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진=헤럴드경제DB] |
-검찰 “상급자에게 더 엄정한 책임 물어야”
-日 전범기업 대리 김앤장측 직접 만나 논의 정황
-박병대 고영한 영장 결과 이후 조사 일정 조율할 듯
[헤럴드경제=유은수 기자] 사법농단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전직 대법관들을 구속하기로 하면서 양승태(70ㆍ사법연수원 2기) 전 대법원장에 대한 사법 처리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3일 박병대(61ㆍ12기)ㆍ고영한(63ㆍ11기) 전 대법관에 대해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사상 초유의 전직 대법관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여부는 서울중앙지법 5개 영장전담 재판부 중 한 곳으로 무작위 배당된다. 영장 심사는 5~6일께 이뤄질 전망이다. 두 전직 대법관에 적용된 혐의도 다양해 박 전 대법관의 구속영장 청구서는 158쪽, 고 전 대법관은 108쪽에 달한다.
검찰은 두 전직 대법관의 구속영장 청구서에 양 전 대법원장이 범행을 공모했다고 적었다. 검찰 관계자는 “이 사건은 업무상 상하 관계에 의한 지시ㆍ감독에 따른 범죄 행위”라며 “더 큰 결정 권한을 행사한 상급자에게 하급자 이상의 엄정한 책임을 묻는 것이 전모를 밝히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사법 처리 방침을 시사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검찰은 영장 발부 여부가 결정된 이후 양 전 대법원장의 대면 조사 시점을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이 관계자는 “수사가 점점 진행되면서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직접 조사의 필요성은 더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최근 양 전 대법원장의 혐의 사실을 최근 추가로 확보했다.
검찰에 따르면 양 전 대법원장은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소송과 관련해 전범기업을 대리한 김앤장 법률사무소 측을 직접 만난 것으로 조사됐다. 양 전 대법원장은 사건 재상고심이 대법원에 계류된 시기에 김앤장의 한모(68ㆍ6기) 변호사를 여러 차례 만나 재판 진행 상황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같은 정황을 확인하기 위해 지난달 한 변호사와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지낸 곽병훈(49ㆍ22기) 변호사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대법원장은 대법관 전원이 사건을 심리하는 전원합의체의 재판장을 맡는다. 법원조직법은 심리 내용을 외부에 유출하지 못하도록 금지하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이 한 변호사를 만나 사건 내용을 전달했다면, 공무상 취득한 비밀을 누설한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의 비서실장을 지낸 김정만(57ㆍ18기) 변호사가 옛 통합진보당 잔여 재산 가압류 사건에 개입했다는 혐의도 포착했다. 검찰은 지난달 말 김 변호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또 양 전 대법원장 재임 시절 ‘물의 야기 법관 인사 조치’ 관련 보고서를 만들어 특정 법관에 대해 인사 불이익을 주려 했던 혐의도 두 전직 대법관의 구속영장에 포함됐다. 이 보고서에는 양 전 대법원장의 서명이 돼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옛 통진당 의원들의 지위 확인 소송과 관련해 법원행정처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판사들이 승진에서 누락한 경위도 석연찮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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