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일반
[TAPAS] 혼자서도 잘자요
라이프| 2018-08-04 10:00
[헤럴드 경제 TAPAS=구민정 기자]

#누구와
떠나고 싶은 곳은 빽빽한 도시뿐만이 아니다. 서로 얽혀있는 관계들로부터도 잠시 떠나있고 싶을 때가 있다. 그래서 옆에 아무도 없이 혼자 출발하는 여행이 늘어난다.

#어디로
내가 여행지를 고르는 건 아니다. 여행지가 나를 고른다. 자가용이 없는, 버스터미널보다 기차역에 더 가까이 사는, 내일로를 탈 만큼 시간적 여유는 없는 나에 맞춰 여행지가 골라진다.
이번엔 여수다. KTX가 컸다. 남쪽 끝에 있어 서울에선 자가용으로는 힘들어 못가던, 무궁화로는 엉덩이가 쑤셔 엄두도 못내던 그 곳까지 KTX가 뚫리면서 나의 여행지 리스트에 들어온 것이다. 남쪽 끝 여수말고도, 동쪽 끝 강릉으로까지 KTX가 뚫리면서 평소엔 쉽게 닿지 않던 여행지로 향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잠은
혼자 기차를 타는 것도, 혼자 밥을 사먹는 것도 괜찮은데 혼자 자는 것은 언제나 숙제다. 가족이나 친구들과 다닐 땐 지방 곳곳에 펜션들이 많아 독채를 빌리면 됐지만 혼자서 그런 호사를 누릴 순 없다. 1인에게 잘 곳을 내주는 곳은 게스트하우스 정도인데 이 마저도 도미토리가 대부분이다. 보통 2층 침대 여러 대로 이뤄진 도미토리에선 낯선 이들과의 합방을 강제 당하면서 막연한 불편함에 잠을 쉽게 설친다.(코골이, 일찍 깨서 움직이는 사람 등)
여수를 찾으면서 KTX역 근처에 있다는 캡슐호텔 이야기를 들었다. 인천공항에서 이미 캡슐호텔을 운영하고 있는 워커힐 호텔앤리조트가 여수에도 문을 연 것이다. 가보니, 일본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알약모양의 캡슐 형태는 아니었다. 혼자 자기 좋은 방들의 연결체에 가까웠다.
로비엔 셀프 체크인·아웃이 가능한 무인 키오스크 기계가 서있다. 하루 단위뿐만 아니라 20시간 또는 12시간만 이용할 수 있는 요금도 따로 있다. 낮 3시간 동안 씻고 낮잠을 잠깐 잘 수 있는 정도의 냅(Nap) 요금도 인상적이다.

2.5평 가량 되는 방마다 더블 침대와 화장실과 샤워실이 있다. 더블 침대인 탓에 2명까지 한 방에 머물 순 있다. 다소 좁겠지만. 벽엔 옷걸이와 화장대 거울 등이 설치돼 있고, 머리맡엔 하만카돈 블루투스 스피커가 있다. 혼자 자고 씻는 데 크게 불편함이 없는 방이다. 가격은 스탠더드룸 기준 성수기 12만5000원, 비성수기 8만5000원이다. 항구가 보이는 오션뷰 방은 2만원씩 더 비싸다.

#여수밤바다
여느 관광객들처럼, 게장을 먹고 바다를 보러 나갔다. 여수 식탁엔 게장과 갓김치가 많고 하늘엔 별이 많다.
혼자 출발해, 혼자 기차를 타고, 혼자 밥을 먹으며, 혼자 밤바다를 거닐다, 혼자 잠드는 짧은 여정이 끝났다.

◆ 혼자서 기록한 활동일기


korean.gu@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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