하면서 우리경제를 본격적으로 압박할 가능성이 크며, 올 후반으로 갈수록 그 충격파가 몰아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대내외 리스크 요인들로 정부의 올해 성장률(3.0%) 및 고용창출(32만명) 목표는 이미 물 건너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최근 한국은행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0%에서 2.9%로 낮췄고, 취업자수 증가규모도 20만명 정도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민간 경제연구기관과 해외 투자은행(IB)들도 올해 성장률이 지난해(3.2%)보다 크게 낮은 2%대 후반에 머물 것으로 예측했다.

때문에 이런 상황을 돌려놓기 위한 정책 일관성과 이를 통한 신뢰회복, 특히 경제팀의 정책 추진력 강화가 시급한 상황이다.

이해준 기자/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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