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자 검거되자 교체후 다시 영업
검거인원 6530명…구속은 290명
국내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에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불법 도박을 주도해온 업체에 대해 경찰이 세 차례에 걸쳐 수사했지만, 해당 업체는 운영자만 바꾼 채 영업을 계속 해오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3년여 동안 수사를 하며 경찰은 운영자 3명을 입건했지만, 정작 업체는 압수수색도 받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영호 의원이 경찰청 등으로부터 받은 당시 수사기록을 살펴보면, 경찰은 지난 2016년 게임물관리위원회로부터 ‘네임드’로 불리는 국내 스포츠 도박 프로그램 제작업체 A 사 등에 대한 수사의뢰를 받고 추적에 나섰다.
이른바 사다리 게임으로 불리며 지난 2013년부터 성행한 네임드 게임은 불법 도박 사이트에서 흔히 사용하는 ‘홀짝’ 게임 방식으로 결과를 맞히면 2배에 가까운 배당을 줘 많은 이용자를 모았다. 특히 이들은 게임 사이트와 이를 통해 획득한 사이버머니를 환전하는 사이트를 따로 만들어 경찰의 추적을 피해왔던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2016년 4월 본격적인 수사에 나선 경찰은 게임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적용해 사이트 운영자 A 씨를 입건해 기소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그러나 해당 업체는 압수수색조차 받지 않았고,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도 운영자만 바꾼 채 영업을 계속했다.
경찰이 운영자를 검거할 때마다 업체는 운영자를 바꿔가며 운영을 계속했고, 현재도 해당 사이트에서 사다리 게임을 하는 이용자만 2만여 명에 달한다. 도박 규모가 커지면서 지난 2015년 한 곳에 불과했던 사이버머니 환전 업체도 최근 3~4곳으로 늘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경찰에 적발된 도박 사건은 모두 5130건으로 검거된 인원만 6530명에 달한다. 그러나 이중 구속된 경우는 고작 290명으로 전체의 4.4% 수준에 불과하다.
유오상 기자/osyo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