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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촛불 2년①]대한문 앞 지키고 있는 태극기…그들은 왜?
뉴스종합| 2018-10-26 09:30
대한문 바로 옆에 설치된 태극기 집회 단체의 천막. 이들은 평일에도 천막을 지키며 대한문 앞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유오상 기자/osyoo@heraldcorp.com]
-대한문 차지한 태극기…천막 차려놓고 매일 농성
-주말마다 대규모 집회…주변 행인들은 “불편” 호소
-촛불 2주년 맞춰 대한문 앞에서 총궐기 대회 예고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지난 25일 오후, 시간에 맞춰 왕궁 수문장 교대를 보러온 인파 사이에서 A(65) 씨가 관광객들에게 유인물을 나눠주며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유인물에는 ‘문재인 정권 퇴진’이라는 빨간 글씨가 선명하게 새겨졌다. 대다수 관광객들은 A 씨가 건네는 유인물을 외면했다. 그렇게 서울 중구 대한문 앞 광장을 한 바퀴 돈 A 씨는 대한문 바로 옆에 설치된 천막으로 향했다. 마린온 헬기 사고로 순직한 해병대 장병 5명을 추모하는 분향소였다.

분향소 천막은 덕수궁 돌담을 따라 10m 정도 이어졌다. 그러나 그 옆에 나란히 차려진 마지막 천막에는 분향소와는 다른 명패가 붙어 있었다. 지난 탄핵 정국부터 이른바 ‘태극기 집회’를 주도해온 ‘태극기혁명 국민운동본부’의 천막이었다.

이날 낮에도 소속 회원 4명이 온종일 천막을 지켰다. 그러나 천막을 찾는 이는 거의 없었다. 가끔 대한문 앞을 지나며 관심을 갖는 외국인 관광객이 나타나면 회원들이 천막 앞에 붙은 영문 문패를 가리켰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이날 천막을 지키던 한 회원은 “평일에는 대부분 관광객이라 찾아오는 사람이 거의 없지만, 주말에는 태극기 집회를 주도하는 사무실로 운영돼 바쁘다”고 설명했다.

지난 7월 민주노총 쌍용차 지부 조합원들이 시민 분향소를 세우며 양측이 충돌하기도 했지만, 대한문 앞은 지난 탄핵정국부터 2년째 사실상 ‘태극기 집회’의 집결지로 쓰이고 있다. 주말마다 보수단체 회원들은 대한문 앞에 모여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무효와 문재인 대통령의 퇴진을 외쳤다. 지난 7월부터는 아예 천안함 사건과 연평해전 전사 장병을 추모하는 천막 분향소와 함께 농성 천막을 세웠다.

지난 탄핵정국 때부터 매 주말마다 태극기 집회가 이어지면서 대한문 앞에는 아예 태극기를 판매하는 노점상까지 들어섰다. [사진=유오상 기자/osyoo@heraldcorp.com]

그러나 이들을 바라보는 행인들의 시선이 곱지않다.

이날 수문장 교대를 보러 왔다는 대학생 김정목(23) 씨는 “분향소 천막 위로 펼쳐진 ‘문재인 대통령 퇴진’ 현수막이 좋게 보이지는 않는다”며 “화단에 농성 천막까지 겹쳐 보행자만 불편하게 된 것 같다”고 했다. 직장인 주수영(46) 씨 역시 “탄핵 정국이 지난 지 2년이 됐는데 태극기 집회 농성이 계속되고 있어 출ㆍ퇴근길이 불편하다”고 말했다.

천막 옆에 자리를 잡은 태극기 노점상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태극기에 성조기, 심지어 이스라엘 국기까지 팔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단순한 기념품 상점으로 아는 경우가 많지만, 매일 길을 지나야 하는 시민들은 가뜩이나 좁은 보행로 탓에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들은 농성을 멈출 수는 없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2016년부터 꾸준히 태극기 집회에 참여했다는 한 회원은 “최근 정부가 북한과 가까워지려고 하는 모습을 보며 태극기 집회를 더 열심히 참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계속 활동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이들은 애국단체시민연합과 한국교회연합 등을 중심으로 오는 27일 촛불집회 2주년 행사에 맞춰 대한문 앞에서 대규모 맞불집회를 예고했다. 이들은 “9ㆍ19 평양선언과 군사분야합의는 북한에 대한 항복 선언”이라며 “오는 27일 대한문 앞에서 ‘문재인 정권 퇴진 국민 총궐기’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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