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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금리인상, 자본 급속 이탈…신흥국‘칵테일 위기론’
뉴스종합| 2018-12-21 11:25
통화값 하락·생필품 물가 급등
터키·아르헨·인도 등 약한 고리
세계경제 성장 둔화 우려도


미국의 금리인상이 달러 강세를 유발하고 신흥국에서 자본이탈을 부추겨 세계 경제에 ‘칵테일 위기’(동시다발적인 악재)가 들이닥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 들어서만 네 번째 금리인상에 나서면서 전 세계시장에서는 투자심리 변화가 포착됐다. 투자자들은 선진국보다 상대적으로 투자 위험이 큰 신흥국에서 자금을 빼내 미국 등으로 보내기 시작했다.

런던 기반의 옥스포드이코노믹스의 자료를 보면 전 세계 투자자들은 지난해 중국을 제외한 신흥국 주식·채권에 3150억달러(약 354조원)를 투자했다. 올해 10월 기준 그 금액은 1050억달러(약 118조원)로 줄었다. 터키를 비롯해 아르헨티나, 인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서 자금 유출세 뚜렷했다.

이는 신흥국의 통화가치 하락으로 이어졌고, 각 국의 가계·기업들은 부채 부담이 늘어가는 와중에 생활에 필요한 물품을 사는 데 더 비싼 값을 치르게 됐다. 옥스포드이코노믹스의 신흥국 담당인 나페즈 주크는 “신흥국은 여러 악재가 뒤범벅된 칵테일 위기를 안고 있다”고 했다.

NYT는 “돈이 신흥시장을 떠나 상업활동이 침체하고 전 세계 경제 성장도 둔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투자자들도 이런 걱정으로 어려운 시기의 가능성에 주목할 수 있다.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주식시장에도 문제가 더해질 수 있다”고 전했다.

이미 터키와 아르헨티나는 경제 위기를 겪고 있다. 통화 가치가 급격히 하락하면서 기업들은 달러 표시 채무를 견디지 못하게 됐다. 아르헨티나가 지난 6월 이후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지원받은 구제금융 규모만 280억9000만달러(약 32조원)다.

인도의 경제 침체 가능성도 주목된다. 과거 금리가 ‘제로’(0)에 가까운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더 많은 위험과 수익을 추구할 수 있는 국가로 눈을 돌렸다. 인도는 이를 통해 자국 통화가치를 떠받혔다.

인도는 연 7% 내외의 높은 경제성장률과 4%대 이하의 인플레이션율로 아직은 별다른 위험신호가 보이지 않고 있지만, 자본유출이 가속하면 가계·기업이 받는 압박이 커질 수 있다. 특히 인도가 수출하는 것보다 더 많은 양의 물품을 수입할 때 그 영향은 더 커진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비용 증가나 기업 고용을 저해하는 요인들은 하루 1달러 90센트 미만으로 생활하는 사람 5명 중 1명에게 압박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유 수입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인도는 필요한 석유의 80% 이상을 수입한다. 유가는 달러로 책정되는데, 올 들어 인도 루피 가치가 10% 하락하면서 석유화학제품과 연료 가격도 올랐다. 조셉 E. 스티글리츠 미 컬럼비아대 교수는 “인도는 세계금리 조정에 따른 결과에 아주 취약한 국가”라고 진단했다.

양영경 기자/y2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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