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기록유산인 승정원일기 공동 번역과 학술교류를 위해 통일부에 북한 주민 접촉 승인을 신청했습니다. 승인이 나면 북한 관계자와 만나 정조대 승정원일기 단계별 번역과 학술대회 개최에 대해 논의하려고 합니다.”
구기동 시대를 끝내고 지난 6월 은평구 진관동 신청사로 이전한 한국고전번역원이 ‘승정원일기’ 남북 공동 번역을 추진한다.
신승운<사진> 고전번역원장은 신청사 건립을 기념해 7일 개최한 간담회에서 승정원일기 남북공동번역과 ‘한국고전총간’계획을 밝혔다.
그는 “승정원일기 남북 공동 번역은 민족 동질성을 회복하고 역사인식을 공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조선왕조실록 번역은 남과 북이 따로 했는데,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공동 번역이 효율적이라고 본다”고 역설했다.
승정원일기 남북 공동 번역 추진에는 22%에 불과한 번역률을 높여 완역시기를 당겨보자는 목적도 있다. 승정원일기는 인조·고종·순종대 기록만 완역됐고, 영조대 일기는 798책 중 253책만 번역됐다.
북한의 경우, 사회과학원 소속 민족고전연구소가 한문고전 번역을 전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민족고전연구소는 이미 1991년에 ‘조선왕조실록’을 완역, ‘리조실록’이라는 이름으로 400책을 펴낸 바 있다.
정조대 ‘승정원일기’는 3천만자에 달하며 예상 번역책수는 350책으로, 2030년까지 매년 35책씩을 번역한다는 일정이다.
이 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되면 완역까지의 소요기간이 6년쯤 앞당겨져 2045년 내에 완역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 원장은 “2014년에도 공동 번역을 추진했으나, 남북관계 경색으로 무산된 바 있다”며 “문집총간을 비롯해 고전번역원이 그동안 찍은 책을 북한에 10질 이내로 보내 교류를 시작한 뒤 2021년부터 10년간 연간 35책을 번역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전 번역이야말로 이념이나 정치와는 관계가 없이 추진할 수 있는 부분”이라며, 역사인식을 공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