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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염병 사용 충격적”…대책없는 ‘소송 불만 테러’
뉴스종합| 2018-11-28 11:44
지난 27일 김명수 대법원장 출근길에 일어난 화염병 습격 사건으로 인해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정문 입구에 경찰들이 추가 배치돼 있다. [연합뉴스]

청사 밖 돌발상황 대응 어려워

27일 대법원장 차량에 화염병을 던지는 사건이 발생하는 등 소송에 대한 불만이 ‘테러’로 이어지는 사례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지만, 법정 밖 물리력 행사에는 마땅한 대책을 세우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경찰에 체포된 남모(74) 씨는 최근 국가를 상대로 낸 2억 원대 민사소송에서 패소 확정판결을 받았다. 양돈사업을 하는 남 씨는 ‘친환경 인증’을 받지 못하자 이 처분이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하지만 이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서울 서초동 대법원 정문 인근에서 한달여 동안 1인시위를 벌여왔다.

대통령, 국회의장과 함께 ‘3부 요인’으로 경찰 상시 경호를 받는 대법원장에게 물리적 폭력이 가해진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2010년 1월 보수시민단체 소속 회원 일부가 ‘PD수첩 무죄판결’에 불만을 표시하며 이용훈 당시 대법원장이 출근하던 차량에 계란을 던진 사례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인화성 물질을 투척해 실제 차량에 불이 붙었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도 이날 성명을 내고 “다행히 신변에 이상이 없다고 하나 화염병이라는 위험한 도구가 사용된 점에서 매우 충격적”이라며 “이번 사건은 법치주의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며 철저한 수사를 통해 엄정하게 그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냈다.

대법원 청사나 일선 법원 법정에는 흉기 등 위험한 물건 반입을 걸러내는 장치가 있다. 법원 소속 방호원들이 출입구에서 엑스레이 검색을 하고, 재판정에도 법정경위가 배치돼 사실상 경호 임무를 맡는다. 하지만 이번 사건처럼 청사 외부에서 벌어지는 돌발 상황에는 대비책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 법원 경계지로부터 100m 이내 시위를 금지하는 현행법 규정이 있었지만, 헌법재판소에서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으면서 사실상 무력화됐다.

법정 밖에서 소송 결과에 불만을 품은 당사자가 테러를 가한 대표적 사례는 2007년 박홍우 부장판사 피습 사건이 있다. 당시 재임용 탈락 사건에서 패소한 김명호 전 성균관대 교수가 박 부장판사의 자택을 찾아가 석궁을 쏴 파문이 일었다. 2008년에는 광주지검 진정처분 결과에 불만을 품은 40대 남성이 현직 부장검사에게 철제 공구를 휘둘러 머리와 얼굴을 다치게 한 일도 있었다. 2017년 ‘최순실 게이트’ 수사를 맡았던 박영수 특별검사도 변호사로 활동 중이던 2015년 자신이 맡았던 사건 상대방이었던 60대 남성에게 습격을 받아 흉기로 목 부위에 자상을 입었다. 법원은 ‘신변 및 신상정보 보호업무처리를 위한 내규’를 운영하고 사건 당사자나 변호사, 증인에 신변 보호 요청이 있는 경우 경호 인력을 지원하고 있지만 이용하는 사례는 많지 않다.

좌영길 기자/jyg9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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