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불법 성인 사이트 100개에서 운영 중인 배너 광고는 모두 1065개로, 이중 불법 도박 광고는 전체의 72.7%에 해당하는 775개로 집계됐다.[사진=123rf]

-국내 성인사이트 광고 70%는 ‘불법도박’
-“90조 불법 도박 시장이 사실상 자금원”
-경찰, 광고주인 성인 쇼핑몰 압수수색도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국내 불법 웹툰 공유 사이트나 성인 사이트의 주요 수입원은 인터넷 페이지에 걸린 ‘배너 광고’다. 이들 사이트는 서로 배너 광고를 달아주며 적게는 수 십만원에서 많게는 수 백만원씩 광고 수익을 공유한다. 특히 이들 사이트에 주로 배너 광고를 공급하는 업체는 불법 도박 사이트와 성인기구 쇼핑몰인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국내에서 유통되고 있는 성인사이트 83곳과 불법 웹툰 공유 사이트 17곳 등의 배너 광고 현황을 분석해보니 대부분 온라인 불법 도박 광고와 성인 기구를 파는 쇼핑몰 광고였다. 이들 100개 사이트에서 광고 중인 배너 광고는 모두 1065개로 불법 도박 광고는 전체의 72.7%에 해당하는 775개나 됐다.

도박 광고의 뒤를 이어 성인기구 판매 쇼핑몰 광고가 107개, 성매매를 조장하는 불법 데이트 광고도 105개나 됐다. 그러나 이 중에는 다시 인터넷 도박 사이트로 함께 연결되는 광고도 다수 포함돼 있어 실제로는 불법 도박 광고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불법 성인 사이트 등에 도박 광고가 많은 것은 이들의 운영비 중 상당수를 온라인 불법 도박 업체들이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영호 의원이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가 파악하고 있는 불법 도박시장 규모는 지난 2016년 기준으로 90조원에 달한다. 90조원에 달하는 불법 도박 시장이 불법 성인물 시장을 움직이는 꼴이다.

이들 사이트가 운영하고 있는 배너 광고는 개당 적게는 수 십만원에서 많게는 수 백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조사 대상에 포함된 불법 사이트들은 평균적으로 10.7개의 배너 광고를 운영했다. 많은 곳은 한 홈페이지 안에서 42개의 광고를 걸기도 했다. 이를 액수로 환산하면 매월 수 천만원의 수익을 배너 광고로만 벌어들이는 셈이다.

[사진=한 불법 성인 사이트에서 개제 중인 사이버 도박 광고]

그러나 경찰 수사에서 밝혀진 배너광고 수익은 대부분 미미한 수준이다. 최근 대전지방경찰청의 수사에서 검거된 불법 성인사이트 운영자 A(35)는 광고비 명목으로 2년여 동안 4000만원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A 씨가 벌어들인 광고 수익이 지나치게 적다는 반응이다. 한 해 서버 운영비만 수 천만원인 상황에서 실제 광고 수익은 더 높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IT 업계 관계자는 “배너 수익을 광고주와 공유하는 방식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불법 도박 광고의 경우, 광고 자체가 불법이다 보니 배분율이 사이트 운영자에게 높게 책정된다”며 “광고를 40개 이상 운영했다면, 광고비 명목으로만 하루에 수 십만원을 벌어들였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불법 성인 사이트에 광고 수익을 제공하는 업체들에 대해 경찰은 최근 사업장에 대한 압수수색을 하는 등 본격적인 수사에 나선 상황이다. 경찰 관계자는 “불법 성인물 공유 사이트 등에 배너 광고를 제공하는 성인기구 쇼핑몰 등에 대한 수사를 진행해 최근 압수수색까지 했다”며 “불법 성인물 사이트에 대한 수사를 계속 하고 있는 만큼 이들에 대한 수사도 계속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불법 촬영물이 유통되는 시스템 뒤에는 사이버 도박을 통해 벌어들인 불법 자금이 있다는 것이 확인된 셈”이라며 “불법 촬영물 유포를 돈벌이로 생각하는 음란물 사이트 운영자를 비롯해 음란물 사이트를 통해 이용자를 모집하는 사이버 도박 운영자들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osyo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