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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에 읽는 신간
라이프| 2018-11-02 11:44
▶셀던의 중국지도(티모시 브룩 지음, 조영헌 외 옮김, 너머북스)=17세기에 사라진 지도가 2008년 발견돼 화제가 됐다. 17세기 당시 자바의 부유한 중국 상인을 위해 제작된 것으로 보이는 이 지도는 수 세기 동안 옥스퍼드대 보들리언도서관 수장고에 묻혀 있었다, 기증자인 존 셀던(1584~1654)을 기려 일명 ‘셀던의 중국지도’로 불린 이 한 장의 지도는 17세기 세계 무역의 놀라운 사실을 보여준다. 중국사학자인 티모시 브룩은 이 지도의 수수께끼를 스토리텔링식으로 흥미롭게 풀어간다. 주요무역항과 바닷길을 표시한 지도에서 동서양 노선은 남중국해에 둘러 그려진 큰 원의 가장 아래 끝에 위치한 인도네시아의 자바에서 만나는데, 정작 남중국해는 축소돼 그려져 있다, 곡선을 평면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왜곡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지역이 바로 지금 영토분쟁이 일어나고 있는 남중국해의 난사군도, 시사군도이다. 당시 바다 지역은 여러 가지로 쓸모가 없었기 때문에 선주들의 주 거래지역과 대륙만 정확하게 그린 탓이다. 지도상의 복잡한 네트워크는 당시 민족국가의 형성과 세계경제의 민영화 그리고 국제법의 출현과 연결돼 있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바로 세계화의 서막을 이 지도에서 발견할 수 있다.

▶맥베스(요 네스뵈 지음, 이은선 옮김, 현대문학)=북유럽 스릴러의 제왕 요 네스뵈가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를 현대적으로 새로 써냈다. 다시 쓰는 ‘호가스 셰익스피어 시리즈’의 일곱번째 책으로, 이 ‘맥베스’는 영문학 최고의 걸작과 북유럽 스릴러 제왕의 만남이란 점에서 기대를 모았다. 요 네스뵈는 원작의 플롯과 인물 관계를 훼손하지 않고 이야기를 현대로 바꾸어, 마약과 폭력, 살인, 부패한 경찰과 갱단이 등장하는 누아르로 만들어냈다. 권력에 눈이 멀어 살인을 저지르는 스코틀랜드 왕 맥베스는 의리와 사랑에 목숨을 거는 매력적인 특공대장으로 부활했다. 여신 헤카테와 휘하의 세 마녀는 초자연적 존재가 아닌, 돈과 약물을 무기 삼아 도시를 지배하는 마약상으로 되살아났다. 헛된 예언을 믿고 맥베스를 부추겨 살인에 이르게 하는 맥베스 부인은 야망의 끝이 어디인지 알면서도 헤어나지 못하는 속물적 인간의 전형을 보여준다. 특히 요 네스뵈 특유의 캐릭터인 선과 악의 경계에 선 인물들이 이번엔 어떻게 탄생할 지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악과 싸우다 악에 물들고 정의를 믿지 않으면서도 정의를 위해 싸우는 모순된 인물, 해리 홀레가 이 역할을 맡았다.

▶면화의 제국(스벤 베커트 지음, 김지혜 옮김, 휴머니스트)=대량생산형태의 자본주의는 1780년경 산업혁명과 함께 출현했다는 게 일반적인 통념이다. 스벤 베커트 하버드대 교수는 여기서 1세기 전으로 더 거슬러 올라간다. 다름아닌 들판의 면화에서 산업자본주의의 맹아를 본 것이다. 면화의 초기 역사는 유럽이 아니라 인도 아대륙의 농부들과 서아프리카의 대상, 아메리커 대륙의 원주민,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의 여러 나라가 주도했다. 하지만 제국주의의 팽창으로 식민지화와 노예무역이 확장되면서 단 한 세기 만에 유럽의 자본이 세계 면산업의 중심, 면화의 제국을 형성하게 된다. 급속도로 성장한 면산업은 새로운 기계와 임금노동자라는 획기적인 발명으로 산업혁명의 디딤돌을 놓았다. 지은이는 유럽이 지배한 면화의 제국이 그토록 빠르게 재편된 이유로 생산과 무역, 소비를 조직하는 새로운 방식을 꼽는다. 이 중심에는 제국의 팽창과 원주민 약탈, 노예제, 무력을 동원한 교역, 자본과 노동력을 장악한 자본가가 있었다. 지은이는 이를 ‘전쟁자본주의’로 부른다. 자본주의가 산업자본주의로 발전할 수 있었던 배경에 전쟁자본주의가 있다는 주장이다. 현대 자본주의의 심각한 불평등과 글로벌화의 오랜 역사를 이해하는 출발점으로서 면화를 새롭게 고찰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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