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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 이후 한국경제 어디로…L자형 경기침체 본격화 가능성
뉴스종합| 2018-09-26 13:59
개선 요인 찾기 어렵고…대내외 리스크 증대



[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황금 같은 5일간의 추석 연휴를 마치고 우리경제가 다시 가동에 들어가지만, 대내외 여건은 더욱 엄중해졌다는 평가다. 북핵 문제를 둘러싼 대화 분위기 형성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로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됐지만, 전면전으로 치닫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과 임박한 미국의 추가 금리인상, 브라질과 터키 등 신흥국 불안 등 대외 여건은 오히려 악화됐다. 여기에다 개선 기미를 보이지 않는 일자리 사정과 기업들의 투자 위축 등 내부 여건도 당분간 개선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추석 연휴 이후 경제를 어렵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으로는 대외 여건 악화가 꼽힌다.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북미 정상회담 분위기가 무르익으면서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는 크게 완화됐지만, 우리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불투명한 요인들이 많다.

한국의 양대 수출국이자 두 경제대국인 미국ㆍ중국의 무역전쟁은 대규모 관세폭탄과 보복관세를 주고받으며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다. 미중 양국의 관세 인상 경쟁으로 일부 한국산 제품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양국의 교역 축소로 인한 피해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경우 중국을 통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중간재 수출 비중이 높은데다, 무역전쟁으로 중국의 성장률이 내년에 6.5%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도 있어 한국 수출의 1/4을 차지하는 대중 수출이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는 26일과 27일(현지시간) 공개시장위원회를 열고 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가능성이 많다. 이미 미국의 기준금리가 한국 기준금리를 웃도는 금리역전이 나타난 상태에서 미국이 추가로 금리를 인상할 경우 자금이탈 우려와 함께 시장금리도 오를 가능성이 있다. 이는 신흥국 불안과 함께 대출금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 가계 부담을 높이는 요인이다.




국내적으로도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긍정적 요인들을 찾아보기 어려운 상태다. 일자리 부진과 기업 투자 위축 등을 해소할 뚜렷한 계기를 찾기 어렵고, 그나만 국내경기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는 가계소비도 경기심리 하락으로 반등하기 힘들어 보인다. 특히 향후 경기의 가늠자라 할 수 있는 국내외 기계수주 등 설비투자 선행지표들이 줄줄이 하락해 침체가 더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

국내외 경제기관들도 이러한 불확실성을 근거로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우리나라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의 3.0%에서 2.7%로 0.3%포인트, 내년도 전망치도 3.0%에서 2.8%로 0.2%포인트 하향조정했다. 성장률 전망치를 이처럼 큰폭으로 하향조정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그만큼 대내외 경제여건이 불투명해졌다는 점을 반영하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8%로 제시하고, 내년에는 더욱 낮아져 2.5%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경제의 고용창출력이 고갈된 상태에서 반도체에 의존한 수출도 점차 한계에 봉착할 것이란 전망이다.

대내외 경제여건이 악화하면서 우리경제가 ‘L자형’ 침체국면에 진입할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반도체 등 일부 호황품목을 중심으로 수출이 그나마 증가세를 유지하고 가계소비도 완만한 증가세를 지속하면서 경제 활력을 지탱하고 있지만, 향후 미중 무역전쟁 등 대내외 여건 악화로 수출 증가세가 꺾이고 금리상승 등으로 가계소비도 위축될 경우 침체가 깊어질 것이란 우려다.

정부는 일자리 창출과 사회안전망 강화를 위해 예산과 세제ㆍ정책적 지원을 확대하고 있지만, 민간의 경제심리가 살아나지 않을 경우 우리경제의 조기 회복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태다. 정부도 기존 소득주도성장 중심에서 규제혁신을 혁신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이것이 효과를 발휘하기까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여 당분간 어려운 국면을 벗어나긴 힘들 전망이다.

/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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