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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北 비핵화-제재완화 기싸움…文 대통령 고단한 ‘수석 중재자’
뉴스종합| 2018-11-16 11:50
APEC 참석 파푸아뉴기니로
17일 시진핑에 역할주문할듯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가야할 길은 여전히 험난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년만에 전술무기 시험 현지 지도에 나섰고, 미국 의회와 조야에선 삭간몰 기지 논란을 계기로 북한을 ‘거대 사기집단’으로 몰아세우고 있다.

문 대통령은 16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위해 파푸아뉴기니로 떠났다. 문 대통령이 4박5일간의 싱가포르 아세안(ASEAN) 정상회의 참석 기간 가장 힘주어 강조한 부분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정착에 필요한 각국 정상들의 지지 호소였다. 한국과 아세안 10개국 정상들은 15일 ‘FFVD(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가 담긴 의장성명을 채택했다. 북한의 비핵화가 완전히 이뤄진 다음에야 제재완화가 가능하다는 것이 아세안 국가들의 모임에서도 재확인 된 것이다.

아세안 의장성명에 ‘FFVD’ 표현이 들어간 다음날 북한 조선중앙방송은 김 위원장이 첨단전술무기 시험을 지도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이 1년 만에 김 위원장의 무기 시험 지도 사실을 공개한 데는 현재 진행되는 한반도 상황에 대해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측의 대북 압박 수위도 높아지는 추세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15일 NBC뉴스와 인터뷰에서 내년 2차 북미회담에 앞서 “북한의 모든 핵무기와 개발 장소를 확인하고 관련 장소를 사찰할 수 있는 계획, 또 핵무기 폐기 계획이 나오는 것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말했다. 펜스 부통령이 강조한 ‘핵무기 개발 장소’, ‘사찰계획’, ‘폐기계획’ 등은 북한이 극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부분으로 김 위원장은 ‘지점을 밝히면 폭격 타깃이 된다’며 거부감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진다. 시설을 신고하되 북한과 미국 사이의 ‘신뢰’가 쌓인 다음에야 ‘진도’를 나갈 수 있다는 주장이 북한측의 생각이다.

문 대통령의 고민도 이 지점에 쏠려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최근 뉴욕타임스(NYT)가 ‘거대한 기만(great deception)’이라고 보도한 ‘삭간몰 미사일 기지’ 논란을 계기로 미 조야와 의회, 언론이 갖고 있는 대북인식의 한계를 절감했을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가짜뉴스’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미국 지식사회 내 ‘반(反)트럼프 정서’도 무시키 어려운 현실임이 입증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오는 17일 파푸아뉴기니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북한의 ‘과감한 변화’를 위해 중국이 역할을 해달라는 주문을 할 것으로 보인다. 남북한 관계 개선과는 별개로 북한이 느끼는 체제 안전보장에 대한 안전판 역할을 중국측이 제공하면 북한의 변화 속도도 빨라지지 않겠냐는 뜻에서다. 

홍석희 기자/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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