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정보
손발 얼고 체온 ‘뚝’…집에서도 걸리는 ‘한랭질환’ 주의하세요
라이프| 2018-12-27 11:27
27일부터 연말까지 ‘세밑 한파’ 예보
날씨 추워지면 저체온증·동상 동반
이달들어 환자 107명…7명 목숨잃어
50대이상 74%…실내서만 25% 발생
“소아·노인 등 외출시 방한복 착용을”

중부와 전북 일부 내륙을 중심으로 한파주의보가 발효된 지난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역 인근에서 두터운 옷차림의 시민들이 출근길을 재촉하고 있다. 한파는 오는 27일 다시 시작, 연말까지 이어질 전망이어서 한랭 질환 주의가 필요하다. [연합뉴스]

한동안 소강상태를 보이던 한파가 다시 우리나라에 찾아오면서 전국 대부분 지역의 수은주가 곤두박질칠 전망이다. 일부 지역의 경우 최저기온이 영하 10도 아래로 떨어지는 세밑 한파는 27일 시작,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상청은 예보했다.

갑자기 날씨가 추워지면 한랭 질환자가 늘어나기 마련이다. 대표적 한랭 질환인 저체온증과 동상(凍傷)을 예방하려면 방한과 체온 유지에 신경 써야 한다. 관련 증상이 발생했을 때에는 응급 처치 후 바로 병원을 찾아야 더 큰 화를 막을 수 있다. 


▶올해 한랭 질환자 중 50대 이상 74%
=27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한랭 질환 감시 체계(전국 517개 의료기관 응급실 대상) 운영 결과 이달 1일부터 24일까지 한랭 질환자 107명이 발생, 이 중 7명이 사망했다. 사망자는 지난 4일 경북에서 처음 발생했다. 사망자 발생 장소를 시도별로 보면 ▷전남 3명 ▷충북 2명 ▷대전ㆍ경북 각 1명으로, 시(市)보다 상대적으로 추위가 심하고 의료 시설이 열악한 도(道)에 집중됐다.

한랭 질환자를 연령대별로 보면 50대가 26.2%(28명)으로 가장 많았다. 상대적으로 추위에 취약한 65세 이상 노인도 36.4%(37명)나 됐다. 50대 이상이 73.8%(79명)나 됐다. 이에 대해 김수진 고려대 안암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본능적으로 추위에 노출되면 따뜻한 곳을 찾게 된다”면서도 “소아나 노인은 추위에 대한 저항 능력이 낮기 때문에 한랭질환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질환별로 보면 ▷저체온증 97명 ▷동상 7명 ▷동창(凍瘡)ㆍ기타 질환 각 1명 등의 순이었다. 발생 장소별로는 실외 80명ㆍ실내 27명으로 ▷길가 32명 ▷집 20명 ▷강가ㆍ해변 14명 ▷주거지 주변 10명 등의 순이었다.

한랭 질환이 심해지면 자칫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최근 5년간(2013∼2017년) 응급실을 통해 집계된 한랭 질환자는 총 2271명이었고 이 중 66명이 사망했다. 한 해 평균 13명이 목숨을 잃은 것이다. 


▶저체온증ㆍ동상 환자, 응급 처치 후 병원 이송해야
=기온이 갑자기 떨어지면 신체가 추위에 적응되지 않아 약한 추위에도 한랭 질환 위험이 커진다. 저체온증과 동상을 예방하려면 방한과 체온 유지에 힘써야 한다.

어린이가 눈썰매장 등에서 야외 활동을 할 때는 방한 의류와 방수 부츠 착용이 필수다. 노출에 의한 동상을 예방하기 위해 방한 모자, 마스크, 스카프 등으로 얼굴을 충분히 감싸 주는 것이 좋다. 산행이나 산책을 할 때에는 보온 내복과 방풍 기능이 있는 보온용 외투를 착용하고, 미끄럼 방지 기능이 있는 신발을 신어야 한다.

송년회ㆍ신년회 시 음주도 조심해야 한다. 알코올 분해 과정에서 몸은 일시적으로 체온이 오르고 다시 체온이 떨어지는 과정을 거친다. 이때 술에 의한 뇌 인지 기능 저하, 중추신경계 둔화로 체온 조절 능력이 떨어져 추위를 느끼지 못하고 저체온증에 걸리고 만다. 김 교수는 “술을 마시면 말초혈관의 확장을 통해 저체온증을 쉽게 가져올 수 있어 술을 많이 마시는 것도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저체온증과 동상은 초기에 몸이 심하게 떨리는 증상이 오고 언어 이상ㆍ근육운동 무력화가 동반될 수 있다. 심하면 착란에 빠지거나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동상은 통증이 수반되는 증상이지만 장기간 추위에 노출되면 무감각해질 수 있다.

피부색이 흰색 혹은 누런 회색으로 변했거나 촉감이 비정상적으로 단단하거나 감각이 없으면 동상을 의심해야 한다. 이때에는 따뜻한 방이나 장소로 이동해 젖은 옷을 제거한 뒤 따뜻하고 마른 담요 등으로 몸 전체를 감싸는 응급 처치를 해야 한다.

최성혁 고려대 구로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장(응급의학과 교수)은 “추위에 노출돼 있을 때에는 동상 증상이 없지만 따뜻하게 해 주면 언 부위가 녹으면서 통증, 붉은 반점, 종창 등이 나타난다”며 “치료를 하지 않은 채 계속 추위에 노출되면 근육, 혈관, 신경까지 동상이 침투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동상에 걸릴 위험이 있다면, 젖어 있거나 꽉 조이는 옷을 제거하고 상처 부위를 높게 해서 부종이 생기는 것을 막아 줘야 한다. 이후 깨끗한 마른 거즈로 하나씩 감싼 후 되도록 빨리 병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동상에 걸리면 해당 부위를 따뜻한 물(38∼42도)에 20∼40분간 담그되 뜨거운 물에 직접 접촉하지 않게 해야 한다. 심하게 비비거나 긁는 것도 조직 손상을 촉진할 수 있어 삼가야 하고 혈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술과 담배도 피해야 한다.

최 센터장은 “현장에서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기 힘들기 때문에 갑자기 불을 쬐고 따뜻한 물에 담그거나 동상 부위를 비벼서 녹이는 행위는 삼가는 것이 좋다”며 “몸을 녹이기보다 마른 수건으로 동상 부위를 감싸 외부 충격을 받지 않도록 한 후 빨리 병원에 오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저체온증은 체온이 35도 이하로 떨어져 정상 체온을 유지하기 힘든 상태를 말한다. 정상 체온은 36.5~37도 정도이며 체온이 내려가면 말초혈관을 수축해 몸의 온도를 유지시키려고 한다. 체온을 유지시키기 위해 몸을 떨고, 피부가 창백해지고, 피부가 하얗게 되는 증상이 나타나는데, 이러한 증상이 나타나면 저체온증을 의심할 수 있다.

김 교수는 “체온이 32도 이하로 떨어지면 이를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은 사라지고, 의식 저하에 빠질 수 있다”며 “체온이 35도 이하로 낮거나, 측정이 안될 만큼 지극히 낮을 경우는 즉시 따뜻한 곳으로 옮기고 병원으로 이송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저체온증이 의심될 때 중심 체온을 올리기 위해 겨드랑이, 배 등에 핫팩이나 더운 물통을 올려 놓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김 교수는 “중심 체온이 32도 이하인 저체온증 환자는 악성 부정맥, 의식 저하 등 심각한 증상이 유발될 수 있어 매우 조심스럽게 이송하여야 한다”며 “극도의 저체온증 시 약물 투여 등에도 반응이 없을 수 있다. 때문에 심정지 등 위급한 상황 시 중심 체온을 올리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저체온증 환자의 체온을 올리기 위해 직접적으로 불을 가까이 하거나 뜨거운 물을 부을 경우 화상을 입을 수 있으므로 조이거나, 젖은 옷은 마른 옷으로 갈아입히고, 따뜻한 곳으로 이동해야 한다”며 “의료기관으로 이송햐 저체온증의 유발원인을 교정하고, 환자 상태에 따른 적절한 재가온 방법을 이용하여 치료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신상윤 기자/ken@heraldcorp.com
랭킹뉴스