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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규제개혁 20년 화두’ 해법은…] 죽었다 살아난 헤이딜러…스타트업 규제혁파 반면교사
뉴스종합| 2018-08-16 11:13

2014년 500억 거래 급성장…법 바뀌자 폐업
국토부, 법개정·지자체 설득…재기에 성공
중기부, 방어논리 갖고 외풍 막는 역할 절실


규제 개혁은 지난 20년의 화두다.

1998년 외환위기 때 정권을 넘겨 받은 DJ 정부는 규제 개혁으로 위기를 넘겼다. 노무현 정부 역시 ‘왼쪽 깜박이 넣고 우회전 한다’는 비판을 받을 정도로 규제개혁, 친시장적 행보를 보였다. 이명박 정부는 ‘대불산업단지 전봇대’를 키워드로, 박근혜 정부는 ‘손톱밑 가시’라는 단어를 써가며 규제 개혁에 공을 들였다.

하지만 지난 20여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혁신성장을 방해하는 규제들은 여전하다. 왜 일까.

우선 정부·지자체의 갈등 조정 능력이 문제로 지적된다. 이익단체의 이해를 구하는데 실패하고 있다. 한때 ‘우버겟돈’ 이라는 말이 유행한 적 있다. ‘우버’와 ‘아마겟돈’을 합친 말로 우버 때문에 택시업계가 다 죽는다는 의미다. 우버겟돈의 공포에도 우버의 고향 미국 샌프란시스코 시 정부는 우버 서비스가 자리를 잡을 때 까지 규제하지 않았다. 스타트업 관계자는 “택시업체들이 볼멘 소리를 내도 미국 지자체는 되레 택시 서비스 역량을 강화해 경쟁하라고 일갈할 정도의 맷집을 보였다”고 말했다.

이후 우버가 규모의 경제를 갖추고 실질적으로 택시산업을 위협할 정도가 되자, 샌프란시스코 시 정부와 캘리포니아 주 정부 등은 우버에 택시산업과 마찬가지로 영업면허가 필요하다는 규제를 하기 시작했다. 택시업계와의 상생 방안도 우버에 요구했다.

이에 정부와 지자체가 이익단체의 편을 일방적으로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버틸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서 공무원들에 대한 인사고과 체계를 디테일하게 손보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인사고과시스템에서 악성 민원이 감점 요소로 돼 있는 것을 손보고, 대신 규제 개혁을 통한 경제적 효과 등을 정량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최근 눈에 띄는 사례는 온라인 중고차거래 스타트업 서비스 ‘헤이딜러’의 사례다. 2014년 11월 서비스를 시작한 헤이딜러는 14개월만에 30만명이 500억원 어치의 차량을 거래하며 성장했다.

그러던 2015년 12월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이 통과되며 불법 사업장이 됐다. 오프라인 자동차 경매장을 보유하지 않고 온라인으로 자동차를 경매하는 사업자는 벌을 받게 됐다. 결국 헤이딜러는 문을 닫았다.

이때 나선 곳이 국토교통부다. 요즘엔 차량 공유 스타트업을 규제하는 대표적인 기관으로 미움을 받고 있지만, 당시 국토교통부는 온라인 자동차경매업체 관련 규정을 보완한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을 국회에 내고, 개정안 통과까지 관련 규정을 탄력적으로 적용해 달라고 지자체에 요청했다. 결국 헤이딜러는 다시 영업을 시작하고 재기에 성공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스타트업 대표들은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지자체와 국토교통부 등이 각각의 규제 근거를 들고 나올때 중기부가 나서서 방어 논리를 펴고 목소리를 내주기 바라지만 중기부가 그렇지 못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북한에 대한 입장도 국방부와 외교부, 통일부의 논리가 서로 다른 것이 정상이고, 정부 내에서 의견이 조율된다. 최근 스타트업들이 규제에 몰려 범법자가 되고 있을 때 중기부 장관이 나서서 목소리를 좀 내줬으면 하는데 그런 면에서 기억에 남는 장면이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실질적으로 규제하는 권한은 다른 부처에 있고 중기부는 지원 부처인 만큼 힘을 쓰기 쉽지 않은 상황은 이해한다”며 “지금 국토부 내부에서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구 교통’과 ‘신 교통’ 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노력하고 있는 만큼 조속히 사태가 해결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정부가 규제혁신 방향으로 제시한 ‘우선 허용하고 사후에 평가하는’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를 모빌리티 분야에 적용해야 한다”며 “혁신적인 스타트업의 사업모델은 우선적으로 허용하고, 서비스 성장에 따른 사회적 영향을 평가해 ‘국민 전체의 이익을 기준으로’ 기존 제도를 개선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진원 기자/jin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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