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정보
2주 이상 쉰 목소리ㆍ입속 염증 오래 가면 두경부암 의심해야
라이프| 2018-07-26 10:32
최은창 대한두경부종양학회장(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교수)이 중년 여성의 코에 내시경을 넣어 식도ㆍ기도 등에 종양이 있는지 살피고 있다. 두경부암은 조기 발견이 가장 중요한 암 중 하나다. [제공=세브란스병원]

- 매년 7월 27일 ‘세계 두경부암의 날’
- 구강 성교 의한 HPV 감염 원인 지적
- 후두암, 조기 발견하면 95% 생존율
-”술ㆍ담배 줄이고 年1회 검진받아야“

[헤럴드경제=신상윤 기자]두경부암은 언뜻 생소하게 들릴 수 있는 암이다. 두경부암은 지난해 5월 배우 김우빈(29) 씨가 역시 두경부암의 일종인 비인두암으로 투병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세간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매년 7월 27일은 ‘세계 두경부암의 날’이다. 일반인에게 두경부암을 알리기 위해 2015년부터 세계 각국의 의료기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기념해 왔다. 국내에서는 그동안 한양대병원에서 관련 행사를 주최해 왔다. 올해부터는 대한두경부종양학회(이하 학회) 학회 차원에서 무료 검진 등 다채로운 행사를 마련했다.

두경부암은 초기 증상이 명확하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쉰 목소리가 2주 이상 지속되거나, 구강의 염증(궤양)이 쉽게 낫지 않는다면 두경부암을 의심해 봐야 한다고 전문의들은 충고한다.

두경부암은 뇌와 눈을 제외한 얼굴의 점막 부분(입ㆍ코ㆍ목 안 등)에서 생길 수 있는 악성 종양을 말한다. 주로 원발 부위에 따라 분류되며 비인두, 구인두, 하인두, 입술, 구강 내, 침샘, 비강ㆍ부비동, 후두 등에서 다양한 곳에서 종양이 생길 수 있다.

지난해 중앙암등록본부 통계에 따르면 2015년 전체 암환자 수 21만4701명 중 두경부암 환자 수는 갑상선암을 제외하고 4455명으로 전체 암환자의 2.1%를 차지했다. 다소 드물지만 환자 수가 증가하는 것이 문제다. 국내 두경부암 환자 수는 2004년 3245명이었다. 11년 사이에 37.3%나 증가한 수치다. 미국에서도 역시 두경부암 환자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목이 붓거나, 쉰 목소리가 나거나, 입 안의 염증(궤양)이 낫지 않거나, 반복적으로 코피ㆍ코 막힘이 나타나거나, 목에서 혹이 만져진다면 두경부암을 의심하고 전문의의 진찰을 받는 것이 좋다. 최은창 학회장(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교수)은 “특히 목소리가 2주 이상 쉬어 있거나 구강ㆍ인두 점막에 2주 이상 궤양과 통증이 지속되면 종양 때문일 수 있으므로 반드시 진찰을 받아야 한다”며 “암이 진행되면 치료도 잘 안되고 재발이 잦다”고 했다.

실제로 두경부암의 일종인 후두암은 가장 흔하다. 목소리를 내는 성대와 성문(성대 사이의 좁은 틈)에 발생한다. 병기 중 1기에 발견하면 5년 이상 생존율이 95%나 된다. 종양을 빨리 발견하면 후두 일부분만 제거할 수 있어 목소리도 유지할 수 있다. 우홍균 학회 홍보이사(서울대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는 “후두암은 목소리를 살리기 위해 방사선 치료를 많이 한다”며 “방사선 치료로 85~90%, 재발 시 수술이 가능하므로 둘을 합하면 90~95%까지 완치율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두경부암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은 흡연이다. 특히 담배 연기가 바로 들어가는 후두에 생기는 후두암은 더욱 그렇다. 금연한 지 6년이 지나면 후두암 발병률이 낮아지고 15년 뒤에는 비흡연자와 비슷해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술도 두경부암을 부추기는 원인 중 하나다. 때문에 애연가와 애주가는 두경부암을 조심해야한다. 최 회장은 “대부분 두경부암 환자의 발병 원인은 흡연으로 알려져 있다”며 “금연과 금주가 가장 확실한 예방책”이라고 말했다.

편도암을 포함해 목젖 뒤쪽에 생기는 구인두암은 최근 젊은 층 사이에서 계속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 성관계가 복잡하거나 구강 성교 등으로 입 안 점막이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HPV(사람유두종바이러스)에 감염돼 발생하는 환자의 비중이 50% 수준으로 높아졌다. 다행히 구인두암은 후두암과 마찬가지로 내시경 검사로 쉽게 발병 여부를 알 수 있고 방사선 치료 효과도 좋은 장점이 있다.

최 회장은 “음주, 흡연을 하지 않아도 구강 성교 등으로 인해 HPV에 감염됐으면 구인두암에 걸릴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며 “미국암협회도 두경부암 증가 원인의 하나가 구강 성교라고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각종 두경부암을 발견하는데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내시경 검진이다. 최 회장은 “연 1회 집에서 가장 가까운 의원이나 종합병원에서 내시경 검사만 받아도 대부분의 두경부암을 잡아낼 수 있다”며 “검사 시간은 5분 이내이고 마취도 필요 없고 통증도 없다”고 강조했다. 학회는 ‘세계 두경부암의 날’ 행사의 일환으로 27일 오후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등 전국 거점 병원 25곳에서 두경부암 무료 검진을 진행한다. ‘두경부암 바로 알기 캠페인’도 펼칠 계획이다.

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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