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국민 알권리 vs 방어권 위축 檢 선별적 ‘포토라인’ 희비
뉴스종합| 2018-12-21 11:17
검찰에 출석하는 주요 사건 피의자들은 ‘포토라인’으로 불리는 취재진을 거친 뒤 조사실로 향한다. 검찰은 공보준칙에 따라 일반인의 ‘알 권리’를 위해 공적인 인물의 출석 상황을 공개하고 있지만, 선별적인 포토라인 세우기가 피의자의 방어권을 위축시킨다는 지적도 나온다.

21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은 지난달 7일 차한성(64ㆍ사법연수원 7기) 전 대법관을 비공개 조사했다. 반면 박병대(61ㆍ12기)ㆍ고영한(63ㆍ11기) 전 대법관은 조사 일정이 미리 공개됐다. 검찰은 차 전 대법관의 경우 법원행정처장으로 재직한 기간이 짧아 관여정도가 다른 두 전직 대법관과 다르다고 판단해 비공개 조사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형법상 특정인에 대한 피의사실을 알리는 행위는 금지된다. 법무부가 마련한 ‘수사공보준칙’도 마찬가지로 수사 상황을 공개할 수 없도록 정하고 있다. 다만 사건이 이미 널리 알려졌거나, 공적 인물인 경우는 예외적으로 당사자의 실명을 공개하고 출석 시 취재진이 촬영할 수 있도록 하는 예외 규정을 뒀다. ‘공적 인물’은 ▷차관급 이상 고위공직자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교육감 ▷치안감 이상 경찰공무원 ▷대규모 공공기관장 ▷자산총액 1조원 이상의 기업 대표이사 등이다. 현직 뿐만 아니라 ‘전직’도 포함된다.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명박(77)ㆍ박근혜(66) 전 대통령이 대표적이다.

피의자 출석을 공개할지 여부는 검찰이 재량껏 결정한다. 공보준칙 규정 자체가 ‘공개할 수 있다’로 돼 있기 때문이다. ‘공적 인물’인 국회의원이지만, 강원랜드 채용비리에 연루된 혐의를 받는 권성동(58) 의원은 비공개로 조사를 받은 반면,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조사받은 심재철(60) 의원은 포토라인에 섰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선별적으로 출석 상황을 공개할 수 있는 구조가 피의자를 위축시킨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 변호를 맡고 있는 한 변호사는 “수사라는 것은 밀행성이 있는 것이고,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공개한다면 구속영장 심사 과정도 공개돼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면서 “본인이 들어가기 전에 공개적으로 한마디 하겠다면 모르겠지만, 동의 없이 조사도 받지 않은 사람을 범죄인인 것처럼 다루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실제 구속된 임종헌(59ㆍ16기)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경우 수의를 입고 조사를 받으러 나오는 장면이 대중에 공개되자 검찰에 ‘인격살인’이라며 거세게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현행법상 금지된 피의사실 공표를 검찰 내부 규정으로 사실상 허용하는 게 부당하다거나, 언론 보도를 통해 재판하는 판사가 선입견을 갖게 될 것을 우려하는 의견도 있다.

대검 관계자는 “준칙으로 예외를 허용하는 게 옳으냐는 지적은 있을 수 있지만, 국민의 알 권리와 같은 헌법상 원칙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수사공보준칙 자체가 검사들만 만든 게 아니라 언론사 기자들과 함께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행 수사공보준칙은 2010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를 계기로 제정됐다.

좌영길 기자/jyg9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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