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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개정안 계산기 두드려보니…
뉴스종합| 2018-09-04 11:20

불확실성 조기 해소 긍정평가
ISDS·무역구제는 기대 못미쳐


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 문안을 공개한 가운데 협상 결과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한미FTA 개정협상이 최소한의 피해로 불확실성을 조기에 해소했다는 긍정적 평가와 투자자-국가분쟁해결제도(ISDS)나 무역구제 분야에서 실질적으로 도움되는 내용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상충되고 있다.

4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전날 오후 10시 홈페이지(www.motie.go.kr, www.fta.go.kr)에 한미FTA 개정협상 결과문서를 공개했다. 미국도 같은 시간 개정안을 공개했다. 개정안은 양국 정부가 지난 3월 발표한 합의 결과를 구체화한 것으로 개정 의정서 2건, 공동위원회 해석, 합의의사록과 서한교환 등 총 8건의 문서로 구성됐다. 정부가 지난 3월 이미 공개한 합의 결과에서 추가되거나 달라진 내용은 없다고 산업부는 설명했다.

그러나 최근 국제 통상환경은 미국과 멕시코의 NAFTA 재협상 타결과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 자동차 관세 조사 등으로 크게 달라졌다. 이런 상황속에서도 한미FTA는 국내 자동차업계가 가장 민감하게 생각한 원산지를 건드리지 않았고 농업 등 민감 분야를 보호했다. 관세도 아직 수출 실적이 없는 픽업트럭의 미국 관세 기간을 연장했을 뿐 당장은 실질적인 피해가 크지 않다.

미국 안전기준만 충족해도 수입할 수 있는 차량을 제작사별로 연간 2만5000대에서 5만대로 늘렸지만, 지금까지 2만5000대도 채우지 못한 점을 고려하면 아주 큰 양보는 아니라는 지적이 미국 내에서도 나온다.

특히 한미FTA 개정이 필요 없다는 게 원래 정부 입장인 점을 고려하면 별로 바꾼 게 없는 이번 협상은 ‘잘된 협상’이라는 평가다.

송영관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그동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성향에 감안할 경우,우리 정부가 한미FTA 개정협상이 속전속결로 끝내고 원안을 거의 그대로 유지했다는 것만으로 잘했다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반면 당장은 FTA를 다른 국가보다 먼저 개정해 위기를 모면한 것처럼 보이지만,미국이 자동차 관세 등 새로운 통상압박으로 한미FTA 개정을 무력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또 정부가 성과라고 설명한 ISDS와 무역구제 절차 개정이 기대에 못 미치고 기존 협정과 달라진 게 거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우리가 얻었다는 ISDS나 무역구제는 구체성이 부족하다”며 “무역구제는 실효성이 있는 내용을 가져왔어야 하는데, 이미 있는 절차를 명문화했을 뿐 기업에 실제 도움되는 게 없다”고 말했다.

배문숙 기자/osky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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