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정보
잠 안 와 한잔ㆍ소화 안 돼 한잔…술 마시는 노인 ‘우울증 주의보’
라이프| 2018-10-03 07:57
노인 음주는 신체건강은 물론 정신건강까지 위협하는 주요 원인이다. 특히 외로움이나 상실감 등을 달래기 위해 술을 마시다 보면 우울증과 자살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제공=다사랑중앙병원]

-지난 2일 ‘노인의 날’…자가 치료로 음주 사례 많아
-지난해 음주 경험 노인 27%…그 중 절반 가량 ‘과음’
-우울증 해소하차 음주 악순환…사회와 고립될 수도

[헤럴드경제=신상윤 기자]백모(72) 씨는 지난 7월부터 집 근처 알코올 전문병원에서 알코올 중독(알코올 의존증) 치료를 받고 있다. 10여 년 전 퇴직한 백 씨는 적적함을 달래기 위해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할 일이 없다’는 허탈감 때문이었다. 그러다 알코올성 질환이 생겼고 기억력도 떨어졌다. 지난 5월 밖에 나가 친구들과 술을 마신 뒤 방향 감각을 잃고 길을 헤매기도 했다. 그는 “‘이러면 안 되겠구나’ 싶어 치료를 받게 됐다”고 했다.

매년 10월 2일은 ‘노인의 날’이다. 65세 이상 고령자는 전체 인구의 14.3%를 차지할 만큼 고령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그만큼 노인의 정신건강 관리에 대한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매년 증가하는 노인 우울증과 자살률을 낮추기 위해 알코올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다사랑중앙병원의 최수련 정신건강의학과 원장은 “노인 음주는 신체건강은 물론 정신건강까지 위협하는 주요 원인”이라며 “특히 외로움, 우울함, 상실감을 달래기 위해 술을 마시다 보면 우울증은 물론 자살까지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최근 발표된 ‘2017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사장 중 지난 1년간 음주 경험자는 26.6%, 이중 과음주율(주 8잔 이상)은 10.6%로 술을 마시는 노인 중 절반 가까이가 과음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노인 5명 중 1명(21.1%)은 우울 증상을 겪고 있으며 6.7%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 중 13.2%는 실제로 자살을 시도한 경험이 있었다.

일반적으로 우울증은 무기력함, 피로감, 수면장애, 식욕 저하, 불안감 등의 증상을 수반한다. 최 원장은 “노인 우울증의 특징은 마음보다 몸으로 온다는 것”이라며 “우울하거나 슬프다는 감정적 표현 대신 ‘잠이 오지 않는다’, ‘소화가 안 된다’, ‘~가 아프다’ 등 신체 증상을 호소하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이 어렵거나 다른 질병으로 오인하기 쉽다”고 했다.

문제는 이 같은 증상에 대한 자가 치료의 일환으로 술을 마신다는데 있다. 음주는 우울증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키는 주범으로, 오랜 시간 음주를 반복하다 보면 알코올이 세로토닌의 분비를 억제해 더 우울한 감정에 빠지기 쉽다.

결국 우울한 기분을 해소하기 위해 다시 술을 마시는 악순환이 이어지다 보면 반복되는 술 문제로 인해 가족과 멀어지거나 사회적으로 고립되는 사례도 발생한다. 가족들이 단순한 노화 문제로 치부하거나 여생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이유로 방치하는 사례 있다.

최 원장은 “노인이 술에 의존하지 않고 사람들과 접촉하고 지지와 격려를 주고받을 수 있는 전문 치료 프로그램과 여가 활동을 장려해야 한다”며 “실제 알코올 중독으로 입원한 고령의 환자 중 단주를 선택하고 성공해 자신감 넘치고 건강한 노후를 보내는 회복자가 많다”고 강조했다.

이어 “노인 우울증은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자살로 이어질 수도 있는 만큼 가족들의 각별한 관심과 보살핌이 필요하다”며 “최근 ‘노인의 날’을 계기로 부모의 상태를 세심하게 관찰해 보고 건강하고 행복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돕는 방법을 모색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ken@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