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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컨슈머포럼] 인간 손 떠난 의사결정…코 앞 닥친 AI 데이터리즘
뉴스종합| 2018-11-20 10:01
롯데제과의 트렌드 예측 인공지능(AI) 시스템 ‘엘시아’ 화면. [제공=롯데제과]
-2019 컨슈머 트렌드, 가공할만한 위력 ‘인공지능’
-롯데제과, 트렌드분석부터 제품생산까지 AI 활용
-TV홈쇼핑 프로그램 편성도…“시간 30% 단축”
-신세계百은 빅데이터 분석해 타깃 마케팅 강화

[헤럴드경제=이혜미 기자] ‘깔라만시 빼빼로’, ‘꼬깔콘 버팔로윙맛’, ‘초코파이 콜드브루모카’….

이들 롯데제과 신제품의 공통점은 뭘까. 모두 인공지능(AI)이 상당 ‘지분’을 가졌다는 점이다.

지난해 상반기부터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 열대과일 깔라만시가 입소문이 났다. 신제품 개발 담당 직원들은 당시 소셜미디어에서 깔라만시 언급량이 10배 가량 급증한 점을 포착했다. AI 시스템의 트렌드 분석을 토대로 새콤달콤한 맛의 이색 빼빼로가 탄생했다.

꼬깔콘 버팔로윙맛은 최근 ‘혼술족’ 증가세에 착안한 제품이다. 맥주와 잘 어울리는 맛을 AI로부터 추천받아 개발됐다. 초코파이 콜드브루모카는 커피시장에 콜드브루 선호도가 높아진 트렌드를 반영했다. 트렌드 분석은 역시 AI가 맡았다.

롯데제과가 지난 8월부터 AI 시스템 ‘엘시아’를 본격 도입하면서 신제품 개발 회의 풍경도 달라졌다. 과거엔 사전 트렌드 조사에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이제는 회의 도중 떠올린 아이디어가 실제 트렌드에 부합하는지 엘시아를 통해 곧장 검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엘시아가 구축한 빅데이터 덕분에 가능한 일이다. 최근 소비 패턴 관련 데이터는 롯데멤버스를 통해, 수천만 건의 소셜데이터는 외부 전문업체를 통해 제공된다. 여기에 신제품 관련 데이터도 계속 쌓이면서 학습을 통해 엘시아의 분석ㆍ예측 능력은 더 고도화되고 있다.

롯데제과는 소셜데이터 분석으로 ‘앙빠’라는 신조어를 찾아내 마케팅에 접목하기도 했다. 앙빠는 ‘빠다코코넛’에 버터와 팥앙금을 조합해 만든 이색 메뉴다. 실제로 일부 제과점에서 판매하고 있기도 하다. 이에 롯데제과는 빠다코코넛 제품 포장에 앙빠 레시피를 삽입하는 등 소셜 트렌드를 적극 활용했다. 

인공지능 관련 이미지. [제공=123rf]
트렌드 분석 뿐 아니라 상품성 검토도 AI 손에 넘어갔다. 신제품 출시 3개월 후 8주 간 예상 수요량을 파악하는 것이 가능하다.

엘시아 개발에 참여한 박동조 마케팅 카테고리매니저(CM) 2팀장은 “처음 설계할때 목표한 매출 트렌드 정확도는 70% 수준이었는데 (엘시아가) 그 이상 정확도를 보여줬다”며 “엘시아를 통해 나온 예상 매출 그래프에 실제 매출 그래프를 엎어보니 형태가 굉장히 유사했다”고 했다.

유통업계 전반에서도 AI 활용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효율성’ 때문이다. 기업은 자료 수집과 분석 시간을 줄일 수 있고, 소비자는 관심사에 맞는 쇼핑 정보를 손쉽게 제공받을 수 있다.

롯데홈쇼핑은 AI가 TV홈쇼핑 방송을 자동 편성하는 시스템을 지난 9월 도입했다. 판매할 상품 정보를 시스템에 입력하면 최대 매출이 예상되는 편성표가 자동 완성된다. 이 ‘스마트 AI 편성 시스템’ 덕분에 상품기획자(MD)와 편성 담당자 주관이 중요했던 편성이 보다 객관성을 띠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편성에 소요되는 시간도 AI 시스템 도입 후 기존보다 30% 정도 단축됐다. 

인공지능 관련 이미지. [제공=123rf]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부터 AI 고객 분석 시스템인 ‘S마인드’를 모바일 앱에 적용해 개인 맞춤형 마케팅에 힘쓰고 있다. 백화점업계의 대표적 마케팅 수단은 우편광고물(DM)이다. DM은 모든 고객에게 동일한 쇼핑 정보를 전달해 마케팅 적중률이 떨어지는 한계가 있다.

S마인드는 개개인의 취향을 분석해 고객이 백화점 앱을 열면 선호하는 브랜드 정보부터 볼 수 있게 했다. 특정 주방용품 브랜드 제품을 자주 구매하는 고객에겐 앱 메인 화면에 해당 브랜드의 할인 행사 정보가 뜨는 식이다.

이 같은 맞춤형 쇼핑정보 제공 시스템 역시 방대한 빅데이터가 기반이 됐다.

신세계는 백화점 고객 500만여명을 대상으로 최근 온ㆍ오프라인 구매 기록은 물론 성별, 연령, 지역, 구매 빈도, 객단가, 주거래 점포, 월별 구매 일수 등 100여개 변수를 사용해 매일 빅데이터를 생산해낸다. 이를 종합해 고객별 선호 브랜드를 도출하고, 브랜드마다 관련 쇼핑 정보가 자동 매칭되도록 해 이를 각 고객에게 제공하는 식이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데이터가 축적되면서 S마인드도 보다 고도화되고 있다”며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는 유통업계에서 정교한 타깃 마케팅으로 경쟁력을 키워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ha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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