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피플&스토리] 15년전 ‘10억 만들기’ 열풍 주인공, 김대중 씨의 요즘 삶
뉴스종합| 2018-12-14 09:30
-대한지방행정공제회 감사로 제2인생 개척
-최근 ‘Again 나의 꿈 10억 만들기’ 책 출간
-“돈의 노예 아닌, 부리는 사람 돼라” 설파
-‘작은 부자’돼 노후 걱정 없는 인생 살아야 


15년전 ‘나의 꿈 10억 만들기’ 책을 펴내 ‘10억 열풍’을 불러일으킴과 동시에 근로자들에게 재테크 희망을 안겨주었던 김대중 대한지방행정공제회 감사. 그 역시 맨손으로 인생을 개척한 사람으로서, 돈과 행복의 함수관계에 대한 자신의 경험과 철학을 이웃과 나누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거울 앞에 선 그의 모습에선 여유가 느껴진다. 사진=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헤럴드경제=박로명 기자] ‘그때 그 많던 사람들은 10억 만들기에 성공했을까?’.

지난 3월, 귀국 비행기에 몸을 실은 김대중(56) 대한지방행정공제회 감사에겐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은퇴 이후 아내와 함께 세계 여러나라를 돌아다녔는데, 마지막 여행지였던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에서 귀국하는 길이었다. “왜 그게 비행기 안에서 궁금했는지는 모르겠어요. 아마 여행이라는 여정과 은퇴 후 삶에 대한 여러가지 복잡한 느낌이 교차돼 그랬을 거예요.”

김 감사는 지난 2003년 한국사회를 강타했던 ‘10억 만들기’ 열풍을 들불처럼 번지게 만든 주인공이다. 당시 김 감사는 ‘나의 꿈 10억 만들기’라는 책을 출간했고, 이는 곧바로 장안의 화제가 됐다. 온라인에서는 10억 만들기 카페가, 오프라인에서는 재테크 강좌 붐이 일었다. 외환 위기로 파편화된 개인은 흩어진 꿈들을 조각조각 모아 10억 마련이라는 목표를 세웠다. 흙수저로 태어난 가난한 사람도, 직장 말단 근로자도 10억을 만들어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일종의 재테크 책은 이후 ‘투자의 교과서’가 됐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사람들이 본격적으로 ‘돈’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어요. 고금리 시대가 지나고 기나긴 저금리시대로 진입하면서 인생역전을 바라는 사람들에겐 고통의 나날이었거든요. 제 책이 인기를 끈 것은 그런 시대적 상황과 맞물렸기 때문일지도 모르죠.”

당시 기업들은 상시적 구조조정을 단행했고, 직원들은 언제라도 교체 가능한 톱니바퀴 부품으로 전락했다. ‘돈’만이 생존수단이자 미래였다. 그래서 김 감사의 책은 이들에게는 동아줄이자, 잡고 싶은 지푸라기였는지 모른다. 은퇴 후 제2인생을 설계했던 때, 비행기 안에서 김 감사가 2003년을 회상한 것은 당연한 것인지 모른다. 자기 인생을 되돌아보고, 또 자신 역시 새로운 지푸라기를 준비해야 하는 심경, 그게 여행자의 먹먹한 가슴에 울리면서 잠시 회고에 빠지게 했을 것이다.

이런 김 감사는 대한지방행정공제회 감사를 맡으며 활발한 제2인생을 살고 있다. 최근에는 ‘Again 나의 꿈 10억 만들기’라는 책을 내놨다. 15년전 책의 후속편인 셈이다. 그러면서 다시 ‘10억’이라는 단어를 끄집어 냈다. 한층 넓어진 마음으로, 한층 넓어진 경험과 노하우로 사람들에게 ‘진화된 10억 재테크’ 노하우를 전파하는 것이 너무도 좋단다.

서울 용산구 대한지방행정공제회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인생 얘기도, 재테크 얘기도, 사람간 네트워크와 소통 얘기도 막힘이 없다.

▶왜 다시 ‘10억’인가=돈. 그것만 생각하면 징글징글하다. 지금은 재테크 전문가로 통하지만, 그 역시 ‘돈’ 앞에서 쩔쩔매던 시절이 있었다.

“저요? 왜 흙수저라는 말이 있잖아요. 제가 전형적인 흙수저입니다.”

어려웠던 시절, 150원짜리 연탄 한 장을 살 돈이 없어 한겨울 자취방에서 담요를 끌어안고 울었던 적도 많았다. 브레이크가 없는 싸구려 중고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방범대원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택시에 치인 적도 있다. 도로 한복판에서 펑펑 울었단다. 어렸기 때문에 돈을 원망하는 법조차 몰랐다. 그저 서럽고, 서럽다 보니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나오더란다.

그가 재테크 전도사가 된 것은 이와 무관치 않다. 자신의 서러운 경험을 남들은, 최소한 다른 어린 친구들이 그대로 밟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 그랬을 것이다.

“저 역시 작은 부자를 꿈꿨어요. 작은 부자의 잣대를 ‘10억’으로 제시한 것은 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최소한 돈 때문에 비참해지지 않고 비굴해지지도 않는 일종의 ‘선(線)’으로 여겼던 것 같아요.” 10억은 그에겐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지킬 수 있는 ‘황금률’이었다는 의미다.

2003년 ‘10억’에 꽂힌 이후 15년이 흘렀고, 김 감사 역시 “돈에 얽매이는 생활에서 벗어나 아주 조그만 경제적 자유를 찾았다”고 했다. 마흔다섯살 언저리에 10억원이라는 뭉칫돈을 모았다. 개인적으로는 교보증권 자산운용본부장, KTB투자증권 전무 등을 역임했고, 다수의 저서를 집필한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올랐다. 은퇴 이후 아내 손을 꼭 잡고 스페인, 터키, 발칸, 미국 등을 여행할 여유도 그래서 생겼다. 무엇보다 여기저기 옮겨 다니는 ‘민달팽이족’ 생활을 청산하고 북한산 자락 성북구 정릉동에 122평의 단독주택을 마련했단다.

“저 역시 돈에 굴복하지 않고, 돈을 부릴 수 있게 되기까지 수십 년이 걸렸어요. 저처럼 ‘돈맹’이었던 누군가는 지독한 저축과 마음 졸이는 투자로 작은 부자가 됐겠지만 더 많은 이들은 실패했을 것 입니다.”

강산이 한번 하고도 반번 바뀌는 동안 그 역시도 많은 생각을 했단다. “제가 10억 만들기라는 화두를 다시 들고 나온 것은 15년 전과 현재의 현실이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직도 경제적인 어려움 속에서 10억을 꿈꾸고 있을 사람들을 위해 저의 경험을 공유하고 싶습니다.”

김 감사는 2018년에도 10억은 유효한 키워드라고 했다. 15년이 흘렀지만 과거와 현재의 현실은 놀라우리만치 닮았다는 것이다. 평균 수명은 늘어났지만 정년은 더 짧아져 퇴직금으로 노후를 지탱하기 어려워졌고, 최후 보루인 국민연금 재원은 서서히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길고 궁핍한 노년의 그림자는 모두의 발밑에 드리워져 있는 것이다.

“대학 입시는 오직 취업률로 재단되고, 취업의 문턱은 턱없이 높아졌습니다. 취직도 어렵지만 버티는 건 더 어려워졌어요. IMF 때에는 막대한 적자로 은행원들이 짐을 쌌지만, 지난해에는 은행이 11조원이 넘는 순이익을 내고도 5000명의 은행원이 집으로 가야 했어요. 구조조정 체계가 상시화된 것이죠.”

이에 과거엔 (인생) 전반전은 열심히 뛰고 후반전은 손주 재롱을 보며 살다가 마감했던 인생이 이젠 ‘후반전에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가’를 고민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는 게 그의 말이다.

“세금에 의존하는 정부의 복지 정책은 출산율 감소로 이미 한계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결국 과거나 현재나 노후를 보호해 줄 단단한 방패는 스스로 마련해야 합니다.” 그가 다시 10억 만들기를 주창하는 이유다.

▶돈 모으는 방법, 따로 있다=“다 아는 얘기지만, 저축만으로 작은 부자가 되는 시대는 지났어요.”

어떻게 10억원을 모을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한 그의 답변이다. 김 감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것이 돈의 속성이라고 강조한다. 처음에 아주 완만하게 모이다가 어느 순간 급격하게 불어나는 게 돈이란다. 그래서 돈이 돈을 벌어주는 시스템을 이해하고 이를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단다.

“채권에 투자해 3개월마다 받는 이자, 임대 빌딩에서 매달 나오는 수입이 대표적입니다. 돈에는 자가복제능력이 있어요.”

이에따라 어느 정도의 저축이 이루어지면 주식투자건 채권투자건 부동산투자건, 자산 증대에 기여할 수 있는 계기를 찾아 나서야 한다는 게 그의 논리다.

“10억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돈의 흐름을 철저히 파악해야 합니다.”

먼저 ‘내 재산의 재무상태표’를 만들고 표 왼쪽에는 집, 전세금, 적금, 귀금속 등을 기록하고 오른쪽에는 아파트 전세자금 대출, 카드결제금액, 마이너스 통장, 보증 등 부채를 기입해 재무 상태를 한 눈에 볼 수 있게 하라는 것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재산에서 자동차, 집안 가구 등은 제외해야 합니다. 귀금속과 달리 시간이 지나도 자산 가치가 올라가지 않는 자동차, 가구 등은 감가상각을 고려해야 하죠.”

김 감사는 ‘유혹을 이기는 법’을 익히는 게 작은 부자가 되는 지름길이라고 했다. 불필요한 소비는 10억 만들기의 걸림돌이 되며, 돈을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사고 싶은 것’과 ‘필요한 것’을 구분해야 한다고 했다. “사고 싶은 물건이 있다면 ‘이 물건 값이 1년 뒤에는 적어도 10% 정도의 가격 인하돼 있을 것’이라고 여길 필요도 있어요. 1년 동안 구매 욕구를 억제할 수 있다면 10%의 이익을 챙길 수 있는 셈이죠.”

▶‘작은 부자’는 왜 행복한가=부자라고 해서 모두 다 똑같은 부자는 아니다. 부자도 부자 나름대로 등급이 있다. 몇 조, 몇천억대의 부자는 이른바 ‘금수저’로 하늘이 내린 부자다. 몇백억, 몇십억 대의 중간 부자는 자수성가한 사람이 많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10억원대 부자는 작은 부자다. 뼈를 깎는 노력으로 ‘영혼까지 끌어 모아’ 돈을 만든 사람들이다. 명성이나 재력 면에서 큰 부자와 비교할 수 없지만, 정신적으로 좀 더 여유롭게 살아 갈 수 있는 이들이다.

김 감사는 돈이 중요하지만, 돈의 노예가 돼선 안된다고 주장한다. 돈을 버는 것은 좋지만, 돈이 전부는 아니라는 것이다. 돈에 대한 철학을 그래서 일찌감치 굳건히 하는 게 좋다고 김 감사는 말한다. 그가 ‘10억’을 행복의 황금률로 얘기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사람의 행복이 돈이라는 변수만으로 좌우된다면 많이 가질수록 더 행복하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1개를 가진 사람이 1개에 감사함을 느낄 때 99개를 가진 사람은 1개를 더 가져 100개를 채우려 합니다. 이런 점에서 100억 부자가 10억 부자보다 10배 더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오히려 작은 부자들이 더 행복할지도 모릅니다. 큰 부자가 부를 축적하기 위해 많은 것을 희생하는 사이 작은 부자는 가족들과 해외여행도 가고, 취미 생활도 누렸을 테니까요.”

그런 점에서 돈과 행복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수준이 10억원대라고 그는 말한다. “인생 후반부에 돈의 노예가 될 것인지, 돈을 부리는 사람이 될 것인지는 오로지 본인의 몫입니다. ‘작은 부자’가 돼서 인생의 여유를 누리는 것, 그것이면 족하지 않겠어요?”

dodo@heraldcorp.com

▶김대중 감사 프로필

-고려대학교 통계학(학사)ㆍ경영학(석사)

-1989년 대신증권 입사

-1994년 교보증권 입사. 광명지점장, 상계지점장, 목동지점장, 기획팀장(상무보), 종합기획실장(상무), 자산운용본부장(상무) 역임

-KTB투자증권 전무

-현재 대한지방행정공제회 상임감사

-저서=‘나의 꿈 10억 만들기’(2003년), ‘난 은행적금보다 주식 저축이 더 좋다’(2005년), ‘대한민국 재테크사’(2005년), ‘김대중의 지점장 일기’(2006년), ‘서른살부터 시작하는 주식재테크’(2006년), ‘친구 같은 아빠 되기’(2008년), ‘주식투자의 99%는 위험관리다’(2008년), ‘20대가 가장 알고 싶은 돈 관리법 75’(2013년), ‘블록체인 혁명 가상화폐 진실’(2018년),‘Again 나의 꿈 10억 만들기’(201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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