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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소상공인①] 대출받아 월급주는 세상…“최저임금 올려라, 일손부터 줄인다”
뉴스종합| 2018-09-19 10:01
지난 달 2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전국 소상공인 최저임금 제도개선 촉구 국민대회에서 한 참가자가 ‘최저임금 인상 철회하고 업종별로 최저임금 현실화하라’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硏 최저임금 관련 소상공인 설문
-64.8% “임금 오르면 일손 줄여 대응”
-소상공인 8.3% 폐업 고려의사 밝혀
-14.7%는 인건비 은행 등 대출로 감당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서울 중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윤모(45ㆍ여) 씨는 가계부만 보면 머리가 아프다. 매달 줄어드는 수익 때문이다. 윤 씨는 아르바이트생들과 번갈아 근무하며 한 달 평균 4000만원 정도 번다. 하지만 인건비 300만원 이상에 월세 250만원, 본사 로열티 등 각종 운영비를 매출에서 빼면 남는 돈은 200만원 남짓으로 쪼그라든다. 윤 씨는 “매년 매출은 눈에 띄게 주는 상황에서 인건비만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어, 상황이 안 좋을 땐 몇십만원씩 대출을 받은 적도 있다”며 “대부분 소상공인이 같은 문제로 벼랑끝에 몰려있다”고 했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일손부터 줄이겠다는 영세 소상공인의 목소리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 인건비도 대출ㆍ지인 도움으로 겨우 충당하는 일이 상당수인 것으로 조사됐다.

19일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서울시내 10개 업종 503개 소상공인 사업체에 설문조사를 한 결과 64.8%가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인건비 부담을 채용 축소로 대응하겠다고 응답했다. 1인ㆍ가족경영 전환 48.7%, 근로시간 단축 16.1% 순이었다.

이 외에 가격인상 등 수익확대(7.8%), 제반비용 축소 등 비용감소(6.8%), 사업다변화 등 시장창출(2.2%)과 같은 다른 방식의 대응에는 소극적인 모습이다. 소상공인 중 8.3%는 폐업을 고려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소상공인의 이런 판단은 장기 불황 때문이다. 매출액이 계속 줄어드는 상황에서 인건비만 올라가면 감당이 안 된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이들 57.1%는 지난해보다 매출액이 하락했다. 감소폭은 평균 19.6% 수준이다. 이런 가운데 최저임금이 2016년 6470원에서 1년만에 7530원으로 16.4% 껑충 오르면서 인건비는 큰 폭 올라갔다.

설문 결과를 보면 소상공인 43.1%가 지난해보다 인건비가 30만원 이상 많아졌다고 대답했다. 또 올해 월 평균 735만4000원을 업체 운영비로 썼는데, 이 중 51.5%(378만4000원)를 인건비에 쏟아부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저임금 인상 이후 인건비의 상승이 부담스럽다고 답한 이는 78.7%로 부담이 되지 않는다는 응답률은 3.6%에 불과하다.

특히 업체 14.7%는 인건비를 은행ㆍ보험사의 대출로 충당할만큼 상황이 좋지 않다. 친구ㆍ지인에게 돈을 빌려 인건비를 대는 업체도 4.2%로 집계됐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소상공인의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공감도는 낮은 편이었다. 최저임금 인상 취지에 공감한다는 비율은 25.9%에 불과했다. 반면 공감도가 ‘보통 이하’라는 업체는 74.2%로, 이 안에서 22.1%는 전혀 공감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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