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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7% 폭락…경기둔화 공포, 증시 이어 원유시장도 삼켰다
뉴스종합| 2018-12-19 10:25
WTI, 3년만에 하루 하락률 최대…10월 고점 대비 40%↓
수요 부진에도 불구 미국, 러시아 기록적 생산량

18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살만 빈 압둘아지즈 왕이 2019년 예산안 회의에 참석했다. 국제 유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사우디는 내년 정부 지출 등을 늘릴 계획이다. [로이터연합뉴스]

[헤럴드경제=신수정 기자]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둔화와 공급 과잉 우려로 국제 유가가 또다시 급락했다.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 배럴당 50달러선 붕괴에 이어 하루 새 7% 넘게 폭락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유가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18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내년 1월 인도분 WTI는 전일 대비 7.3% 하락한 46.2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2017년 8월 30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며, 하루 하락률로는 2015년 9월 1일 이후 가장 컸다.

연고점이었던 지난 10월 3일 76.41달러에 비하면 무려 39.5% 내렸다. 지난 10월초 미국의 이란 제재에 따른 수요 감소 우려 등으로 국제 유가는 4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두달만에 급락했다.

이날 브렌트유도 5.6% 하락한 56.26으로 마감했다. 브렌트유는 3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수요 둔화와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가 동시에 영향을 미쳤다고 전했다. 2019년 글로벌 경제에 대한 암울한 전망이 나올 때마다 원유 시장은 출렁이고 있다. 지난 11월 이후 WTI는 네차례나 하루 6% 넘는 등락폭을 보였다.

중국과 유럽에서 우울한 경제 지표가 이어지고 있으며, 주택과 자동차 등 금리에 민감한 미국 경제의 취약성도 투자자들의 우려를 더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 전망 역시 불투명하다.

반면 미국, 러시아 등의 원유 생산은 기록적인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전체 미국 원유 생산량은 하루 1200만배럴에 달하고 있다. 러시아의 12월 원유 생산량은 하루 1142만배럴로 사상 최고치에 근접하고 있다.

EIA는 미국 핵심 지역에서 셰일 오일 생산량이 12월 하루에 13만4000배럴씩 늘어 내년 1월 820만배럴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원자재 투자펀드인 DWS의 다웨이 쿵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유가에 ‘퍼펙트 스톰’(둘 이상의 태풍이 충돌해 위력이 폭발적으로 커지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유가는 손익분기점으로 꼽히는 50달러 수준이어서 미국 셰일 오일 생산업체들은 거의 이윤을 남기지 못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유가가 더 떨어지면 미국 기업들이 원유 생산량을 최대로 끌어올려 이익을 극대화하고 부채를 상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非) OPEC 회원국들은 내년 1월부터 하루 생산량을 120만배럴 줄이기로 했다. 이같은 소식에 처음에는 유가가 올랐지만 상승세가 지속되지 않았다. 투자자들이 감산 효과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CNBC는 원유 공급 과잉에 대한 공포로 글로벌 증시에서 대규모 매도가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향후 몇 주간 유가가 더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국의 원유 중개회사 PVM의 애널리스트인 타마스 바가는 “숏커버링(환매)은 연말까지 언제든 나타날 수 있지만 유가 강세를 이끌 장기적인 요인은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유가 하락은 에너지 기업들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정크본드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딜로직에 따르면 이달 미국에서 정크보드 발행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만일 12월말까지 이같은 흐름이 이어진다면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던 2008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ss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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