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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화해ㆍ치유재단 해산결정…“韓ㆍ日, 10억 엔 처리방안 지속 협의”
뉴스종합| 2018-11-21 13:33

-“화해치유재단, 사실상 기능 중단”
-10억 엔 처리방침 포함 안돼…“2015년 위안부 합의는 유지”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문재인 정부는 21일 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위해 설립한 화해ㆍ치유재단의 해산을 공식발표했다.

여성가족부는 이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에 대한 정부대책을 재정비하는 과정에서 화해ㆍ치유재단은 이사진 중 민간인들이 지난해 말까지 전원 사퇴하는 등 사실상 기능 중단된 상태가 됐다”며 해산방침을 밝혔다. 여가부는 재단의 해산 절차를 밟고 후속 조치를 관계부처와 협의해나갈 것이라고도 했다.

정부는 그러나 재단의 해산이 2015년 이뤄진 한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관한 합의를 파기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유지했다. 여가부는 발표내용에 일본 정부가 화해ㆍ치유재단에 출연한 10억 엔의 처리방침을 포함하지 않았다.

외교부 고위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피해자들의 존엄과 명예를 실질적으로 회복할 수 있는 방안으로 일본의 출연금인 10억 엔이 사용될 수 있도록 일본 정부와 협의를 계속해나갈 방침”이라며 “위안부 합의를 파기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재단을 재구성하거나 대체할 재단을 설립할 여부에 대해서는 “결정된 것이 없다”며 “화해ㆍ치유재단은 일단 해산절차를 밟게 될 것”이라고 했다.

정부가 화해ㆍ치유재단과 출연금 10억 엔에 대한 조치를 분리대응한 이유는 ‘한일 위안부 합의를 파기하지 않는다’는 정부방침을 살리되, 들끓는 여론을 달래기 위한 조치의 필요성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화해ㆍ치유재단에 대한 조치가 한일 외교사안이 아닌 위안부 피해자들의 실질적인 명예 및 존엄성 회복을 위한 대내조치라는 점을 어필한 것이다.

실제 지난 1월 9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위안부 합의에 대한 후속조치 방침을 발표했을 때 일본은 유감표명을 하면서도 강경한 수위의 반발은 하지 않았다. 한 일본 소식통은 “지금까지 같이 해석해온 바에 따라 한국이 재단 문제를 대내적으로 해결하겠다고 하면 일본도 외교적으로 크게 반발할 이유는 없다”고 했다.

일본 정부는 재단의 해산결정을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을 견지하되, 절제된 형식으로 항의할 전망이다. 일본 소식통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이수훈 주일 한국대사를 초치해 항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아울러 다양한 외교경로를 통해 항의를 하고,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 명의로 한국 정부에 유감을 표하는 논평을 발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일본 정부는 위안부 합의가 ‘파기됐다’는 표현은 사용하지 않을 방침이다. 고노 외무상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일본은 위안부 합의를 이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왔으며, 합의를 유지한다고 말하고 있는 한국 측도 한일합의 유지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고노 외무상은 “한일 합의라는 것은 국제적으로도 고평가되고 있는 약속이기 때문에 합의를 근간으로 양국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일본이 출연한 10억 엔 중 약 절반인 44억 원은 이미 지급된 상태다. 2015년 12월 위안부 합의가 체결된 시점으로 생존 피해자 34명, 사망자 58명이 해당 금액을 받았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위안부 합의를 재검토해 일본이 출연한 10억 엔을 전액 정부 예산으로 충당키로 했다.

당초 박근혜 정부는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이 남아있다는 입장을 갖고 대일강경책을 펼쳤다. 그러나 2015년 돌연 일본 정부의 출연금으로 정부가 위안부 관련 재단을 운영하는 것을 골자로 한 위안부 합의를 채택했다. 한일 간 정치적 합의로,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국가와 국가간 맺은 약속이라는 점에서 한국 정부는 ‘위안부 문제가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해결됐다’는 입장을 준수해야 하는 정치적 책임을 짊어지게 됐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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