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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폭염과 맞서다②] 달궈진 운전칸, 쏟아지는 온도 민원…기관사도 ‘땀 비오듯’
뉴스종합| 2018-08-02 08:50
서울 지하철 기관사도 지하철 안 더위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 수시로 안전 점검을 하고 민원도 처리해야 하는 입장으로, 때로는 폭염에 따른 고통이 승객보다 더하기도 하다. [사진=헤럴드DB]
-지하철 안 더위, 기관사도 고스란히 노출
-안전점검ㆍ온도 민원 처리 등 활동량도 ↑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이런 폭염이면 기관사도 땀을 바짝 뺍니다.”

서울 지하철 2호선을 운행하는 김진관(53) 기관사는 “대부분의 지하철은 운전 칸이라고 해서 따로 냉방시설이 있진 않다”며 이 같이 밝혔다. 물론 북적이지 않는 만큼 승객 칸보다는 나을 때가 많다. 하지만 운전기기 자체에서 열기가 새어나와 때때로는 머리가 아플 정도로 더워진다. 그는 “지하철을 22년째 운행하는동안 운전대가 이렇게 뜨거운 적은 없었다”고 했다.

보통 지하철 안 더위라면 승객에게만 해당되는 일 같지만 그렇지도 않다.

운전대를 잡은 기관사도 함께 열기를 견딘다. 이런 상황에서 수시로 안전 점검을 하고, 민원도 처리해야 한다. 때로는 폭염으로 받는 고통이 승객보다 더한 셈이다.

기관사는 지하철을 운행할시 운전칸에서 보통 3시간씩 있다. 가마솥 더위가 이어지는 지금같은 때면 생수 1ℓ는 필수품이다. 일부 기관사는 얼음으로 가득 채운 커피를 챙기기도 한다. 지하철 운전 칸은 지상에 있을시 햇빛을 직격으로 받는다. 공간이 좁은 만큼 한번 달궈지면 쉽게 식지 않는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챙겨간 물은 삽시간에 동이 나고, 일이 끝날 때가 되면 늘상 물기 없는 몸 상태가 된다는 게 이들 설명이다.

기관사가 폭염기간 땀을 바짝 빼는 데는 활동량이 느는 점도 한몫한다.

특히 7~9월이 되면 승객 사이에서 ‘객실 온도’ 민원이 이어지는데, 이를 접수하면 약냉방 칸 설명 등 관련 안내방송을 해야한다. 문제는 이러한 민원이 한 두건이 아니라는 점이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지난 달 1~20일 기준 지하철 1~8호선으로 들어온 객실 온도 민원은 모두 3만6715건이다. ‘춥다’가 3만4351건, ‘덥다’가 2364건 순이다. 일일이 다독여야 하는 민원이 하루에 1835건씩 들어오는 셈이다. 이 중에는 ‘무조건 더 시원하게 해 달라’,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나라인데 냉방을 왜 이렇게 켜느냐’는 등 한 번의 응대로 끝나지 않는 민원도 상당수다.

또 날씨로 인해 짜증에 찬 승객들이 ‘비상 인터폰’을 통해 민원을 넣는 일도 급증한다. 기관사를 도와 지하철을 함께 운행하는 정찬훈(29) 차장은 “비상 인터폰이 작동하는 순간 운전 칸으로 경고음이 크게 울린다”며 “움직임이 많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래도 힘든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김 기관사는 이런 고충을 알아주는 승객도 있다고 강조했다. 가끔은 ‘더운 날 고생하신다’는 말이 민원 속에 섞여있기도 하다고 했다. 그는 “얼마 전까지는 아침 일찍 타는 승객 중 당이 떨어지면 안 된다며 사탕을 전해주는 분도 있었다”며 “이런 응원에 힘입어 오늘도 승객들을 위해 온 힘을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

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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